“전국 모범 경로당 선정 비결은 화목한 분위기”

풍동 은행마을 1단지 경로당, 회원이 60명 정강지 회장 “회원 간 싸움이 사라졌죠”  고양신문과 함께 마을숲 프로그램 진행

2025-05-20     김지향 인턴기자

[고양신문] 일산동구 풍동에 자리한 은행마을 1단지 경로당(이하 은행 1단지 경로당)은 2023년 전국 모범 경로당으로 선정됐다. 대한노인회는 지난해 6월 전국 6만8000여 경로당 중 27개소를 전국 모범 경로당으로 발표했다. 경기도에선 3개소가 선정됐는데 그중 고양시에선 은행 1단지 경로당이 유일하다. 그 비결을 듣기 위해 은행 1단지 경로당에서 정강지 회장을 만났다.

전국 모범 경로당으로 선정된 은행마을 1단지 경로당의 정강지 회장.

은행 1단지 경로당에 들어서는 기자를 미소를 반기는 정강지 회장. 그 뒤로 벽면을 가득 채운 상장과 경로당 수칙들이 보였다. 경로당 식사공간으로 쓰이는 방엔 '전국 최우수 경로당 선정'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가계부처럼 항목과 숫자가 빼곡히 적힌 정산내역서를 보여준 정 회장은 “회계와 회원 관리, 활성화 프로그램,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 여러 항목이 심사기준"이라며 "보통 경로당 회원은 10~20명을 웃돈다고 하는데 우리 경로당은 회원만 60명이에요. 회원이 많아도 제가 회장이 된 후로 회원들간 싸움이 없었죠”라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를 이용해 매번 회비와 기부금 등 정산 내역을 총무와 정리해 공지한다며 투명한 운영을 강조했다. 

1944년생인 정 회장은 2011년부터 은행 1단지 경로당에 출석했다. 2017년, 총무로 경로당 일을 시작해 회원 투표를 거쳐 2019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가 회장이 되기 전에는 회원 수가 38명이었다고 한다. “제가 회장을 맡기 전에 우리 경로당이 좀 시끄러운 상황이었어요. 일산동구 지회는 여기를 폐쇄할까 고민도 했었대요. 젊은 시절 제가 관광업에 종사했던 경험이 있어 회원들 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요령이 있었죠. 저를 낮추고 회원들을 친근하게 대하려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화목한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됐고 회원들도 이만큼 늘어난 것 같아요.” 

경로당에 온 회원을 껴안는 정 회장.

정 회장은 인터뷰 도중 경로당에 들어오는 회원이 있으면 신발장 앞으로 달려나가 잘 왔다며 꼭 안아주었다. 자주 보는 회원도 예외는 없었다. 회원들은 자연스럽게 그를 껴안으며 "매번 이렇게 반겨주니 더욱 경로당에 오고 싶어진다"며 웃었다. "정 회장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덕분에 회원들간 다툼도 줄었다"는 게 회원들의 귀띔이다. 은행 1단지 경로당엔 70대부터 최고령인 97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이 모인다. 이곳에서 회원들은 식사만 하는 게 아니다. 찬조금으로 명절, 어버이날 선물을 나누고 연말엔 회식도 한다.  최근엔 회비로 강화도 나들이도 다녀왔고, 회원들이 돈을 모아 산불피해 성금도 전달했다. 

정 회장은 “경로당은 어떤 어르신이 와도 함께 잘 지낼 수 있도록 화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든지 와서 편히 쉴 수 있는 경로당을 목표 삼아 노력하니까 회원들도 잘 동참해주셨죠”라며 경로당에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우리 경로당이 회원도 많으니까 지원금도 더 늘어났으면 좋겠고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활동이 많아졌으면 해요. 요즘 고양신문과 함께하는 마을숲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어르신들이 숲 전문가 선생님에게 자연에 대해 배우는 것을 좋아하셨어요. 어르신들이 외부활동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이 더 늘어나면 좋겠네요.”

은행마을 1단지 경로당의 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