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력' 이재명 vs '친밀감' 김문수 고양 유세 어땠나

다양한 요소 결합되는 6·3대선 유세 현장 청중 숫자, 유세단 규모 더불어민주당 우세 열성 지지층 열기는 국민의힘도 못잖아

2025-05-22     유경종 기자

[고양신문] 6·3 대선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20일과 21일 각각 고양시를 찾아 뜨거운 선거유세를 펼쳤다. 양 진영의 유세전은 닮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었다. 양일간 두 유세 현장을 연이어 취재하면서 포착된 장면을 비교해 보자.   

▮일산문화광장 vs 화정역광장 

우선 유세 장소가 달랐다. 이재명 후보는 일산문화광장을, 김문수 후보는 화정역광장을 택했다. 각각 일산과 덕양을 대표하는 광장이다. 하지만 규모 면에서 일산문화광장이 훨씬 크다. 양 캠프는 나름의 예측에 따라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의 유세에 집결한 청중 숫자는 일산문화광장이 아니면 소화하기 힘들 만큼 많았다. 반면 김문수 후보 유세의 청중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어서, 화정역광장을 선택한 게 시각적 밀도를 보완하는 데 유리했다. 
양측 유세에 집결한 청중 숫자는 당일 현장을 중계한 드론 화면 등을 비교해 보면 현격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 유세가 펼쳐진 일산문화광장 vs 김문수 후보 유세가 펼쳐진 화정역 광장. [양당 유튜브영상 캡처]

▮무게추 기운 지역 조직력

대대적인 청중 집결은 고양시 더불어민주당 고양시 4개 지역위원회의 조직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고양시 4개 선거구에 모두 국회의원이 있어 밑바닥 조직력에서 객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는 20일 유세 현장에서도 여실히 나타나, 공식 유세일정이 끝난 후에도 광장 곳곳에 각 지역위원회별로 결집해 인증사진을 찍고 구호를 외치며 경쟁적으로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4개 당협위원회 사정이 제각각이다. 고양갑은 조용술 당협위원장이 불과 두 달 전에 낙점됐고, 고양을은 당협위원장이 부재 중이고, 고양병 김종혁 당협위원장은 당 주류와 대리각을 세웠던 한동훈 전 대표의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이고, 최근 지역활동이 뜸한 고양정 김용태 당협위원장은 21일 유세에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지역 기반의 조직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다양한 깃발을 들거나 유튜브 라이브 중계 장비를 챙겨 앞자리를 차지한, 지역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열성 우파 지지자들의 비중이 높았다. 이들 중 일부는 김종혁 당협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자 야유를 보내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파란 풍선을 손에 든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 vs 우파 단체 깃발을 손에 든 김문수 후보 지지자들.

▮무대·유세단 규모도 민주당이 앞서   

유세장 세팅과 유세단 운용 등 중앙당의 선거지원도 더불어민주당 쪽이 더 규모가 컸다. 더불어민주당은 무대와 앞마당을 넓게 확보해 상단과 하단에서 입체적인 유세단 공연을 펼쳤고, 프레스석 역시 별도의 케노피 천막과 테이블을 갖춰 취재기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협소하게 꾸려진 무대 단상만을 활용했고, 프레스석 역시 별도의 시설 없이 유세장 맨 앞자리에 라인을 치고 기자들이 맨바닥에 앉도록 안내했다. 일부 열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당에서 대선 후보 대접이 이게 뭐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 유세단. 뒤편에 프레스석이 마련돼 있다. vs  김문수 후보 유세단.  

▮김성회 vs 손동숙, 마이크 대결

이재명 후보 유세의 사회는 김성회 고양갑 국회의원이 맡았다. 김 의원은 일찌감치 방송과 유튜브 등에서 맹활약하며 탁월한 언변을 검증받은, 더불어민주당의 간판 마이크 중 한 명이다. 이날 역시 강약이 분명한 어조로 순서를 이끌었다. 

김문수 후보 유세에서는 손동숙 고양시의원이 여성 사회자로 마이크를 잡았다. 시의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국민의힘 부대변인을 맡고 있는 손동숙 의원은 과거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도 사회자로 활약한 바 있다.  

사회를 맡은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국회의원 vs 국민의힘 손동숙 고양시의원. 

▮전·현직 의원들, 막상막하 지원유세

이재명 후보의 유세에는 김성회, 이기헌, 김영환 등 고양시 3명의 국회의원이 이 후보 도착 전 차례로 발언을 하며 열기를 고조시켰고, 고양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유은혜 전 교육부총리도 지원유세에 가세했다. 타 지역 의원들로는 유세본부장을 맡고 있는 파주시 박정 의원과 박희승·서미화 의원이 자리를 함께했고, 공동유세본부장인 이재정 의원도 특유의 신명나는 댄스 유도로 분위기를 띄웠다. 아울러 신장식, 백선희 등 더불어민주당과 공동전선을 구축한 조국혁신당 국회의원들의 지원도 눈에 띄었다. 

국민의힘 캠프도 다수의 전·현직 의원들이 유세를 도왔다. 김문수 후보와 함께 경선을 펼쳤던 나경원 의원, 양향자 전 의원을 비롯해 이인선·강선영·최수진 현역의원, 심재철·원유철 전 의원이 무대에 올라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특히 높은 지명도를 자랑하는 나경원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을 때 청중들의 반응이 가장 높았다.  

지원유세에 나선 조국혁신당 신장식 국회의원 vs 국민의힘 나경원 국회의원. 

▮<야인시대> 구마적 vs 임화수 맞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들의 지원사격도 팽팽했다. 이재명 후보 유세에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재명 후보 지지 활동을 열렬히 펼쳐온 이원종 배우가 나서서 유세단과 춤도 추고, 마이크를 잡고 청중들의 연호를 이끌어냈다.

김문수 후보 유세에는 윤석열 계엄을 적극 옹호하며 아스팔트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최준용 배우가 지원 유세를 펼쳤다. 특히 그는 부정선거 의혹을 떨치지 못한 듯 “사전투표 절대로  하면 안된다. 6월 3일 본투표로 자유 우파가 무섭다는 걸 보여주자”고 호소했는데, 뜨겁게 호응하는 지지자들도 있었지만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흥미롭게도 두 배우는 1966년 동갑내기다. 더 재밌는 건 22년 전 SBS TV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각각 ‘구마적(이원종)’과 ‘임화수(최준용)’ 역으로 함께 출연한 인연도 있다는 점이다. 구마적과 임화수의 대결이 2025년 정치판에서 펼쳐진 셈이다.  

지원유세에 나선 이원종 배우 vs 최준용 배우.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각각 구마적과 임화수를 연기했던 인연이 있다. 

▮이중삼중 경호 vs 맨몸으로 밀착 

후보의 경호는 극과 극의 장면을 보여줬다. 이재명 후보가 유세장에 나타나자 검은 가방을 든 다수의 경호원들이 이 후보 주변을 둘러쌌다. 경호인력은 단상 아래에서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됐다. 무엇보다도 유세를 하는 이 후보의 연단은 두터운 방탄유리가 3면을 둘러쌌다. 수시로 테러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계엄과 반란의 위협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정반대의 전략을 펼쳤다. 청중과 단상 사이의 거리도 없애고, 의도적으로 지지자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퍼포먼스를 유세 전·후로 펼치며 이재명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상의를 직접 걷어 올려 보이며 “저는 방탄조끼도 방탄유리도 경호원도 필요없다”고 밝힌 김 후보는 “죄 많은 사람은 방탄조끼 입을 게 아니라, 감옥에 가는 게 가장 안전하다”며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였다. 

방탄유리의 보호를 받으면 연설하는 이재명 후보 vs 보호장치 없이 청중 앞에 선 김문수 후보. 

▮비전제시 이재명 vs 친밀감 김문수

이재명 후보의 연설 중 지역 관련 발언은 ‘일산대교 즉시 무료화’가 가장 인상 깊었다. 그러나 그 밖의 지역 관심사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부족해 아쉬웠다. 반면 정규직-비정규칙 임금격차 해소, 지방 투자 확대 등 국가적 차원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데 역점을 뒀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꽃박람회, 화훼산업, 한강철책, 북한산성 등을 언급하는 등 고양시 유권자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또한 평화경제실현, 한강변 첨단단지 조성 등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찍혔다. 반면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을 겨냥해서는 “범죄자, 독재자” 등 거친 언어로 공격을 이어갔다. 

앞서가는 이재명 후보는 부자 입조심 하듯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직접적 비난은 자제했다. 그러나 ‘120원 커피 공방’ 등 국민의힘 측의 공세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역공을 하며 정면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