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프리즘] 대선 후보 유세 관전 포인트

2025-05-23     유경종 기자
이재명 후보 유세장(왼쪽)과 김문수 후보 유세장을 찾은 청중들.

[고양신문] 20일과 21일 차례로 열린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고양유세 현장을 취재했다. 지역신문 기자로서 당연히 ‘고양시와 관련해서 어떤 언급을 할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였다.      

먼저 이재명 후보의 고양시 관련 언급을 정리해보자. 우선 지난해 총선 당시 국민의힘이 수도권 인접도시들을 겨냥한 카드로 내밀었던 ‘서울편입’ 논란을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며 비판했다. DMZ와 인접한 경기북부 규제에 관해서는 “평화가 경제다. 휴전선이 안전해져야 경기북부가 산다”는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경기 남부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족성이 떨어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성남시장 시절, 고양시도 아파트 대신 기업유치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참 답답하더라”고 회고했다. 듣기에 따라 염장을 지르는 말로 들렸다. 그나마 구체적 언급이 있었던 사안은 “대통령 되면 일산대교 통행료 즉시 없애겠다”가 유일했다. 고양시 유권자 입에 사탕처럼 녹아들 선물은 요것 하나 준비한 건가 싶어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고양시 유권자들의 입에 최대한 많은 사탕을 넣어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꽃바구니를 받아들고는 “꽃을 이렇게 훌륭한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능력은 고양에만 있다”면서 고양시 화훼산업과 꽃박람회를 칭송했다. 재선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력도 적극 활용했다. “여러분이 자랑하는 킨텍스, 누구 때 만들었죠?”라는 질문으로 “김문수!”라는 대답을 이끌어냈고 “북한산이 대부분 고양시 땅인데, 서울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면서, 본인이 도지사 시절 북한산 행궁을 추진했던 걸 언급했다.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이동환 시장과 함께 일자리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고, 고양과 연결된 한강변 뱃길이 북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통일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무엇보다도 “800만 평에 이르는 한강변 너른 부지에 좋은 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해 판교를 능가하는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도록 확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과일맛 사탕이 입안 가득 채워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혀에 달다고 해서 몸에 좋은 건 아니다. 집에 돌아와 양 후보의 유세 영상을 다시 돌려보니, 현장에서 느꼈던 조바심과는 전혀 다른 포인트가 비로소 감지됐다. 그건 바로 어느 후보가 국가라는 몸 전체의 균형 잡힌 건강을 고민하고 있는가였다. 

이재명 후보가 유세를 통해 제시한 메시지는 한마디로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공정하게 나눠야 국가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었다. 이날 이 후보는 “고양시가 경기 남부에 비해 예산 부족해 억울하다는 생각 드실텐데, 여러분보다 훨씬 어려운 지경에 처한 사람들이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에 엄청나게 많다”면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좀 더 많이 투자하더라고 고양시민들이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했다. 선거를 코앞에 둔 후보로서는 꺼내기 힘든 말이었다.

반면 김문수 후보의 유세에서는, 아쉽게도 국가 경영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는 거시적 메시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유경종 고양신문 기자

대선을 치를 때마다 혹시라도 어느 후보가 우리 지역에 파격적인 혜택을 안겨 줄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특정 지역을 어여삐 보아 성은을 베푸는 임금님이 아니다. 새 대통령은 국가적 비전을 꼼꼼히 비교해 보고 선택하면 될 일이고, 우리 지역이 안고 있는 과제는 일상의 시간 속에서 시민들이 시·도의원, 국회의원, 시장과 소통하며, 또는 다그치며 풀어가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가 대선만큼이나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