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꽃박람회에서 생태적 꽃박람회, 누구나 찾는 꽃박람회로
포럼 in 고양 제117회 고양포럼 고양국제꽃박람회, 새로운 대안은
[고양신문] 1997년 열린 제1회 고양국제꽃박람회는 화려한 성공을 거뒀다. 기초자치단체 축제의 효시로서 전국적 관심을 끌어 모은 제1회 고양국제꽃박람회는 관람객 130만명, 입장수익 54억원이라는 기대 이상의 대성공을 가져왔다. 이러한 성공은 고양시민들에게 고양의 번영을 상징하는 공동체의 기억으로 각인시켰다.
하지만 고양국제꽃박람회가 올해까지 17회를 거듭하는 동안 관람객과 수익은 줄어들었고, 전국 곳곳에 지역축제, 볼거리가 넘처나는 상황에서 꽃박람회만이 차별성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이제는 화훼산업을 고양시의 주력산업으로 보기도 힘들어졌다.
더구나 지난해와 올해 유료구간 확대로 인한 대규모 펜스가 설치됨으로써 평소에 호수공원을 찾던 시민들은 동선에 큰 제약을 받게 됐다. 이른바 ‘봉박람회’에 따른 민원이 폭발한 것이다.
지난 19일 주엽동 사과나무의료재단 강의실에서 진행된 제117회 고양포럼은 고양국제꽃박람회의 앞으로의 새로운 변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유료구간 확대에 대한 문제제기 할 때
이날 첫 번째로 발표한 유경종 고양신문 기자는 ‘고양국제꽃박람회의 현재’를 냉정하게 살폈다. 또한 이 시점에서 왜 꽃박람회의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지, 앞으로 꽃박람회 개최 여부에 대한 반응에 대해 설명했다.
유경종 기자는 ‘일산호수공원 넓은 면적을 펜스로 차단하면서까지 행사를 치러야 하나’, 그리고 ‘꽃박람회를 꼭 대규모 유료 행사로 치러야 하나’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유 기자는 “올해 고양국제꽃박함회는 보행 동선이 아닌 녹지를 따라 펜스를 설치해 일반 방문객의 동선 통제를 최소화하려고 했고, 노래하는 분수대를 유료구간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펜스 논란은 올해도 여전했다. 일부 동선을 개선했다지만 달맞이섬 동선을 패쇄함으로써 여론이 더 악화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지난해와 올해 꽃박람회는 호수공원 전역을 활용한다는 변화를 시도했지만, 유료구간 확대에 대한 민원이 쏟아져 나왔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과연 ‘유료구간 확대’가 바람직한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양신문 유튜브를 통해 고양국제꽃박람회를 계속 개최하는 것한 대한 시민들의 찬반 의견 결과도 언급됐다. 유경종 기자는 “1만5000회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시민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결과는 꽃박람회에 대핸 반대의견이 찬성에 비해 약 4배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경종 기자는 댓글 표현된 시민들의 반응을 분류했다. 이를 요약하면 △일산호수공원은 시민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꽃박람회 기간 동안 일산호수공원에 대한 시민의 접근을 막는 것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는 의견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차별화가 어려워졌고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의견 △꽃박람회를 치르는데 드는 비용에 비해 수익은 적어 손실이 났는데, 왜 시민 세금을 쏟아붓냐는 의견 △라페스타, 웨스턴돔 등 상권 활성화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 등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한편 긍정적 의견으로는 △꽃박람회는 고양시가 보유한 가장 큰 문화자산으로 유료행사이기 때문에 펜스 치는 게 당연하다는 의견 △꽃박람회마저 없어지면 지역 화훼농가 너무 힘들어진다는 의견 등이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일산관, 일산호수공원으로
이어 발표에 나선 신인선 고양시의회 환경경제위 의원은 고양국제꽃박람회 현황을 설명하고 개선방향을 제안했다.
신인선 의원은 회를 거듭할수록 고양국제꽃박람회 기간의 고양시 화훼농가 플라워마켓 매출이 떨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날 신인선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양시 화훼농가 플라워마켓 매출 실적이 2023년 4억600만원, 2024년 3억6200만원, 2025년 2억4000만원으로 해마다 떨어졌다. 신 의원은 “고양시 화훼류 사용 실적이 고양국제꽃박람회 초창기에는 높았지만 회를 거듭하며 점점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고양시의 화훼농가에서 재배한 화훼를 사용하기보다 장식적으로 보다 화려한 꽃을 사용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인선 의원은 국내 문화예술의 주요 거점인 국립현대미술관 일산관을 고양시 대표적 랜드마크인 일산호수공원에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신 의원은 “꽃박람회 기간 동안 만큼은 국립현대미술관 일산관에 꽃박람회 일부 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산호수공원 운영이라는 큰 틀안에서 고양국제박람회 개최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바다 고양포럼 공동대표는 “꽃박람회는 이제 일산호수공원과 따로 생각할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일산호수공원을 지속적 관리와 이벤트성 행사라는 투 트랙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호수공원에 대한 중장기적인 운영 기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호수공원을 연중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틀 안에서 특정기간동안 스토리가 있는 이벤트성 행사로서의 박람회가 개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일산호수공원 전체를 ‘꽃생태 명소’로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바다 공동대표는 “구간별로 꽃단지를 만들고, 꽃에 대한 설명과 꽃학습장, 꽃꽂이, 꽃차 만들기 체험 등 참여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또한 재단 조직내에 관련업종에 종사하거나 관심있는 시민들을 참여시켜 그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면서 고양시민들의 다양한 참여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생태적 관점에서 박람회 변화 필요
이번 제17회 고양국제꽃박람회에 현장에서 스탭으로 참여한 이경희 일산와야촌 주민협의체 대표는 “꽃박람회 기간 동안 휠체어는 모자라고 유모차는 남아돈다. 그만큼 꽃박람회 관람객들이 나이든 층에만 몰려 있고 젊은 층들은 줄어들었다. 또한 꽃을 사가는 정도가 줄어들었단는 것도 느꼈다. 꽃박람회 기간 동안 시민들이나 스탭으로 일한 이들이 느낀 점이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고 말했다.
또한 생태적 관점에서 고양국제꽃박람회가 바람직한가를 고민하는 발언도 있었다. 김지영 고양포럼 기획위원은 “실내 꽃전시관에는 꽃이나 꽃봉오리를 줄기와 잎과 함께 잘라낸, 외국 작가들의 절화를 전시해놓았는데 별로 감흥이 오지 않았다. 외국에서 온 절화를 전시하는 데 드는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쓰레기배출량을 줄이고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질 수 있는, 학습의 장으로서 성격을 가미했으면 한다. 전체적으로 꽃박람회가 가지는 주제 의식이 약하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호수공원은 누구나 찾고 즐길 수 있는 포용성과 접근성과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호수공원에 조형물만 자꾸만 확대해 설치하는 느낌이 든다”며 “이렇게 생태적 측면, 포용성,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꽃박람회를 매번 모니터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허영호 고양포럼 운영위원은 “고양국제꽃박람회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중요성에 더해, 가령 합창제 같은 추가적인 주제를 발굴해 함께 하는 것을 고려해 보기를 원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고양에만 국한하지 말고 이웃인 파주, 김포까지 포괄해 광범위한 축제를 준비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