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플로깅(Pet Plogging) 행사를 마치며
[기고] 이정섭 고양시 동물보호센터 담당 수의사
[고양신문] 구조대원 : 순이 중성화 스켈링도 하고 잘 지낸다고 합니다. ㅎㅎ ~
수의사 : 왜 우리가 행복할까요? 고맙고 감사하네요. ㅎㅎ
구조대원 : 이런 일 하나하나가 모여 행복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센터에 누더기 같이 된 얘들 목욕시키고 미용해주면 며칠 안돼서 안락사 당해서 정말 맘 아퍼 이제 안 해주는데..... 힘이 나네요.
수의사 : 엄지척 사진 전송
며칠 전 고양시 동물보호센터인 반려온뜰에서 개최한 펫 플로깅(Pet Plogging) 행사 후 센터의 구조대원과 나눈 카톡내용이다.
펫 플로깅(Pet Plogging)은 펫(Pet)과 플로깅(Plogging)의 합성어로 펫과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정화활동이라고 한다. 이 행사를 반려온뜰이 국내 동물보호단체들 중 최초로 실행했다.
이날 현장에서 관리번호 1711번, 우리가 순이라고 부른 하얀 백구가 입양됐다. 관리번호는 매년 센터에 들어오는 유기동물에게 순서대로 매겨진다. 2025년 현재 관리번호가 900번대니까 순이는 올해 입소된 게 아니다. 재작년, 센터에 강아지로 입소해, 중견의 성견이 됐다.
관리번호가 이렇게 현재보다 높은 동물들은 반려온뜰의 안락사 대상 목록에 매번 올라올 수밖에 없다.
안락사! 위의 구조대원처럼 모든 센터의 직원들이 가지는 씻을 수 없는 생채기다. 그렇다고 매년 천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입소되는데 이 숙명을 피하기는 어렵다. 물론 안락사의 대상은 정상적인 사육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정도로 사납거나, 몹쓸 병에 걸려 전염되거나 회복불가능한 개체들 위주로 신중하게 선정된다. 그런 이유로 순이는 센터에서 몇 년을 생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관리번호 1711번의 센터 내에서 생존은 보장될 수 없는 것이다.
펫 플로깅(Pet Plogging)이 펫(Pet)과 플로깅(Plogging)의 합성어인데, 우리 아이들은 펫(Pet)일까? 관리번호로 통용되고, 오랜 생존이 안락사의 대상 목록에 올려야 되는 이유가 되는 장소에 있는 우리 아이들 말이다. 플로깅은 의미가 있다. 소형견들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산책을 할 수 있다. 중형견이나 대형견은 이마저 어렵다. 이런 행사가 아니라면, 이 아이들이 자신의 좁은 관리사를 온전히 떠나 새로운 흙과 공기 그리고 사람과 풍경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행사에서 펫을 지워야 할까?
아니다. 현재 통용되는 의미의 펫은 아니지만, 관리번호 1711번이 순이가 되고, 누군가의 펫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은 미래의 이름으로 펫이라는 사용을 정당화할 수 있게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온전한 반려동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을 열기 위한 반려온뜰 직원들의 의지와 헌신 그리고 누군가의 선의와 배려로 우리는 앞으로 펫이 될 아이들을 본다. 그러니 이 행사의 펫에 대해서는 토를 달지 말자.
삶이 어떻게 복음이 될 수 있을까? 이 행사 후 새로운 순이 보호자의 순이를 향한 환한 표정과 마지막까지 관리번호 1711번을 순이라고 부르며 입양을 포기하지 않은 반려온뜰 직원들의 울먹거려 어눌해지는 말투! 자원봉사자분들이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이 아이들을 산책시키며 걷는 걸음들, 그리고 우리가 줍는 쓰레기의 양에 비례하는 깨끗해진 공원, 파란하늘과 푸른 호수의 빛깔이 더 눈부셔지고, 꽃들이 더욱 아름다워졌다.
삶은 이렇게 복음이 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