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대책 부실한데… 재건축으로 1년에 5722세대 이주?

현실성 떨어지는 ‘2035년 고양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계획’  

2025-06-13     이병우 기자

2035년까지 이주세대수 6만2941세대
연간 평균 철거단지 수 12~17개 단지
시 “장항·탄현·창릉지구 이주수요 흡수”
전세시장 불안 초래, 소형평수 기피문제

[고양신문] 2025~2035년까지 11년 동안 이주세대수 6만2941세대. 연간 평균 이주세대수 5722세대. 연간 철거구역 수 약 4.4구역, 13~17개 아파트·연립 아파트 단지. 2027년 최초 이주, 2030년 최초 입주. 

지난 5일 고시된, 일산신도시를 대상으로 한 ‘2035년 고양 노후계획도시정비기본계획’(이하 고양시 계획)의 골자다. 고양시 계획에 따르면 재정비를 통해 일산신도시의 2022년(기준년도) 현재 세대수 10만4147세대가 2035년(목표년도)에는 13만1575세대로 증가한다. 2만7428가구가 증가하는 셈.

구체적으로 △재건축을 통해 2만7167세대 증가(6만1193→8만8360세대) △리모델링을 통해 261세대 증가(1748→2009세대) △단독주택 및 기타주택은 현상유지(4만1206→4만1206세대)된다. 

하지만 재정비(재건축·리모델링)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 계획이 현실화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표적 재정비 사업인 재건축의 경우, 사업성패를 가를 핵심요소인 이주대책이 부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양시 계획에 따르면 이주대책을 크게 △장항·탄현·창릉 공공주택지구 전·월세 물량 활용 △기존 영구임대 아파트를 재건축해 이주단지로 활용 등 크게 2가지로 내놓았지만 실효성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고양시 관계자는 “앞으로 준공될 장항·탄현·창릉 등 3개 공공주택지구 내 계획세대수가 약 7만7000세대가 된다. 공공주택지구 내 전·월세 물량을 활용해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건축에 따른 대규모 이주는 전세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전문가들은 이주민들의 전세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세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전월세 아파트나 영구임대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소형 평수이기 때문에 대형평수에 살던 주민들의 거부감이 나타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임대주택형 이주단지라는 특정한 단지를 마련해서 옮겨가는 개념은 다양한 수요를 갖고 있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가 내놓은 다른 이주대책인 ‘영구임대 아파트를 재건축해 이주단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불투명하다, 시는 영구임대 아파트인 백석동에 위치한 흰돌마을 4단지를 이주대책 지원형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현재 1141세대인 이 아파트를 재건축을 통해 1248세대로 증축해 이주대책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주단지로 계획된 흰돌마을 4단지를 재건축할 경우 거주 임차인들이 재건축을 위해 방을 빼야 하는 상황에 부딪힌다. 겨우 107세대를 증축하기 위해 흰돌마을 4단지를 이주단지로 만드는 것은 말 그대로 ‘재건축을 위한 재건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현행법상 이주대책 대상에서 세입자가 제외되어 이주비 지원이 불가하며, 이주 기간 내에 이주하지 못할 경우 조합과 갈등도 발생할 수도 있다. 

더구나 이주해 있는 기간이 짧지 않다는 점은 자칫 재건축에 회의적 여론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재건축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비업계는 보통 36개월을 재건축 공사기간으로 잡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소음·분진 등 환경 문제 등으로 철거 기간이 늘었고 근로자들의 주 52시간 노동이 정착된 상황이기 때문에 재건축 공사기간을 40개월로 보는 건설사들도 있다.

이처럼 이주대책이 실효성이 없으면 주민반대에 부딪혀 재건축 사업 지연→공사비 상승→조합원 분담금 증가의 악순환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