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프리즘] 잘했다는데, 학~ 씨!
[고양신문]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부상길은 거침없는 언행과 예의 없는 태도 때문에 ‘쌍길이’로 불린다. 허세 가득하고 권위적인, 그야말로 밉상이다. 허세가 들통나거나 권위가 통하지 않을 땐 입버릇처럼 “학~ 씨!”를 내뱉는다. 상대를 제압하거나 자신의 결핍과 불안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인 셈이다.
지난 10일 고양시가 ‘매니페스토 최우수 등급 획득’과 관련해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다가 부상길이 떠올랐다. 오른팔을 위로 번쩍 치켜들고 눈을 부라리며 “너 뭐 돼? 학~ 씨!”를 외치는 딱 그 모습이다.
앞서 고양시는 지난달 16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한 ‘2025 민선8기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SA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평가결과와 시민 체감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비판이 나왔다. 평가자료인 고양시의 자체 공약평가서가 제대로 된 거냐는 의구심도 일었다. 이번 보도자료는 그러한 비판여론에 대한 시 입장을 담았다. ‘고양시 SA 등급 신뢰하지 않을 이유 없다’라는 제목처럼, 왜 신뢰해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짚었다.
시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2006년부터 매년 지자체 공약 이행 결과를 발표해왔으며 “그동안 지자체들이 평가 결과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이의를 제기하거나 참여를 거부하는 경우가 없을 만큼 공정성과 공신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이제껏 이의 제기나 참여 거부 사례가 없었는데 왜 의심하느냐는 뉘앙스다. 학~ 씨!
공약 평가결과 논란에 대해서도 일일이 반박했다. 일례로 이동환 시장의 대표공약인 자유로~강변북로 지하고속도로 건설 마스터플랜 수립은 ‘건설’이 아닌 밑그림격인 마스터플랜 수립이 핵심이며 지난해 12월 완료했다고 설명한다. 낮은 사업성으로 인해 실시설계용역조차 시행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언급은 없다. 계획 수립까지만 공약했으니 실질적인 추진 가능성은 따지지 말라는 건가.
신분당선 연장, 지하철 3호선 급행, 9호선 대곡 연장 등 교통공약과 한예종 유치, 제2호수공원 조성 등이 1년 남은 이 시장 임기 내 완료될 공약으로 ‘정상추진’ 평가를 받은 데 대해선 ‘면밀한 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현실적인 진척은 부족하지만 의지, 고민, 노력이 있었으니 ‘정상’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아이 의욕 북돋워주는 칭찬상은 아닐텐데 말이다.
압권은 마지막 문장이다. ‘앞으로도 사실과 다른 내용에 기반한 과도한 지적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겠’단다. 직관적인 인상을 피하기 위해 챗GPT에 어떻게 읽히는지 물었다. ‘위협적으로 읽힐 수 있고, 정당성을 강조하기보단 불편한 인상을 줄 여지가 크다’란 답변이 돌아왔다. 친절하게도, 입장을 유지하면서 톤을 조절한 대안 문장을 제안할 테니 필요하면 요청하란다.
외부 평가가 아무리 높다 한들 시민 체감과 거리가 있다면 자화자찬에 불과하다. 왜 체감 못하느냐고 윽박지를 일은 아니다. 남은 1년, 시민이 실감할 수 있는 공약 실현을 위해선 구체적이고 납득 가능한 설명, 그리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따라야 한다. 고양시의 진짜 성적표는 ‘매니페스토 SA 등급’이 아닌, 시민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