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 칼럼] 장항습지, 국제기준 맞출 수 있다
핵심구역은 모니터링만 권장 교육 관광 연구 진행할 완충구역 고양한강공원 유휴지 활용할 만
[고양신문] 지난 2022년 코로나로 미루어 졌던 생물다양성 제15차 총회가 중국 쿤밍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동시에 열렸다. 원래 시기보다 3년이 지나 늦은 감은 있었지만, 2020년 이후 10년간 지구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때였다. 이전 10년동안 지구촌이 실행했던 생물다양성 목표인 ‘아이치타겟’의 실패를 반성하며 더 이상 종의 멸종 없이, 생물다양성이 회복되고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자리였다. 이때 수립된 것이 ‘쿤밍-몬트리올 글로벌생물다양성프레임워크(KMGBF)’이다.
이 KMGBF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네이처 포지티브’로 국내에서는 ‘더 많은 자연’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말그대로 자연 훼손은 멈추고 보호지역은 늘리며, 생물종과 서식지를 복원하여 순 자연 손실량을 제로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협약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순탄소증가량을 제로로 만들자는 탄소중립과 같은 개념이다. 여기에서 나온 목표 중에 2030년까지 보호지역을 전 지구의 30%까지 늘리고 훼손된 핵심지역 30%를 복원하자는 이른바 ‘30×30 목표’다.
그런데, 전 국민이 아시다시피 ‘보호지역’을 지정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특히 국토면적이 좁고 토지이용이 집약적인 우리나라는 더욱 그러할 뿐만 아니라, 국공유지 조차도 농임어업 활동 우선으로 토지 이용과 해양 이용이 집중되어 있어 보호지역 지정은 지역민들의 반대에 번번히 부딪히게 된다. 심지어 이미 보호지역이 지정되어 있는 한강하구습지보호지역을 규제가 없는 람사르습지에 등록하는 것조차도 공무원들의 소극적 대응과 지역민들의 보호지역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장항습지만 등록되었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30×30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애초 무리가 아닐까. 이러한 고민 속에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오이시엠(OECMs) 제도이다.
보호지역은 관련 법에 의해 엄격하게 규제되어 있으며,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권고에 따르면 핵심구역, 완충구역, 협력구역으로 구획되어 관리되어야 하고, 특히 핵심구역 내에서는 모니터링만을 권장한다. 실제 생태관광이나 교육, 연구는 완충구역에서 진행하여야 한다. 핵심구역의 생태적 특성을 훼손하는 어떤 행위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권고사항일 뿐 실상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장항습지를 보더라도 핵심구역 내에서 관행적인 농어업을 친환경적 농어업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방법이 마땅치 않다. 또한 보호지역 내에 모니터링을 전담하는 연구기관도 없다. 이 모든 것이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보호지역이 아니더라도 생물다양성이 높거나 증진시킬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장항습지와 유사하면서 교육, 관광,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완충구역을 구획하면 된다. 어디를 우선 포함해야 할까. 장항습지와 이어져 있는 대장천, 도촌천, 장항천, 대화천 등 지천의 일정구간을 포함하면 좋다. 그보다 더 중요한 지역이 있을까. 바로 장항습지와 맞닿아 있는 고양한강공원이다. 이 공원 내 절반 정도 확보되어 있는 유휴지는 장항습지 생태계를 재현할 수 있는 최적지다. 생태학에서는 이렇게 재현된 생태계를 ‘메조코즘’이라고 부른다. 이 지역에는 선버들군락과 겨울철새들, 그리고 말똥게무리들이 실제로 서식한다.
지자체 중에 하천 배후에 이런 습지를 조성한 곳이 있을까. 인천시 공촌천하구 배후습지가 좋은 사례다. 공촌천 배후 수변에 습지를 조성하여 다양한 조류와 수생식물이 서식할 수 있게 했다. 물닭과 흰뺨검둥오리, 개개비가 번식한다.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선버들 습지를 복원하고 교육과 관광, 연구를 진행한다면, 세 마리의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다. 게다가 기존 행주 군막사를 리모델링한 방문자센터를 모니터링과 교육을 할 수 있는 습지센터로 개편하면 국제기준에 맞는 보호지역 관리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내친 김에 좀더 도심으로 들어가 협력지역도 물색해 보자. 장항습지는 장항천으로 호수공원과 연결되어 있다. 호수공원 생태교육센터는 장항습지를 상설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할 수 있는 도심속 습지교육센터로 적격이다. 습지관리의 선진지인 유럽이나 일본 등을 견학하다 보면 늘 부러웠던 것이 도시 안에 보호지역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방문자센터들이 있다는 것이다. 굳이 멀리 있는 보호지역까지 찾아가지 않더라도 고급정보와 교육, 체험이 이곳에서 제공된다. 방문객을 분산시켜 주니 보호지역에도 관광압을 낮추어 좋고, 교통약자인 어린이나 노인들에게 습지를 간접체험하게 해주니 생태복지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이렇게 비호보호지역내 거점을 보호지역 관리체계 안에 들어오게 하면, 오이시엠(OECMs) 즉 자연공존지역으로 등록할 수 있다. 고양한강공원과 호수공원이 장항습지의 완충지역과 협력지역으로 공간구획이 되고 생물다양성이 관리된다는 것을 전제해서다. 자연공존지역은 생물다양성이 높은 비보호지역만이 대상이 되기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되어야 한다. 다행히 호수공원 습지는 이미 민간단체에 의해 1000종이 넘는 생물종 목록이 작성되었다. 또한 고양한강공원도 시민과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조류 목록이 작성되고 있으니 유휴지를 습지로 복원하는 노력만 좀더 보태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