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동 수령 500살 ‘삼막골 느티나무’… 장맛비에 가지 부러져

개발 위기에서 살아남은 옛 마을 상징물 “적절한 외과 조치로 추가 훼손 방지”

2025-06-23     유경종 기자
20일 몰아친 큰 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져내린 삼막골 느티나무의 가지.  

[고양신문] 장마의 시작과 함께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고양시를 대표하는 보호수 한 그루가 피해를 입었다. 지난 20일 덕양구 오금동의 수령 500년 ‘삼막골 느티나무’의 큰 나뭇가지 하나가 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진 것. 커다란 가지가 마을길을 가로막으며 한동안 차량 통행이 통제되기도 했다.

22일 현장을 찾아가 보니, 몸통에서 꺾인 굵은 가지 밑동이 울타리에 걸쳐 있었고, 통행을 가로막은 부분은 여러 토막으로 잘려 길 옆으로 옮겨져 있었다.

2022년 1월 촬영한 삼막골 느티나무 모습. 사진에서 오른쪽으로 뻗은 가지가 이번 집중호우에 부러졌다.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관리되고 있는 삼막골 느티나무는 둘레가 15m에 이르는 노거수다. 마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이 나무를 수호목으로 섬기며 신성시했다. 몸통에는 울퉁불퉁한 혹이 유독 많이 보이는데, 나뭇가지를 함부로 꺾으면 몸에 나무처럼 혹이 생긴다는 전설도 전해온다. 

수령이 오래된 노거수들이 대개 그렇듯, 삼막골 느티나무도 듬직하게 비틀린 밑동과 자유자재로 뻗은 가지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했는데, 아쉽게도 가지 하나를 잃으며 수형이 위축됐다. 원당동에서 찾아왔다는 한 부부는 “TV 뉴스를 보고 혹시나 해서 달려왔는데, 실제로 가지가 부러져 있어서 너무 안타깝다”며 나무 주변을 오래도록 맴돌았다.  

가지가 부러진 삼막골 느티나무를 찾아와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있는 방문자들.  

노고산 아랫자락에 자리한 삼막골은 오금천이 흘러나가는 방향을 빼고 나머지 세 방향이 숲으로 막혀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산골마을 정취를 지녔던 곳이지만, 현재는 주변이 개발되면서 대형 물류센터와 지식산업센터로 빼곡하다. 가까스로 개발에서 비껴난 유일한 상징물이 바로 삼막골 느티나무인 셈이다.

고양시 보호수를 관리하는 환경녹지과 담당자는 “가지가 부러진 자리는 나무의사의 진단에 따라 살균처리와 외과수술을 진행해 추가적인 훼손을 방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고양시에는 32그루의 보호수가 있는데, 매년 전문가와 함께 수목상태를 확인하고, 상황에 따라 외과수술이나 영양공급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가로 옮겨진 부러진 나뭇가지 토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