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 '첫섬' 독도, 남북 평화통일 디딤돌 될까
‘발해 1300호’ 정신 계승 위한 ‘2025 범선 타고 독도 가자’ 탐사대 순풍에 돛 달고 독도서 해맞이 안재영 영토문화관 독도 관장 “우산도가 독도" 고유영토 강조
[고양신문] 2025년 6월 19일 오전 4시55시, 국토의 동쪽 끝섬 독도에 싱그런 아침 해가 떠올랐다. 전날 오후 2시 경북 울진군 후포항을 출발한 국내 유일의 범선 코리아나호는 때마침 불어온 순풍에 돛을 달고 시속 18㎞(9~10노트)로 동해를 항해해 16시간 만에 동해 첫섬에 당도하였다. 절기상 낮이 가장 긴 하지 무렵이라 선상에서의 밤은 짧았고 아침이 붉은 불덩이를 앞세우고 금세 찾아왔다. 동도와 서도 바위섬 사이로 거짓말처럼 태양이 솟아오르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바다 고양평화누리 대표는 “독도에 입도하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데 우리는 독도 일출까지 봤으니 조상 대대로 덕을 잘 쌓은 것 같다. 이름이 바다인데도 섬에 많이 가보지 못했는데 원을 풀었다”며 감격해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2025 범선 타고 독도 가자’ 행사를 주관한 ‘영토문화관 독도’ 안재영 관장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독도는 참 묘한 존재다. 오랜 시간 차 타고 배 멀미에 시달리다가도 독도를 마주하는 순간 그동안 고생했던 기억은 사라지고 애국심이 불쑥불쑥 솟아난다”고 했다.
올해 ‘범선 타고 독도 가자’ 탐사는 27년 전 뗏목을 타고 발해의 옛 항로 재현에 나섰다가 좌초되어 숨진 ‘발해1300호’ 대원들의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기 위해 마련됐다. 탐사대는 국경선평화학교, 임진강언덕교회, 접경지역 주민, 평화활동가, 대학생, 가수 백자씨 등 20대에서 70대까지 30명으로 꾸려졌다. 범선 코리아나호에는 ‘끝나지 않은 항해, 발해1300호’란 글귀와 함께 대장 장철수, 선장 이덕영, 대원 임현규 이용호 등 4명의 이름이 적힌 커다란 깃발이 내걸렸다. 그 옆에는 ‘우리는 하나다’란 글귀가 쓰인 파란색 한반도기가 경쟁이라도 하듯 나란히 힘차게 휘날렸다.
범선에 ‘발해1300호’ 깃발 내건 이유
발해 건국 1300주년을 맞은 1997년 12월 30일, 4명의 탐사대가 물푸레나무로 만든 15미터 길이의 뗏목을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틱항을 출항했다. ‘발해1300호’로 명명된 뗏목에 탄 사람은 대장 장철수(당시 38살)와 선장 이덕영(당시 49살), 대원 이용호(당시 35살), 임현규(당시 27살)씨.
장철수 대장은 한국외대 재학 시 ‘외대독도문제연구회’를 발족해 독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궐기대회보다는, 논리적이며 과학적으로 독도가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왜 대한민국의 영토인지를 설명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 통영 출신인 장 대장은 졸업 후 ‘21세기 바다연구소’를 만들어 독도와 바다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했다.
울릉도 출신인 이덕영 선장은 평생 바다와 배밖에는 모르고 살아온 뱃사람이었다. 장철수를 만난 이후 독도에 심취하여 ‘푸른독도가꾸기’ 초대 회장을 지냈다. 촬영을 담당한 경남 마산 출신 이용호 대원은 창원대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며 각종 미술대회에서 입상할 만큼 그림 솜씨가 뛰어났다. 통신을 담당한 전남 구례 출신 임현규 대원은 한국해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아마추어 무선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아프리카 오지 6개국을 여행할 만큼 도전 정신이 강한 모험가였다.
애국심과 모험심으로 똘똘 뭉친 이들은 출항에 앞서 “발해는 고구려의 옛 영토와 바다를 통해 국가의 경영을 이룩한 해양국가였다. 우리가 찾으려는 발해의 옛길 항로는 해류를 통해 해상 활동을 했던 발해인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으로, 발해사 복원에 작은 기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직 바람과 해류에만 의존해 뗏목 항해에 나선 대원들은 25일 만인 1998년 1월 24일 뗏목이 폭풍을 이기지 못하고 일본 오키섬 앞바다에서 난파되어 최후를 맞았다.
“독도는 역사다” 선상에서 독도특강
항해 중인 범선 코리아나호 갑판 위에서는 독도 관련 진지한 세미나가 진행됐다. 강연에 나선 안재영 관장은 “독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독도를 알아야 한다”고 입을 뗀 뒤 “내가 독도운동을 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는 세 가지다. 첫째 우산도가 독도다, 둘째 독도는 고유영토다, 셋째 독도는 역사다”라고 말했다. 그는 “독도는 역사적으로 우산도라는 우리나라의 고유 영토인데도 국제법상 섬이 아니라 암초로 취급받아 유엔해양법협약에 의거해 독도 기점의 배타적경제수역과 대륙붕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1994년부터 발효된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섬(island)은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사람이 거주할 수 있고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최대 200해리(약 370㎞)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갖는다. 반면 ‘인간이 거주할 수 없거나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암석(rock)은 EEZ를 가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안 관장은 “독도에는 하루 약 400리터가 넘는 물이 나오는 물골이 존재하고, 나무도 자라고 있다,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기본조건이 충분하므로 당연히 섬(island)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일본의 딴죽걸기와 일본보다 열세인 국제적 지위로 인해 독도는 섬의 지위를 확립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서기 512년 처음 우리 역사에 선보인 우산도는 1906년 독도로 불리기 전까지 1500년간 변함없이 불렸던 독도의 옛 이름이고, 삼봉도와 가지도, 석도 등은 우산도의 별칭이다”며 “분단 이후 남과 북이 이질적인 체제 속에서도 ‘독도는 한반도의 고유영토’라며 한목소리를 낼 만큼 독도는 우리 민족의 뿌리와 역사적 정체성을 품은 땅으로, 한반도 평화 통일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도가 원래 우리 땅이었다는 중요한 근거가 되는 ‘우산도=독도’라는 기록은 여러 문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우산(于山)과 무릉(武陵) 두 섬이 울진현의 동쪽 바다 가운데 있다. 두 섬은 서로 거리가 멀지 않아 날씨가 맑으면 볼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무릉’은 울릉도, ‘우산’은 독도를 일컫는다. 하지만 일본은 신증동국여지승람 주석에 “우산도와 울릉도가 본래 한 섬이었다는 설도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우산도는 독도가 아니라 울릉도이거나 울릉도에서 동쪽으로 2㎞가량 떨어진 죽도를 말한다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동도 망양대에서 ‘홀로아리랑’ 열창
장엄한 독도 일출을 감상한 30명의 탐사대원은 범선을 타고 갈매기들의 환영을 받으면서 천천히 동도와 서도, 89개의 부속 섬, 암초를 둘러봤다. 460만 년 전 해저화산이 솟아 생겨난 한반도 고유 영토 독도는 보는 각도와 빛에 따라 다채롭고 신비로운 천혜 절경을 선보였다.
탐사대는 이어 동도 망양대에 올라 가수 백자와 함께 <홀로아리랑>과 <신독립군가>를 열창하고 “독도는 우리땅”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동도 선착장 앞에서는 송동옥 화백이 큰 붓으로 ‘우산도가 독도다’라고 갈겨쓴 뒤 참석자들이 각자의 이름을 적어넣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전날 뉴욕에서 날아온 재미동포 조원태씨는 “아무한테나 보여주지 않았던 독도의 화장기없는 맨얼굴과 독도의 숨결, 듬직한 독도의 등뼈를 만나는 쾌거를 이뤘다. 독도에서 원산까지 자주와 평화의 길을 내는 꿈을 안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이사는 “새벽 해무를 뚫고 수평선 위로 솟아오르던 독도의 일출을 바라보며 평화와 통일이라는 간절한 염원을 한마음으로 기도했던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독도문제에 대해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병호 남북교육연구소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본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란 교과서의 채택률이 낮았는데, 이제는 거의 모든 교과서가 채택할 정도로 독도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주한일본대사를 불러 유감 또는 항의 수준으로 끝내던 전례에서 벗어나, 일본 국가교육의 시정 조치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재영 영토문화관 독도 관장은 “범선 탐사를 통해 잃어버린 발해 역사와 동해 영토를 찾으려는 발해1300호 대원들의 정신을 기억하고 그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며 “탐사대원들이 ‘우산도가 독도다’라는 역사적 사실 하나만이라도 꼭 기억해주면 좋겠고, 독도를 디딤돌 삼아 한반도 평화 통일운동이 퍼져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