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위 판결 무시한 고양청소년재단... 세금으로 '부당해고 방어'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 올해부터 중단 담당직원 해고에 지노위 부당해고 판정 보상금 지급판결 무시, 중노위 항소 500만원 이상 이행강제금 부과 우려

2025-07-03     남동진 기자
지난달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고양시청소년재단의 부당해고를 인정한 판정문. 하지만 재단은 해당 지노위 판정을 이행하지 않은 채 중노위 항소를 제기해 비판이 일고 있다.

[고양신문] 고양시청소년재단 내 청소년노동인권 교육을 담당하던 계약직 직원이 사업종료를 이유로 일방적 퇴사 통보를 받은 것과 관련해 최근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지방노동위원회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재단은 이행강제금 우려에도 지노위 판결 이행을 거부하고 재심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작년 말 청소년노동인권교육 사업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부터다. 고양시청소년재단은 그동안 청소년 대상 노동인권 교육과 서포터즈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해왔으나 작년 말 시의 예산삭감을 이유로 관련 사업을 모두 폐지했다. 사업의 전면 폐지와 함께 해당 사업을 담당하던 계약직 직원 또한 해고됐다. 

해고된 계약직 직원 A씨는 “당시 계약 조건상 재계약 가능성이 있었고, 이전에도 대부분의 계약직들에 평가를 거쳐 재계약이 이뤄졌다”며 “하지만 재단 담당자들은 그저 사업 중단에 따른 예산삭감만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청소년재단은 그동안 계약직 직원에 대해 관행적으로 1년 미만으로 우선 계약한 뒤 이후 평가를 거쳐 연장하는 방식으로 채용해왔다.

실제로 재단의 '기간제근로자 관리규칙'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는 근무평가 결과 70점 이상 평점을 받으면 1년 11개월 한도 내에서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이 사건 근로자 채용 당시 기간제근로자 채용공고에도 "추후 평가를 통해 재연장 가능"이라고 명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노위 판결 또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1년 11개월 한도에서 아직 1년이 남았음에도 계약 갱신이 거절된 사례는 엿보이지 않고 계약갱신이 모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정하고 있다.  

게다가 해당 직원은 입사 당시 사업보조직 팀원으로 채용됐는데 상세 내용에 따르면 노동인권사업뿐만 아니라 상담특화사업, 행정업무 등 포괄적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안내되어 있었다. 즉 단순히 사업 중단을 이유로 해고를 통보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A씨는 지난 2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으며 지난 5월 15일 지노위로부터 청소년재단의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승소 판정을 받았다. 판정서에 따르면 지노위는 “비록 내부 업무분장상 노동인권 사업을 주로 담당했다고 해도, 다른 조건의 계약직 직원들에게는 계약갱신의 기회를 부여하고 A씨에서는 그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재단이 A씨에 대해 약 83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에 청소년재단은 해당 판결에 불복하고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 항소한 상태다. 재단 관계자는 “내규상 근로계약 갱신여부 판단에 대해 재단이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사업예산이 사라진 시점에서 해당 직원의 업무가 더는 유지될 수 없다고 판단해 계약을 종료한 것”이라며 “지노위에서 충분히 소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중노위에서는 승소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제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고양시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재단 측은 중노위 제출 서류에 기존과는 다른 해고 사유를 제시하거나, 사소한 업무 실수를 부각시키는 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또한 “처음에는 사업 종료를 이유로 해고를 통보하더니 이제 와서 마치 내가 원래 문제있는 직원이었던 것처럼 몰아가는 게 너무 화가 난다”며 “부당해고를 정당화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청소년재단이 중노위 항소를 진행하면서 앞서 부당해고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지노위 구제명령 또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노위 결정에 대해 이행거부할 경우 근로기준법 제33조에 따라 이행강제금이 내려지는데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까지 부과된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아직 지노위 판결 이행기일이 남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이행강제금과 관련해) 논의 중이다. 다만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기 전에 중노위 결정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결과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8월 7일까지 해고자 A씨에게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재단은 중노위 결정 여부(8월 20일 통보)에 관계없이 최소 500만원 이상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법적 판정조차 수용하지 않은 채 시민 세금으로 부당해고 방어에 나서는 모습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박재철 고양노동권익센터 노무사는 “공공기관이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항소를 이어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게다가 이행강제금까지 불사하면서 법적 대응을 이어가는 것은 사기업에서조차 보기 어려운 모습으로 문제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