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장과 고양시청 공무원의 존재 이유
[높빛시론]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 소장
[고양신문] 고양시청에서 일하는 공무원들과, 4년마다 선출되어 시정을 이끄는 고양시장은 공직자다. 고양시장과 고양시청 공무원들은 공직자로서 고양시민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살펴야 한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지난 3년 동안 과연 고양시민의 애환을 어루만지는 정책을 펼쳤는가? 이 질문은 시장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넘게 고양시청에서 근무해 온 국장, 실장, 과장, 팀장에게도 해당된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고양페이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고, 2025년 6월 현재까지도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1년 전에는 탄현동 큰마을 바로 옆에,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했던 ‘데이터 센터’ 건립을 고양시가 허가해 주었다.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며, 공사장 인근 도로에는 탄현동 큰마을 입주자 대표 명의로 플랜카드가 내걸려 있다.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고양시장과 고양시 공무원들에게 “시민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는 내용이다. 데이터 센터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식사동에서도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럼에도 고양시장과 고양시청 공무원들은 시민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지난 6월, 이동환 고양시장과 고양시청 공무원들은 협의 끝에 풍산동의 마지막 남은 산지 중 하나인 산황산을 밀어내고 골프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허가를 승인했다고 한다. 공직자들이 지난 10년간 이어진 고양시민들의 반대 목소리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결국 사업자의 요구에는 손을 들어준 셈이다. 산황산 숲은 앞으로 1년 내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왜 고양시청의 공무원들 그리고 고양시장은 고양시민들의 삶의 문제에 반하는 행정 처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이동환 시장과 공무원들은 ‘법령’을 앞세우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데이터 센터 허가 법령, 산황산 골프장 건설 관련 법령 등을 근거로 권한을 행사한다.
그러나 시민으로서 분명히 할 말이 있다. 데이터 센터 초기 추진 과정에서 사업자들은 담당 팀장, 과장, 국장, 혹은 시장을 직접 찾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행정 초기 단계에서 공직자들이 시민들의 불편과 우려를 진지하게 고려했다면, 사업자들은 계획을 철회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팀장과 과장, 국장, 고양시장을 거치는 행정 절차 속에서, 공직자들 중 누구 하나라도 데이터 센터의 문제점을 인식하거나 검토했는지 의문이다. 결국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고 최종 허가 단계에 이르러서야 지역 언론과 주민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미 진행된 행정 절차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는 로봇인가? 왜 고양시장과 고양시청의 팀장, 과장, 국장, 실장들은 평생을 혹은 4년의 임기를 공직자로 보내면서도, 시민들의 고통을 사전에 막지 못하고 마치 기계처럼 형식적으로 대응하는가? 시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 앞에서조차, 왜 그들은 법령과 절차 뒤에 숨으며 책임 있는 판단을 회피하는가? 공직이 단지 규정의 집행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2024년 늦가을, 고양시의회는 산황산에 골프장을 건설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이동환 고양시장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고양시장과 고양시 공무원들은 이 결의안에 대해 사실상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오히려 사업자의 환경영향평가와 건축허가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25년 6월, 고양시청은 산황산을 훼손하고 골프장을 증설하는 사업에 허가를 내주었다. 내부에서는 이동환 시장이 직접 결재한 것이 아니라, 담당 국장이나 과장이 결재했다는 식의 책임 회피성 발언도 들려온다. 책임을 분산시키려는 시도로 비쳐질 뿐, 시민을 위하는 공직자의 모습은 아니다.
산황산은 10년 넘게 고양시의 핵심 현안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는 무너지고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동환 시장에 대한 실망감은 물론이고, 지난 10년간 고양시의 그린벨트와 도시계획을 맡아 온 공무원들—팀장, 과장, 국장—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무관심과 무기력이 결국 자연과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고 있다.
일산, 원당, 능곡 등 고양시의 구도심은 물론, 라페스타와 삼송 테크노단지까지 빈 점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원당의 고양시청 주변 상권은 거의 생기를 잃은 상태다. 그러나 시민의 눈으로 볼 때, 고양시 공직자들은 이처럼 악화된 지역경제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듯하다.
지역경제를 살리라고 존재하는 ‘지역경제과’, 그리고 그 업무를 총괄하는 팀장, 국장, 부시장들은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동환 고양시장이 고양페이를 반대하면, 담당 공무원들은 "시장의 뜻"이라며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따르고, 오히려 그 입장을 정당화하는 데 더 열심인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 계엄령을 논의했을 때,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영혼 없는 국무위원들’을 떠올리게 한다. 책임 있는 행정을 기대했던 시민 입장에서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61년 이스라엘에서는 나치 전범에 대한 역사적인 재판이 열렸다. 피고는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으로, 그는 히틀러 치하의 나치 독일 정부에서 유대인들을 체포하고 강제수용소로 이송하는 실무를 총괄한 공무원이었다. 재판에서 아이히만은 자신이 단지 상부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한 공무원일 뿐이며, 개인적인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그를 전쟁범죄자로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했으며, 결국 그는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의 시신은 화장된 후 이스라엘 인근 바다에 뿌려졌고, 별도의 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재판을 밀접하게 보도하고 분석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아이히만의 죄를 ‘생각 없이 복종한 죄’로 규정했다. 아이히만은 자신이 유대인 학살을 직접 지시하거나 실행하지 않았지만, 서류를 작성하고, 명단을 정리하며, 이들을 열차에 태워 수용소로 보내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러한 ‘일상적인’ 행정 행위가 결과적으로 유대인 600만 명의 학살, 즉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이중에는 150만 명의 어린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단지 업무를 처리했을 뿐이며, 자신이 한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직접적인 살인자는 아니지만, 자신의 행위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지 않은” 무책임한 공무원이다.
정부를 세우고, 고양시장과 수천 명의 고양시 공무원들에게 시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지급하며 권한을 부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정부와 공무원은 단지 ‘돈 먹는 하마’, 세금만 쓰는 존재이다. 하지만 정부와 공직자에게 권한과 급여를 주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시민의 삶을 지키고, 시민이 겪는 고통을 예방하며 해결하기 위함이다.
4년 임기의 이동환 고양시장과 10년, 20년 넘게 고양시청에서 일해 온 공무원 여러분, 여러분의 한번의 결재가 시민의 고통을 더 아프게 할 수 있다. 산황산 골프장을 허가한 공무원들이여, 고양시장이여 당신들은 시민의 아픔을 덜어주어야 하는 존재이다. 골프장 증설 허가를 취소하여 산황산을 보호하고, 시민의 아픔을 보살피라. 존재의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