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도시 고양, 탄소중립 위해 교통체계 전환 시급“

창간36주년 기획 기후위기 대응 지속가능교통 전환이 답이다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 인터뷰

2025-07-08     남동진·김현정 기자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

교통부문 감축 목표, 국가 목표보다 턱없이 낮아
삶의 질 높이고 지역경제 살리는 교통정책 필요

[고양신문] 최근 고양시가 발표한 탄소중립기본계획 초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3106만t CO2eq에 달한다. 특히 고양시는 승용차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 구조 탓에 교통부문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매우 높다. 때문에 도시 내부교통망을 버스 등 대중교통과 보행자, 자전거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단순한 전기차 보급을 넘어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보행자·자전거 중심 도시 전환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이는 기후위기 대응뿐 아니라 시민들 삶의 질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직결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고양시 탄소중립기본계획 시민참여단에도 관여했던 고이지선 연구원을 만나 현재 고양시 기본계획의 문제점과 교통정책 전환 필요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고양시의 온실가스 배출에서 교통부문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고양시 주거 형태나 도시계획 형태가 워낙 승용차 중심으로 설계돼 있고 그 틀을 못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차 여건, 등교·출퇴근, 쇼핑 등이 모두 승용차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특히 출퇴근이나 등교보다 쇼핑할 때 자동차 이용률이 월등하게 높다. 고양시에 전통시장이 있지만 대형 쇼핑몰 위주로 자동차를 끌고 가는 미국식 쇼핑 형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삶의 형태 자체가 승용차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고양시는 대중교통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나왔는데 그를 해결하지 못한 것 같다. 승용차 등록 대수는 계속 늘어난다. 보통 코로나 이전 시기와 비교해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2019년 자가용이 39만 대였는데 지금은 44만 대까지 늘어났다. 코로나가 끝났는데도 자동차 등록 대수가 줄지 않고 있다. 

현재 고양시 탄소중립기본계획에서 교통부문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어떤 점을 가장 시급히 보완해야 하나.

탄소중립기본계획에서 전체적으로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몇 퍼센트를 줄일 것인가를 계획한다. 고양시는 종합적으로는 40% 감축을 얘기하는데 교통부분만 보면 10% 감축 계획만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교통부문은 37% 정도 줄여야 한다. 하물며 교통부문 온실가스 배출비중이 높은 고양시에서 10%밖에 안 줄이겠다는 것은 목표치가 너무 낮게 설정된 게 아닌가 싶다. 비슷한 규모의 성남시는 교통부문에서 29% 감축을 설정했다. 

교통부문 보완 대책으로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부 지자체는 도로 구조 개편 같은 내용을 탄소중립기본계획에 반영한다. 차 없는 거리를 일회성이 아닌 상시적으로 운영한다거나 도로 다이어트를 하는 방식이다. 자전거 도로 계획만 보더라도 고양시는 계획상 매년 5㎞ 정도 계속 만들겠다는 건데, 기존 1~2㎞ 정도 만들던 것에 비해 늘어나긴 했지만 자동차 도로 증가폭에 비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전반적으로 여전히 자가용 중심 프레임을 못 벗어나고 있고 정책적인 의지도 부족하다고 본다.

교통부문 탄소배출 저감대책에 승용차 이용을 어떻게 줄일 건지에 대한 계획보다는 전기차 보급 위주로 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중앙 정부나 경기도에서 예산이 내려오는 사업들, 즉 기존에 하고 있는 사업들만 하겠다는 것고 고양시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정책은 고민하지 않은 것이다.

자가용 중심에서 보행자와 자전거,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의 전환은 왜 필요한가. 어떤 효과가 있으며, 반대로 어떤 장벽이 있나.

요즘은 교통 혼잡에 대한 사람들의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사회 경제적인 악영향이 굉장히 늘어났다. 따라서 교통 전환이 이뤄졌을 때 일단 삶의 질이 올라간다. 바로 나타나는 건 대기오염 개선 효과이고, 사회 경제적인 효과도 나타난다고 본다. 15분 도시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를 예로 들어보자. 학교를 거점으로 해서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고 주변 도로교통 환경을 개선하는데, 현재 파리에는 200개 이상 이런 거리가 조성됐다. 이런 이유로 파리에서는 학교를 도심의 오아시스라고 부른다. 

처음엔 사람들이 반대할 것 같았는데, 도보 중심 환경이 만들어지고 나니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 줄 때 너무 편해진 거다. 주차장을 외곽으로 빼고 대신에 공원과 안전한 도보길을 만들면서 통학길을 안전하게 보장해 주겠다고 하니까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승용차 이용자들은 파리의 시범 도시에 대해 불만이 있는데 학부모들이나 어린이들은 전폭적인 지지자가 됐다. 지지층이 생겼기 때문에 추진 의지도 높아져 쭉 가는 상황이다. 런던도 비슷한 계획을 파리보다 더 빨리 시행했다. 런던 시장이 작년 말에 3선을 했는데 당시 좀 논란이 있었다. 도심 자동차 제한 정책을 워낙 강력하게 하다 보니 이것 때문에 떨어질 거라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3선이 된 걸 보고 그만큼 정책 지지자들이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됐다. 

우리나라도 자동차 중심의 정책과 문화적인 요인 등으로 인해 자가용 소유자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과대 대표 된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양시도 마찬가지지만 자전거나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조직화된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가 드러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시기라는 정책적인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속가능교통으로의 전환이 ‘기후위기 대응’ 외에도 ‘삶의 질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우리가 안전 문제를 많이 이야기한다. 어르신들, 아이들, 장애인들이 교통 약자에 해당할 텐데, 이분들에게 자동차는 그렇게 편한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도로 같은 것들이 개선됐을 때 정책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대중교통이 활성화 됐을 때 특히 저소득층이나 여성들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에 취업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많다. 교통권이나 이동권을 보편적인 기본권으로 일컫는 이유가, 이게 보장이 되어야만 내가 사회 참여도 할 수 있고 일자리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동 문제를 어떻게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하면서도 정의로운 관점에서 모두에게 평등하게 제공해 줄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제 점점 고령화가 진행되면 자동차 중심으로는 갈 수가 없다. 운전면허 반납이 불가피할텐데, 면허를 반납했을 때 이동이 축소되지 않고 어떻게 계속 활동할 수 있게 할지가 앞으로 화두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후 위기뿐만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이나 현재 인구의 변동을 고려했을 때도 교통 전환은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고양시와 유사한 규모나 특성을 가진 국내외 도시 중에서 참고할 만한 지속가능 교통정책 사례가 있다면.

벨기에나 암스트레담, 코펜하겐 사례를 들 수 있다. 암스트레담은 자전거 수단 분담률이 27% 정도인데, 자전거가 레저가 아니라 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은 도시를 보면서 자동차 중심 사회에서 탈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한 것 같다. 물론 승용차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자동차 중심으로만 계획이 짜여졌을 때는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악영향이 너무 많다.

암스테르담은 정책적인 방향을 확실히 자전거로 가겠다고 선언하고 꾸준히 인프라를 늘려나가고 있다. 파리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주차장을 점점 도시 외곽으로 옮기고. 비교해보니 암스트레담은 인구와 면적이 거의 고양시와 비슷하다. 고양시 경우도 덕양 쪽을 제외하고는 자전거 타기에 나쁘지 않고 지형상으로도 괜찮아 도입이 가능하다고 본다.

대중교통 정책과 관련해서는 화성시의 마을버스 부분공영제 시행을 참고할 만하다. 대다수 지자체의 버스운영이 사실상 민영제인데, 화성시는 부분 공영제를 도입하면서 기존 노선을 건드리지 않고 적자 노선이나 신규 노선만 공영제로 전환했다. 영리한 방식을 채택한 거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청소년과 노인층의 대중교통 이용률도 많이 높아졌다. 이렇게 버스공영제를 단계별로 도입하는 건 고양시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고양시도 지금 사각지대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고양시의 현재 대중교통체계(자전거 도로 인프라, 마을버스 노선 등)는 지속가능교통 관점에서 어떤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일단 대중교통 수단이 일부 지역에 너무 집중되어 있고, 반면 고봉동 같은 외곽지역은 소외되어 있다. 식사동에 최근 들어선 DRT 운영 이전에는 주민들이 자구책으로 출퇴근 버스를 운영하지 않았나. 그 정도의 문제를 행정이 그냥 손놓고 있었다. 물론 운수 사업자들과의 마찰 때문에 그런 것이긴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자전거 도로도 일산이나 화정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천변 위주에 있는 레저용 자전거 도로들이어서 다른 지역으로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등하교 시간에 학교 주변 자동차 이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도 문제다. 학교 주변 5㎞ 이내 승용차 사용 줄이기 같은 정책도 전략적으로 도입해 볼 수 있고, 학교나 학원가 중심으로 자전거 도로를 먼저 넓혀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대형 쇼핑몰 중심의 소비패턴을 어떻게 전환할까에 대해서도 관심을 둬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형 쇼핑몰은 항상 자가용 이용을 동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활성화 계획을 얘기할 때 저희 연구소가 제안하는 정책을 일부 지역에서 도입하는 게 있다. 가령 대중교통권과 전통시장을 연계해 전통시장에서 구매한 내역을 보여주면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혹은 성동구 성공버스처럼 전통시장이나 도서관 같은 곳들만 다니는 공공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방식이라든지. 기후위기 대응정책을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과 연결시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후위기 정책도 삶의 질 문제와 연계가 안 되면 수용성이 너무 떨어진다. 규제가 필요하긴 한데 규제만으로 또 정책의 안착화가 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생활과 연결시켜서 얘기할 건지가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교통전환을 실현하려면 시민 참여와 인식 전환이 중요한데, 이를 위한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서울시가 도입한 기후동행 카드에 사람들이 왜 열광하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통비에서 1만원 정도 줄이는 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물가가 많이 올라가면 교통비 절감에 크게 반응을 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출장 갔을 때 하루는 버스 요금을 내려는데 그날이 무슨 도시 기념일이어서 요금을 안 내도 됐다. 그날 하루 종일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면서 기분이 좋았다. 시민 참여와 인식, 정책과 관련된 건데 사람들이 무상 버스 체험을 해보면 확실히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인센티브가 별로 없는데 만약 무상교통으로 가게 될 경우에는 어떨까. 기존의 대중교통 이용자들도 혜택을 받지만 승용차 이용자들이 대중교통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확 늘어날거라고 본다. 

실제로 미국 캔자스시티가 2019년에 전면 무상버스를 도입했는데 그곳 시민들이 그 정책을 경험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그 도시에 대한 소속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게 나를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는 것을 보면서 이게 도시 정책으로는 굉장히 수용성이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시 탄소중립기본계획 수립에 참여하면서 느낀 한계점과 향후 보완되어야 할 과제는.

관료 조직이 갖는 문제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정치적인 의지, 시장이 탄소중립기본계획에 관심이 없다는 게 공무원들에게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고양시만의 특성을 담은 계획이 나오지 않은 건 결국 시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예산이 많이 투입되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조차 발굴하지 못한 건 공무원들도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도 기회가 있다고 보는데, 탄소중립기본계획은 매년 이행 평가를 계속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반드시 시민들의 평가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식적인 공청회로 끝날 게 아니라 정책단을 규모 있게 만들고, 정기적인 워크숍을 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이런 틀을 재설계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남동진 기자, 정리=김현정 인턴기자

이 기사는 녹색전환연구소와 리영희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