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하게 개장식하더니... 이끼마저 말라버린 공릉천 물놀이터
[현장체크] 땡볕 아래 텅빈 시설, 물비린내 진동 “개장식 후 내버려 두나?” 주민들 실망 상황 알리는 안내문도 찾아볼 수 없어 고양시 “시험운영 중… 주말에 가동할 것”
[고양신문] 고양시가 2일 ‘공릉천 발물놀이터’ 개장식을 열었다는 소식을 보도자료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렸다. 보도자료에는 개장식에 이동환 시장과 김성회 국회의원, 다수의 도시의원과 지역주민이 참석했고, 어린이들이 시원한 물놀이를 즐겼다는 소식을 담았다.
지자체가 무료로 운영하는 물놀이터는 무더운 여름 주민들의 호응이 가장 높은 시설이지만, 그동안 중산동, 식사동, 향동, 지축동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 근린공원에만 조성돼 구도심 지역 주민들에게는 가보기 힘든 시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관산동 구도심과 인접한 공릉천 원당교 인근 둔치에 발물놀이장이 개장했다는 소식은 주민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8일 직접 찾아가 본 현장은 기대를 무너뜨렸다. 원당교에서 내려다보니 개장 소식이 무색하게 이용자 한 명 없이 땡볕 아래 텅 빈 시설물만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물놀이장에 물이 거의 채워져 있지 않았고, 바닥에는 얼룩덜룩한 이끼에 물비린내까지 진동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생태하천과에 전화를 해보니 “발물놀이장이 아직 정상 가동되는 건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설은 마무리됐지만 아직 준공이 나지 않았고, 준공 절차를 마친 후 시설 운영주체인 덕양구 하천담당부서에 인수인계한 후 정상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럼 왜 준공도 나지 않은 시설을 성급히 ‘개장식’을 열고 보도자료까지 낸 걸까? 시의 답변은 “시험운영 기간에 주민들이 한 주라도 빨리 물놀이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물을 빼고, 청소하고, 다시 채우는 절차를 거쳐 돌아오는 주말과 휴일(12~13일)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범운영 기간이라면 가동 일정을 명시한 현수막 등이 현장에 게시됐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는 현 상황을 알리는 일체의 게시물이나 안내문을 찾아볼 수 없었다. 눈에 띄는 건 아직 제거되지 않은 공사 안내 현수막과 개장식 안내 현수막뿐이었다.
둑방 위에서 만난 주민들도 “며칠 전 개장식은 거창하게 했는데, 이후로 아무도 와 보지 않는 것 같다. 개장을 한 건지, 안한 건지 도통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정 홍보와 보도자료 작성을 위한 보여주기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새로 조성된 ‘공릉천 발물놀이터’는 기존의 근린공원 물놀이장과 같은 ‘어린이물놀이용 수경시설’로 분류되지만 시설이 훨씬 간소하게 만들어졌다. 미끄럼틀, 분수 등의 물놀이시설이 일절 없고, 발을 담글 수 있는 담수공간만 타원형으로 넓게 펼쳐져 있는 구조다. 보호자들이 자리를 잡게 될 그늘막 역시 최소한의 규모로 설치됐다. 이유는 장소가 하천 둔치이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호우 시 침수될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 인공시설물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신 하천의 자연환경과 어울리도록 주변에 잔디마당과 갈대숲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공릉천 발물놀이터는 최대 150톤의 물을 담을 수 있고, 최대 수심은 3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