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사랑하고 선녀가 반한 원시자연 마을숲

고양 마을숲 생태탐사 (2) 옥녀봉 굴참나무 아래 다래 주렁주렁 울창한 숲, 깊은 산속 들어온 느낌 북한산과 생태적 연결성 높아 정상 주변은 군부대 철조망 삼엄 

2025-07-11     박경만 기자
고양신문 마을숲 탐방객들이 지난달 27일 옥녀봉에서 손수건 위에다 숲을 만드는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마을숲 탐방객들이 각자의 손수건 위에 나무를 만들고 있다.

[고양신문] 백두대간 백산 분기점에서 시작된 한북정맥의 산줄기는 북한산 우이령과 상장봉 능선을 지나 고양 땅인 노고산 옥녀봉(204m)에 이른다. 고양시 덕양구 오금동에 자리한 옥녀봉은 북쪽으로 공릉천, 남쪽으로는 창릉천 수계가 교차하는 생물다양성 중요지대(핫스팟)로 꼽히는 곳이다. 노고산 아래 삼막골은 오금천의 발원지로 옥녀봉으로 흐르는 삼막골 계곡은 도룡뇽이 서식할 만큼 청정지역이다. 
옥녀봉의 옥녀(玉女)는 미인을 뜻하는 대명사로, 옥녀봉에는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거나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2007년 산림청 발표에 따르면, 옥녀봉이란 이름은 전국에 39곳이 있으며, 봉화산(47곳)과 국사봉(43곳)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가장 흔한 봉화산은 정상에 봉화대가 설치된 데서 유래하며, 국사봉은 마을이나 나라에서 제사를 지낸 ‘국사당(國師堂)‘이 있던 곳이라는 뜻으로 쓰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름철새의 달콤한 사랑노래
지난달 27일 오전 9시 오금상촌공원에 모인 ‘고양신문 마을숲 생태탐사단’은 왕복 4차로의 일영로를 건너 옥녀봉 산자락에 들어섰다. 작은 도로 하나를 건넜을 뿐인데 울창한 숲에 새들의 맑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져 깊은 산속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번식기에 되지빠귀와 뻐꾸기, 검은등뻐꾸기, 꾀꼬리, 산솔새 등 여름철새의 노래(song)가 끊이지 않은 것은 이곳이 새들의 번식지로 적합한 숲이라는 것을 뜻한다. 여름새들이 목이 터지도록 달콤한 사랑 노래를 부르는 것은 암컷에게 잘 보여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려는 수컷의 간절한 전략이라고 한다. 철새들에 앞서 번식에 성공한 텃새인 박새와 쇠박새 부부는 갓 태어난 어린새들을 데리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비행과 먹이잡기 등 야생 적응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옥녀봉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김윤선(왼쪽) 숲해설가와 마을숲 탐방객들. 숲내초등학생 박선우(왼쪽에서 두 번째)군은 뻐꾸기 소리 흉내를 잘 내 탐방객들로부터 인기를 독차지했다.
숲에서 손을 맞잡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시민들.
탐방객들이 옥녀봉 중고개 앞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심호흡하고 있다. 

탐방로를 따라 스님들이 많이 왕래했다는 중고개 쪽으로 올라가자, 인근 군부대에서 들려온 사격훈련 소음 때문에 새들의 노래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전문가 조사 결과 옥녀봉에서 조류는 9과 9속 13종이 확인되었다. 김동원 조사원(삼육대 동물자원학과 4)은 “종에 비해 개체수가 많고 숲과 농경지, 계곡이 골고루 있어 조류의 서식 환경이 좋은 편이다. 다만 사격장 소음은 번식을 교란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굴참나무 아래 핀 은방울꽃 
옥녀봉은 오랜 세월 오금동 주민들이 관리해온 마을숲답게 정상부 능선을 따라 밤나무와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신갈나무군락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그 아래로 다래와 산딸기가 탐스럽게 열매를 달고 있고, 산초나무, 생강나무, 개암나무, 누리장나무, 국수나무 등 맛과 향기 체험이 가능한 관목들이 널려있었다. 참나무과 가운데서도 수피가 물렁한 굴참나무군락이 발달해 숲이 비교적 안정적 상태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굴참나무는 더디게 자라 2년에 한 번씩 도토리를 키우지만 목질이 단단해 가구와 오크통의 원료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탐방로 주변에는 은방울꽃, 애기나리, 파리풀이 소규모 군락을 이루고 고사리류와 담쟁이덩굴이 넓게 퍼져 있었다. 계곡부에는 물푸레나무, 신나무, 물오리나무 등 물기 많은 땅을 선호하는 식물들이 자리잡았다.
다만 숲 초입부에 자리한 화훼농원과 조경업체에서 유입된 원예종이 숲 가장자리에서 야생화되는 것이 관찰되고 있어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특히 은사시나무, 튜울립나무 등 도입종과 서양등골나물, 단풍잎돼지풀 등 생태계교란종이 숲 내부로 확산하고 있어 초기 제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 조사 결과 옥녀봉에는 83과 140속 185종의 관속식물이 확인되었다. 

애기똥풀을 꺾어 관찰하고 있는 숲 탐방객들
에코코리아 소속 김지선(오른쪽) 생태해설사가 옥녀봉 들머리에서 숲해설을 하고 있다.
옥녀봉에는 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유난히 많다. 

식물과 곤충 종다양성 높아
북한산과 생태적 연결성이 높은 옥녀봉은 다양한 식물이 출현하며 곤충의 종다양성이 꽤 높았다. 기주식물인 산초나무와 산형과 식물이 풍부한 덕분에 호랑나비가 다수 눈에 띄었으며, 활엽수림에 주로 서식하는 기후변화생물지표종인 사슴풍뎅이와, 생태계교란종인 갈색날개매미충, 꽃매미도 관찰되었다. 대벌레와 붉은등우단털파리가 대발생하는 등 옥녀봉에서 곤충류는 41과 68속 70종이 확인되었다.
양서류는 참개구리 사체(조류 포식 추정)와 무당개구리, 큰산개구리 성체 등 2과 3속 3종이 확인되었으며, 포유류는 멧돼지와 고라니, 너구리, 두더지 등 4과 4속 4종이 확인되었다. 멧돼지는 먹이질과 비빔목, 털 등의 흔적이 관찰되었으며, 동물의 이동이 예상되는 지역에 설치한 관찰카메라를 통해 고라니와 너구리 3개체가 확인되었다. 고양 마을숲에서 멧돼지 흔적이 발견된 것은 지난해 6월 개명산에 이어 두 번째다. 
한편, 고양시의 많은 마을숲처럼 옥녀봉도 서울을 방어하는 군사요충지로 여겨져 북한산 조망이 뛰어난 정상이 군부대와 가시철조망으로 꽁꽁 묶여 출입이 제한된 점은 탐방객들에게 다시 한 번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이은정 에코코리아 사무처장은 “식물과 곤충의 다양성이 높고, 이를 먹이로 하는 조류, 초식성 또는 잡식성 포유류의 출현이 확인되어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 개울이 발달해 큰산개구리, 무당개구리 등 산지성 양서류의 서식지로의 가치도 높다”고 말했다.

취재 도움: 에코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