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1/3이 도로에서 발생하는 고양, 교통정책 전환 없이 탄소중립 어렵다

[창간 36주년 기획] 기후위기 대응 지속가능교통 전환이 답이다①

2025-07-12     남동진 기자

최근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탄소중립 방안으로 ‘지속가능 교통’이 주목받고 있다. 지속가능 교통이란 기존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의 전환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는 교통정책을 뜻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사는 도시를 보다 살기좋은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특히 고양시는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교통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8년 기준 고양시의 전체 온실가스 관리권한 배출량 중 도로수송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경기도 전체에서 3번째로 높은 배출량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로드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통부문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현재 자동차 중심으로 구성된 도시 내부 교통망을 보행자와 자전거,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에 고양신문은 녹색전환연구소와 리영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번 호부터 지속가능한 교통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목표 실현, 나아가 도시 내 불평등 해소와 삶의 질 향상을 모색하는 기획취재 시리즈를 진행한다. 첫 번째 순서는 최근 발표된 고양시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서 지속가능 교통정책 도입에 대해 다룬다. 

①고양시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지속가능 교통정책 방안
②공공교통 필요성과 마을버스 공영제 가능성
③고양시 내부 교통인프라 문제점 : 승용차 없는 일주일 체험
④데이터를 통해 살펴본 고양시 교통불평등  
⑤버스공영제 사례: 화성시 부분 버스공영제, 성동구 공공셔틀버스
⑥승용차 대신 대중교통 가능할까: 교통소외 지역 FGI 인터뷰
⑦고양시 도심 내 자전거 인프라 현황 및 문제점
⑧기후위기 대응 위한 지속가능 교통정책 연계 방안은
⑨지속가능한 교통도시 만들기 고양시민 토론회 

일산서구 대화역 중앙버스전용차로 전경(사진= LH경기북부지역본부)

 

[고양신문]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이라는 말조차 무뎌졌다. 7월이 막 시작됐을 뿐인데 벌써 40도에 육박하는 여름 날씨를 맞이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경고해온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 마지노선이 무너지는 것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탄소배출을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기후 재난의 속도를 늦추자는 탄소중립 목표는 이제 국가적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현실화 되면서 탄소중립을 위한 지방정부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는 김동연 도지사 취임 후 2023년 9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대응전략(스위치 더 경기)을 발표했으며, 작년 5월 광역지자체 차원의 탄소중립 법정계획을 담은 ‘경기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해 환경부에 제출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경기도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2033년까지 45%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위기관인 경기도의 계획에 따라 고양시도 지난 6월 자체적인 탄소중립 이행목표를 담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안에 따르면 고양시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36%, 2034년까지 39%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구체적인 이행방안으로 총 5개 부문, 19개 전략, 105개 세부사업을 제시했으며,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약 1조8900억원, 2034년까지 총 2조8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담았다. 

2030년 교통분야 탄소감축 목표 고작 10% 
자가용 억제, 대중교통 분담률 확대 시급 

고양시의 탄소배출 현황을 살펴보자. 2018년 기준 고양시의 관리권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경기도 내에서 수원(638만톤)과 용인(642만톤)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578톤CO2eq(이하 톤)으로 나타났다. 관리권한 배출량이란 산업분야 등을 제외한 지자체의 관리권한 책임이 있는 분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규모를 뜻한다. 즉 해당 배출량은 탄소중립을 위해 고양시 스스로 책임져야 할 몫이다. 

하지만 고양시는 이번 기본계획에서 국가와 경기도의 탄소중립 이행목표인 2018년 대비 2030년 감축률 40%, 2033년 45%에 못 미치는 목표치(2030년 36%, 2034년 39%)를 내걸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교통부문에 해당하는 도로수송 분야에서 2030년까지 고작 10%의 감축 계획안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대규모 산업시설이 부재한 고양시의 경우 에너지 산업이나 제조업, 건설업 분야에서 차지하는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배출량의 상당부분은 수송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실제로 2020년 기준 고양시 전체 온실가스 중 수송분야 비중은 3분의 1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배출량 또한 전국 평균 대비 약 3배에 달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고양시가 수송분야 감축 목표치를 낮게 잡은 것은, 탄소중립에 대한 정책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출처: 제1차 고양시 탄소중립 기본계획(2025~2034)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가 차원에서도 교통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약 37%를 줄여야 하는데 고양시가 10%만 줄이겠다는 것은 목표치를 너무 낮게 설정한 것”이라며 “비슷한 규모의 성남시가 교통 부문에서 29% 감축 계획을 발표한 것과 비교된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고양시 수송 분야 온실가스 배출의 근본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이용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부재하다는 점을 비판했다. 고이지선 연구원은 “전기차 보급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고양시 특성상 수송 분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가장 많고 1인당 승용차 등록대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통제하지 않고서는 수송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은 사실상 어렵다”고 진단했다. 대중교통 분담률 확대 등을 통한 승용차 억제 정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탄소중립 목표 이행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고양시는 자가용 이용률이 높은 도시다. 2022년 12월 기준으로 총 45만2846대의 자동차가 등록돼 있는데 이는 2018년 대비 약 11% 증가한 수치다(연평균 2.8% 증가). 이중 절대다수인 86.5%가 승용차인데 주요 원인은 고양시의 열악한 내부 대중교통망 문제와도 연결된다. 실제로 경기도 여객통행실태 교통분석보고서(2019)에 의하면 고양시민들의 이동 시 교통수단은 승용차 이용률이 51%로 버스와 지하철 등을 합한 대중교통 전체 이용률보다 높았으며 이중 절반 이상은 고양시내 통행용(58%)이었다. 특히 내부이동 차량비중은 고양동, 관산동, 고봉동 등 대중교통 소외지역일수록 더욱 높았다. 

이는 승용차 중심으로 발전해 온 고양시 도시설계 문제와도 연결된다. 일자리와 생활, 소비 등 도시 내 삶의 전반적인 영역이 차량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보니 시민들은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불편함을 견디기 어려운 조건이다. 자가용 이용률이 늘어남에 따라 도로와 주차공간을 늘어나는 반면 보행자나 교통약자,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정책은 갈수록 왜소화되고 있다. 시민들의 발이 되어야 할 마을버스는 업체들의 재정난과 기사 부족 등을 이유로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고이지선 연구원은 “고양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결국 자동차 중심 도시에서 보행자 중심 도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승용차 이용 감축 정책과 대중교통 공영제 도입, 자전거 인프라 확대 등이 동반되어야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승용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 도시로
최근 기후위기 대응 방안 중 하나로 관심을 모으는 지속가능 교통 정책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과 연관된다. 지속가능 도시 네트워크 이클레이(ICLE)가 표방하는 ‘지속가능한 교통’은 기존 자가용 중심 도시교통을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하고, 사회적 약자도 접근할 수 있으며,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는 교통구조로 총체적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손봉희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부소장은 “도시 정책의 방향이 ‘자동차를 친환경차로 대체하자’가 아니라 ‘자동차 의존도를 낮추자’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도시 공간의 재설계가 동반돼야 한다. 걷기 좋은 도시, 자전거 이용이 편리한 도시, 대중교통 연계가 쉬운 도시가 돼야 시민이 자발적으로 자가용 이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걷기, 자전거, 대중교통 같은 ‘모두를 위한 교통’을 중심에 두고, 탄소 배출도 줄이는 방식으로 도시를 재구조화해야한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고양시를 비롯한 대다수의 지자체들의 자가용 중심의 정책을 펼쳐왔다면 앞으로는 보행자>자전거>대중교통>공유자동차>자가용 순의 교통정책 우선순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행자>자전거>대중교통>공유자동차>자가용 순의 교통정책 우선순위 재구조화 필요성을 나타낸 자료 (출처: 녹색교통운동 김광일 사무처장- '기후위기와 대중교통 중심전략' 발표자료)

 

지속가능한 교통은 단순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교통전환을 통해 대기오염과 교통혼잡이 개선되면 그만큼 시민들의 삶의 질은 올라간다. 사회경제적인 효과도 크다. 고이지선 연구원은 “대중교통이 활성화 됐을 때 특히 저소득층이나 여성들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에 취업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많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 주요 도시들은 일찍부터 지속가능한 교통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대표적으로 덴마크 코펜하겐의 경우 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기존 차량 중심 교통정책을 자전거와 도보 중심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코펜하겐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현재 코펜하겐은 총 397㎞의 자전거 도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으며 출퇴근과 등하교를 위한 교통수단의 45%가 자전거로 이뤄지고 있다. 코펜하겐 시민들은 74만4500대 이상의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는 자가용보다 5배 많은 수치다. 코펜하겐 시정부는 이러한 자전거 이용을 통해 매일 630만 유로, 연간 23억 유로의 사회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손봉희 부소장은 “코펜하겐의 지속가능 교통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이 자가용이 아닌 다른 이동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과 인프라를 투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펜하겐은 자전거 도로 및 신호등, 자전거 네트워크, 타 대중교통과의 연결성을 만들어서 실제로 자전거가 제일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도시 인프라를 조성했기 때문에, 자전거 중심 정책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고양시 또한 2021년 고양연구원 조사 당시 시민 73.5%가 보행자 중심 도시정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차량중심 16.3%)된 만큼, 충분한 선택지만 제공된다면 시민들이 지속가능 교통정책 전환에 대해 동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덴마크 코펜하겐 시의 자전거 이용자 풍경(출처: VisitCopenhagen)

손 부소장은 “이러한 교통정책은 단순히 교통부서에서만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도시 비전 속에 함께 반영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으로 각광받고 있는 파리 ‘15분 도시’와 바르셀로나 ‘슈퍼블럭’ 사례 또한 모두를 위한 도시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구현된 교통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도시 모두 도심 중심부 차량 통행을 억제하고 기존 승용차 중심 인프라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했는데 여기에서 시민 참여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가령 파리의 경우 15분 도시 추진과정에서 도심 내 주차 공간을 쉼터로 바꾸거나, 기존 도로를 보행자 전용거리로 만드는 과정 모두 시민들의 제안을 통해 나왔다. 전문가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들이 공간개선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시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평가가 좋을 경우 이러한 시민들의 이니셔티브는 제도화된다.

뉴욕시 또한 올해 1월 혼잡 통행료 제도를 도입해 차량 통행량을 완화하는 등 점차 차없는 도시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추세다. 혼잡 통행료는 승용차 1대당 평균 9달러, 대형 트럭 1대당 최대 21.60달러까지 부과되어 뉴욕시 재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량억제 정책은 뉴욕시 주변 보행자 통행량을 늘려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증대로 이어졌으며, 시민들의 지하철 이용을 유도해 지하철 내 범죄 감소에도 기여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현재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인 만다니는 ‘무상버스 전면실시’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사는 녹색전환연구소와 리영희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