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시대·AI 100조 투자… 한국경제 새판짜기, 고양시의 선택은?”
제69회 고양경제포럼 - 박시동 경제평론가 한국경제 새판짜기와 현명한 투자전략
새 정부 들어 시장 패러다임 변화
전자주주총회와 이사 충실의무 등
상법 개정 완료·기업 밸류업 추진
AI 100조·에너지 고속도로 인프라
“코스피 5000 증명의 시간 열려”
[고양신문] 코스피 5000시대는 꿈일까, 현실이 될까? AI에 100조원을 쏟아붓겠다는 정부의 야심 찬 계획은 우리 경제를 어떻게 바꿀까? 에너지 고속도로가 산업지도를 재편하고,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통화시장을 뒤흔든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는 일부 전문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고양시의 미래가 걸린 절박한 질문이다.
고양경제포럼(회장 이상헌)이 9일 소노캄 고양에서 개최한 제69회 정기모임에서 연사로 나선 박시동 경제평론가가 한국경제의 거대한 ‘새판짜기’의 흐름과 그 속에서 개인과 기업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주주 친화 정책으로 시장 정상화
박 평론가는 ‘한국경제 새판짜기와 현명한 투자전략’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이 주식시장의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시대 공약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2단계 로드맵에 기반한다”며 “첫 번째는 주식시장을 매력적으로 정상화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 시장에서 이기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시동 평론가는 한국 주식시장이 그동안 ‘울퉁불퉁한 흙바닥’,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고 진단하며 이를 정상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 원인으로 6가지 문제점을 꼽았는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이었다. 기존 상법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 한정함으로써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얼마 전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명시함으로써 경영진이 주주에게도 손해가 가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하는 책임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평론가는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물리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전자주주총회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주주들이 경영 활동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주 친화적인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러한 상법 개정이 “우리 시장 개혁 조치의 첫발”이라며 “비로소 주주가 사람다워진 혁명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자사주 ‘마법’에서 의무‘소각’으로
두 번째 단계인 ‘이기는 게임’을 위한 조치들도 차례로 도입될 예정이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자사주 의무소각이다. 박 평론가는 “그동안 자사주를 ‘마법’이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확 다 태워버리겠다는 것”이라며 “애플은 1년에 자사주 소각에 80조원을 쓰는데 우리는 자사주를 사놓고 소각을 안 해서 재벌들끼리 서로 자사주를 주고받으며 회삿돈으로 지배권을 지키는 수단으로 써왔다”고 비판했다.
‘저PBR’ 기업 퇴출 정책도 중요한 변화다. 그는 “우리나라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8인데 이는 비정상”이라며 “이는 자산 가치보다도 주가가 낮다는 뜻으로, 일부러 자산 재평가를 안 하고 상속세를 줄이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를 1.0으로 정상화하면 코스피 3000은 기본이고, 1.8까지 올라가면 코스피 4000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시장이 믿기 시작한 정부 의지
박 평론가는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 의지를 강조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미 이러한 변화를 신뢰하고 국내 주식시장에 순매수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개월 동안 순매도를 계속했던 외국인이 5월부터 순매수로 돌아섰고 골드만삭스가 코스피를 3100으로 높여서 전망한 것은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가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구체적인 투자 기회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100조 투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 IT 산업 육성과 같은 대 폭발적 성장을 가져올 것이고 관련 기업들에 막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가 대한민국 산업지도를 바꾼 것처럼 에너지 인프라를 혁신해 관련 산업 생태계를 재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은 금융시장에 혁명을 가져오며 새로운 결제 및 보안 관련 기업들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대감에서 증명의 시간으로
박시동 평론가는 이러한 거대한 ‘한국경제 새판짜기’의 흐름 속에서 고양시도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고양시도 지역 화폐 발행을 재개하고 중앙정부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한한령’ 해제 등 중국 시장 재개방 가능성에 따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을 예상하면서 공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가진 고양시가 엔터 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수도권 집중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고려할 때 고양시 내 부동산을 통한 경제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평론가는 “지금까지는 기대감으로 시장이 움직였다면, 이제부터는 증명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은 이미 통과됐고, 소버린 AI 사업자 지정, 에너지 고속도로 예산 수립, 하반기 성장 실적 등이 이제 막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서 차례로 검증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 한 참석자가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정책이 기업의 성장 동력을 약화할 우려는 없나”고 질문하자 박 평론가는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사와 같은 일이 너무 많이 반복돼 한국 시장의 기업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왔다”라면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이고, 미국처럼 주주와 경영진이 서로 믿는 합리적 시장으로 가려면 이런 과정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김성회 국회의원, 신인선 고양시의원 등 정치인과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전미옥 중부대 교수, 강우람 한우물 대표, 김정학 기현몰드테크 대표, 서지우 정옥건설 이사 등 학계와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한 이 날 포럼에서 박 평론가는 “변화와 혁신을 이어가며 강력한 실행력을 보여주는 정부의 의지가 시장에 확신을 주고 있다”며 “이제는 개인과 기업이 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