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봉지 놓고 화투도 놓고, 함께 마을숲으로 가요
치매예방 위한 숲치유 프로그램 <경로당 마을숲 친구들> 운영 사과나무의료재단 고양신문 함께 160개 경로당 3000여 명 참여
고양시 경로당 1050곳의 가치
[고양신문] 고양시에는 1050곳의 경로당이 있습니다. 전국 254곳의 시군구에 있는 경로당을 모두 합하면 6만8000곳이나 됩니다. 우리나라처럼 경로당이 마을마을마다 촘촘히 있는 나라는 없다고 합니다. 경로당은 이웃이 함께 의지하며 살았던 옛 마을의 전통이요, 문화였습니다. 고양은 대단위 아파트단지 개발사업이 진행되며 수많은 옛 마을이 사라졌지만, 다행히 경로당 문화는 살아남았습니다. 아파트마을 곳곳에 경로당 공간이 만들어졌고, 낯선 이웃들이 모여 친구가 되고 언니 동생이 되었습니다.
경로당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사회의 대안적 노인복지 공간이 될 수 있는 아주 귀중한 공간입니다. 그러나 지역사회는 경로당을 선거운동 할 때 꼭 들러야 하는 곳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경로당 회원들은 경로당을 밥 먹는 곳, 화투 치고 바둑 두는 곳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로당이 품고 있는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지는 못했습니다.
고령화 사회 대안복지공간 경로당
경로당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사회에서 경로당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다른 도시들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고양의 경로당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까요. 마을 곳곳에 있는 경로당이 노년층의 삶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대안적 복지공간이 될 수는 없을까요. 경로당마을숲친구들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된 프로그램입니다.
경로당 회원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고민이 건강문제입니다. 이미 제대로 걷지 못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보통 5~6가지의 약봉지를 들고 다니십니다. 가장 큰 걱정은 치매입니다. 내가 나를 잃어버리고, 내 자식도 잊어버리는 끔찍한 시간이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 아니 걱정을 넘어 두려움과 공포로 다가옵니다.
<경로당마을숲친구들>은 누구에게나 닥칠 치매의 공포를 생활습관으로 예방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약봉지와 건강식품, 보약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에 의존하며 사는 생활로의 전환입니다. 막대한 건강보험비용과 장기요양급여비용 등 정부의 공공예산을 줄일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숲의 치유력, 약보다 안전하고 확실해
첫 도전은 경로당 가까운 숲으로 가보는 겁니다. 매일매일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마을숲에서 걷고, 운동하고, 명상하고, 놀고, 웃고, 대화를 나눠보는 겁니다.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일을 경로당 친구들과 같이 해보는 겁니다. 숲의 치유효과는 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이미 입증됐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있습니다.
산림청 홈페이지에는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혈압이 7.7% 내려가고, 우울증 지수는 63%나 떨어지고, 면역세포인 NK세포는 40.7% 상승한다고 공지해 놓았습니다. 정부가 공인한 자료이니 의심 없이 믿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자료를 믿는다면 혈압약보다, 우울증약보다, 숱한 건강식품보다 숲이 더 안전하고 빠르게 우리 몸을 치유합니다.
약봉지를 놓고 숲으로 가야 합니다. 나아가 정부의 의료정책에 숲 치유의 효과를 반영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약을 팔기 위해 병을 방치하는 의료시장, 병이 생긴 후에나 도와주는 의료정책에서 벗어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자연의 힘에 의지하며 우리 몸이 가진 면역력의 힘을 키우는 ‘건강자립’을 돕는 정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연의 일부로서 나와 우리의 생명존엄성을 회복하고, 집안의 돈과 국가의 예산도 아낄 수 있습니다.
삶의 질 높이고, 국가 재정 아끼는 실험
사과나무의료재단과 고양신문은 지역사회의 <경로당마을숲친구들>을 통해 경로당과 함께 숲과 이웃에 의지하며, 치매와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 보고자 합니다. 사과나무의료재단은 일부 경로당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전후의 구강미생물 검사와 인지선별검사를 진행해 프로그램의 효과를 데이터로 살펴볼 수 있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가 지역을 넘어, 막대한 국가재정이 투자되는 치매와 질병을 예방하고 노년의 삶의 질을 회복하는 소중한 디딤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경로당마을숲친구들> 어떻게 진행되나
경로당 가까운 마을숲 걷고 명상하고 운동하고
나무와 꽃 이름 익히고 놀고 대화하고
치매예방을 위한 숲치유프로그램 <경로당마을숲친구들>은 지난해 산림복지기금 공모사업에 선정돼 올해 3월부터 진행됐습니다. 첫 관문은 160개 경로당, 3200여 명의 참여자를 모집하는 ‘거대하고 무모한’ 계획을 실현하는 일이었습니다. 대한노인회 덕양구지회와 일산동구지회 일산서구지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별 경로당의 참여를 권했고, 상반기 목표 100곳의 경로당이 무사히 모집됐습니다. 60개 경로당은 7, 8월 모집해 9, 10월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20명의 산림치유사와 300여명의 보조활동가도 잘 모집돼 단기 교육과정을 거치고 현장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숲치유 프로그램은 경로당별로 8회, 매주 1회씩 두달간 진행됩니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회원들을 위해 경로당 안에서 몸풀기 운동을 하고, 가까운 공원이나 숲으로 가서 산책하고 명상합니다. 나무 하나 꽃 하나 익히고, 나의 나무를 정하고 숲과 친밀해지는 시간을 갖습니다. 같이 어울려 놀며 차를 마시며 대화하고 서로 친밀해질 수 있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프로그램은 경로당별 상황에 따라 회원들의 요구에 따라 다소 변경될 수 있습니다.
현장은 늘 상상과 다르고, 다양하기만 합니다. 회원들의 건강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서 밖으로 모시고 나가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숲으로 가는 일보다 화투가, 바둑이 더 재밌다며 따라나서지 않는 회원들을 설득하는 것도 큰 일입니다. 반대로 기대보다 활기차게 참여하는 경로당도 많습니다. 작은 디딤돌을 놓았는데 벌써 삶의 활력을 회복하는 회원들도 있습니다. 기대와 실망,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프로그램을 더 세밀하게 보완하고, 산림치유사와 활동가의 역량을 강화하고, 경로당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동기를 더 마련해야 할 상황입니다. 다양한 요구에 다양하게 반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한다면, <경로당마을숲친구들>은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경로당마을숲친구들> 참여 경로당 ‘이런 점이 좋네요’
소년소녀로 돌아간 시간 경로당 활성화에도 도움됐어요
-이희수 문촌 14단지 경로당 회장
숲치유사 강사님이 진행을 잘 해주셔서 회원들의 호응이 높다. 경로당 밖으로 나가서 나무를 보고 꽃을 보는 시간 그 자체가 즐겁고 좋았다. 숲 체험 활동을 하면서 유년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며, 소년 소녀로 돌아간 듯한 기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경로당 회원들이 이 프로그램을 좋아해 주어서 고맙고, 경로당 활성화에 도움이 되어 회장으로서 보람이 크다. 무엇보다 회원들의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고, 치매와 질병을 예방하는 건강한 습관을 키울 수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하다.
명상하고 놀며 서로 친해지고 같이 걸으니 몸과 마음 건강해져요
-이혜옥 향동 두산위브더퍼스트 회장
숲에서 명상하고 호흡하는 것이 참 좋았다. 숨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명상을 통해 마음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재미난 놀이를 함께 하며 함께 웃고, 서로를 새롭게 알게 되고, 더 친밀해졌다. 특히 혼자 걷기는 귀찮아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함께 걸으니까 동기부여도 되고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진 것 같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경로당에서 건강을 지키고 병을 예방할 수 있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차와 간식이 있어 더 좋았다. 8회가 너무 짧아서 아쉽고 다음에 또 참여하고 싶다.
안에만 있다 밖으로 나가서 좋고 나무와 꽃 배우는 시간 즐거워요
-정강지 은행마을 1단지 경로당 회장
그동안 경로당 안에서만 생활했는데 이 프로그램 하면서 밖으로, 숲으로 나가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무와 꽃을 좋아했지만 정작 나무와 꽃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는데, 숲 해설을 통해 소나무 잎이 몇 갈래인지, 단풍나무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가는 재미가 컸고, 그 시간이 참 즐거웠다. 다리가 불편해서 밖으로 못 나가시는 분들도 경로당 안에서 하는 스트레칭에 참여할 수 있어 좋았고, 그분들의 반응도 좋았다. 여러가지로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 강사들이 적극적이고 어르신들을 도우며 프로그램을 진행해 준 점이 고마웠다.
이 프로그램은 ‘산림청’ ‘한국산림복지진흥원’ ‘복권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복권기금’으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