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서구는 섬, 왜 똑버스도 천원택시도 없나”

경기도·도의회 주최 ‘2025년 경기도 정책토론회’

2025-07-26     이로운 기자

"버스 타러 20분 이상 걸어야"
경기도 "DRT 도입 돕겠다"
시 "용역결과 바탕 맞춤형대책 마련"

김완규 경기도의원(오른쪽 네 번째, 도의회 보건복지위)이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했다.

[고양신문] "왜 고양시 일산서구에만 똑버스와 천원택시 등 교통 대안이 아무것도 없나.”
김완규 경기도의원은 일산서구청 대강당에 모인 일산서구 주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로 토론회를 시작했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주최로 25일 열린 ‘일산서구 교통 소외지역 현황과 문제점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 현장. 전철 한번 타러 가기조차 힘든 설움을 겪어온 주민들의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는 주민들의 단순한 하소연의 장을 넘어, 고양시가 추진하는 ‘버스 노선 전면 개편’과 경기도의 성공 모델인 ‘똑버스·천원택시’ 도입을 결합한 구체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버스 타러 20분, GTX는 그림의 떡
“가좌동은 ‘가좌섬’입니다. 교통 때문에 인구가 줄고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있어요.”
토론자로 나선 백운선 일산서구 통장협의회장은 지역 현실을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그에 따르면 송포, 구산, 법곳동 등 외곽 지역의 주민들은 버스 정류장까지 평균 20분 이상을 걸어가야 한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주민 고통이 외면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산동 장월에 거주하는 한 어르신도 “집에서 대화역까지 차로는 20분이면 가는데, 7번 버스 노선이 바뀐 뒤로는 1시간 반 동안 버스를 갈아타며 대화역에 간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새로 개통한 GTX-A 킨텍스역에 대해선 “가까이 두고도 이용할 방법이 없다”며 “고양시에서 일산서구만 DRT 도입이 제외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왼쪽부터) 파주시 63개 마을에 운영 중인 '천원택시', 25인승 중형 전기 저상버스로 운영 중인 '똑버스' [사진제공 = 경기교통공사].

똑버스와 천원택시 요구 높아
이날 주민들은 ‘DRT’에 큰 관심을 보였다. DRT는 수요응답형 교통(Demand Responsive Transport)으로 정해진 노선과 시간표 없이, 승객 호출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새로운 개념의 대중교통이다. 인구가 적어 노선버스 투입이 비효율적인 교통 소외지역에 최적화된 모델로 평가받는다. 
경기도에는 DRT를 활용한 성공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똑버스’와 ‘천원택시’다. 이 사업 대부분은 경기도와 각 시·군이 재정을 분담하는 협력 사업으로 추진된다. 
‘똑버스’는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하는 버스로, 시내버스 요금으로 환승까지 가능해 파주시에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고양시엔 현재 일산동구 식사동, 고봉동과 덕양구 향동동, 덕은동에서 운행 중이다. ‘천원택시’는 똑버스조차 운행하기 힘든 산간지역 등의 주민이 1000원만 내고 나머지는 세금으로 지원하는 교통복지 모델이다.
이날 윤태완 경기도 광역교통정책과장은 “똑버스는 기존 버스보다 운영 효율성이 높고, 더 소외된 지역은 천원택시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일산서구에 DRT 도입을 경기도가 돕겠다”고 약속해 큰 박수를 받았다.

시 "용역결과 바탕 검토"
고양시도 주민 의견을 반영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주시운 고양시 교통국장은 “병원을 가기 위해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주민들의 답답한 현실에 깊이 공감하며, 더 이상 소외지역의 불편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전제한 뒤, 시가 준비 중인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했다. 
주 국장은 고양시가 올해 4월부터 내년 12월까지 20개월간 진행하는 '고양시 버스 노선체계 전면 개편' 용역을 바탕으로 고양시 전 지역의 비효율적이고 중복된 노선을 정리하고,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용역을 통해 지역별 특성을 분석해 각 지역에 맞는 대중교통 맞춤형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에 따라 버스 노선 조정이 효율적인 곳은 새로운 노선을 도입하고, '똑버스' 등이 더 적합한 곳은 DRT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주 국장은 “버스 노선 개편 과정에서 진행하고 있는 설문조사에 실제 주민들 목소리가 반영돼야 최적의 노선을 그릴 수 있다”며 시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주민과의 소통으로 완성돼야 함을 강조했다. 

오랜 시간 ‘섬’으로 불린 일산서구 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의 곪아왔던 상처가 터져 나온 토론회. ‘뭐라도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 ‘돕겠다’는 경기도의 약속과 ‘바꿔보겠다’는 고양시의 의지로 이어져 실질적인 교통 환경 개선이라는 결실을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완규 도의원, 이철조 시의원, 신영호 일산서구청장을 비롯해 김병관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김영찬 경기교통공사 교통사업처장, 윤태환 경기도 광역교통정책과장, 윤태완 경기도 광역교통정책과장, 고태호 경기도 철도정책과장, 주시운 고양시 교통국장, 박한수 파주시 버스정책과장, 백운선 일산서구 통장협의회 회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또한 가좌, 구산, 덕이, 법곳, 대화 등 일산서구 지역 주민 50여 명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