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 칼럼] ‘미래 위한 습지보전’ 아프리카서 길을 묻다

짐바브웨서 열린 람사르 15차 총회 기후변화, 오염, 생물다양성 위협 습지 취약성 평가, 보호 대책 논의

2025-07-27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열리고 있는 제15차 람사르 총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아프리카서 두 번째 람사르총회 

1971년 이란의 해안가 소도시 람사르(Ramsar)에서 맺었던 습지협약은 1980년 이탈리아 칼리아리(Caliari) 이후 매 3년마다 총회를 개최해왔다. 그동안 대륙을 돌아가며 총회를 개최했지만 46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개최된 총회는 지난 2005년 제9차 우간다 총회가 전부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대규모 정부, 민간, 지자체 대표단이 참여해 제10차 총회를 유치하였고 2008년 가을 창원에서 총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아프리카 총회는 개최되지 못했고, 드디어 2025년 두 번째로 짐바브웨에서 개최되게 되었으니 이번 총회는 그 자체로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아프리카 대륙이야말로 지구상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하고 야생이 보전되어 온 대륙이며, 불행히도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과 지역민들이 가장 큰 위협에 처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아프리카 국민들의 습지와 생물다양성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그들의 삶의 문제를 당사국들에게 직접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람사르 총회 현장에서 소식을 전해온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작년 장항습지를 방문하여 연신 ‘감사합니다’라는 우리말을 희사해준 뭄바박사는 짐바브웨와 빅토리아폭포를 국경으로 공유하고 있는 잠비아 출신으로 습지수문학과 보전학 박사이다. 세계적인 여성 지도자로서 인정받고 있는 뭄바 총장이 모국과 같은 영연방인 형제국 짐바브웨에서 두 번째 아프리카 람사르총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전세계적으로 습지 보전에 있어서 여성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총회의 주제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습지보전’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 준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습지 중요성 인식, 관리방안 모색  

이번 15차 람사르총회에서 우리 정부는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RRC-EA), 한국습지학회와 함께 습지에 대한 취약성 평가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기후위기 등 다양한 위협에 습지의 취약성 평가의 필요성과 방법론을 논의하는 자리다. 특히 탄소 흡수원과 기후위기가 촉발하는 생물다양성 손실, 오염 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습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취약성 평가를 통한 보호, 복원, 관리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또한 개최국인 짐바브웨와 영국이 공동 발의한 습지와 자연공존지역(OEMs)에 대한 의제도 중요한 논의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 2025년부터 10년간 전 세계 습지의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여 이행을 점검하는 2025-2034 세계습지 전략 계획도 논의하게 되며, 람사르 습지 도시의 람사르협약에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빅토리아 폭포서 만난 아프리카 우림 

총회장은 빅토리아 폴스 지역에 있다. 총회 개최지 바로 옆은 잠베지강이 흐르며, 세계 3대 폭포인 빅토리아 폭포가 흐른다. 빅토리아 폭포는 세계자연유산이자 람사르습지이며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국립공원으로 잠비아와 짐바브웨가 접경을 공유하는 접경생태계이다. 현지 로지어로는 모시 오아 툰야(Mosi-oa-Tunya)로 ‘천둥치는 연기’라고 한다. 공항 착륙하기 전부터 거대한 물보라와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이며, 회의장에서도 물안개와 무지개가 보일 정도로 거대한 규모이다. 깊이는 약 100m, 폭은 1700m 이상이다. 마침 우기가 끝나고 겨울에 접어든 7월은 수량이 가장 적당하여 방문하기엔 최적이다. 이 시기에는 밤에는 9도까지도 떨어지지만 하루 종일 25도 정도에 머물러 쾌적도가 매우 높다. 이런 때에 개최된 총회라서 많은 기대를 모았고, 총회 개회식 전 빅토리아 폴스를 방문하는 기회도 가졌다. 

빅토리아 폭포가 일으키는 엄청난 물보라 위로 떠오른 영롱한 무지개.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빅토리아폭포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우거진 숲이 나타나고 폭포 가까이는 곳곳에 이탄지가 보였다. 숲 내부에는 얕은 물웅덩이와 초본습지(marsh)와 목본습지(swamp)가 보였고, 이 습지들은 단지 폭포의 물보라가 비처럼 내리면서 유지되고 있었다. 아프리카 우림(rain forest)이라는 특이한 유형이었다. 폭포 주변 습지와 관목지대에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관찰되었다. 정확한 종명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물소들과 멧돼지, 사슴, 원숭이들, 그리고 코뿔새, 벌잡이새 등 다양한 새들과 습지식물들이 관찰되었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것은 여러 개의 폭포들(그래서 Falls라는 복수를 쓴다)이 만들어 내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마침 큰 무지개가 우리 참가단 일행을 반겼고 엄청난 물보라와 폭포비가 쏟아져 내려 비옷과 우산을 써야할 정도였다. 이곳 사람들은 자연이 주는 이 축복을 잘 보전하고 현명하게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람사르총회의 목표이기도 하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이러한 습지가 주는 혜택으로 빅토리아 폴스 시내는 잘 정비되어 있었고 물은 깨끗하고 안전했으며, 숙소는 유럽 여느 숙소들처럼 청결했다. 다만 엄청난 물가로 빈부격차가 매우 심함을 실제로 체감할 수 있었다. 현지 통화는 기능을 상실해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으며, 오로지 미국달러와 유로화 정도가 대체화폐로 통용되고 있었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미국이나 유럽의 물가와 비슷한 물가라니….

습지가 보전되고 습지가 주는 혜택을 이곳 민중들이 골고루 누릴 수 있는 ‘습지와 빈곤 타파’에 대해 이곳 아프리카 습지그룹들이 큰 목소리를 내주기를 기대하며 빅토리아 폴스 람사르총회장에서 실시간 소식을 전한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사진제공=에코코리아]
 White-fronted Bee-eater [사진제공=에코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