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로 되살리는 우리동네 이야기

꿈꾸는 마을 미니지, 화정동 문화자산 손끝으로 기록

2025-07-31     김진이 전문기자

주민이 주체되는 마을아카이브, 세대잇는 공동작업
고양시 “공동체 아카이브로 지속 가능성 높일 것”

꿈꾸는 마을미니지 공모사업을 함께 준비하는 하가희 원장과 주민들.

[고양신문] 화정동 공원 옆 대경프라자 5층. 이곳에 자리한 ‘꿈꾸는 마을 미니지’ 작업실에서는 요즘 매주 모인 ‘시민 예술가’들의 손끝이 분주하다. ‘우리 동네를 담다, 미니어처 아카이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모여 마을의 옛 모습을 미니어처로 재현하는 중이다. 이 사업은 2025년 고양시 마을공동체 주민제안 공모사업에 선정돼 3월부터 10월까지 추진되고 있다.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손으로 기록하는 이 독특한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예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기억을 되살리는 집단적 아카이빙이다.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미니어처미니지 하가희 원장은 “미니어처는 단지 축소된 모형이 아니라, 우리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와 정서가 녹아 있는 예술적 기록”이라며, “단절된 기억을 복원하고 세대를 잇는 문화적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하가희 한국미니어처미니지 원장 

주민이 만드는, 주민을 위한 기록
하 원장은 고양시 대화동에서 15년간 활동하다 2년 전 화정동으로 이주했다. “대화동에서는 저희를 아는 사람이 많았지만, 화정동에서는 처음이라 공모사업이 소통의 시작이었어요. 주민들이 처음엔 낯설어했지만, 하나둘 모이면서 ‘같이 해보자’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이번 사업에는 8명의 주민이 꾸준히 참여 중이며, 미술 전공자는 거의 없다. 주민 박성민씨는 “처음엔 관심만 있었는데, 직접 만들다 보니 너무 재미있고 성취감도 컸다”며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다 보면 옛동네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고 말했다.
미니어처는 단순한 모형 제작이 아니다. 자료 조사와 구상, 기획, 협업이 동시에 이뤄진다. 주민들은 파주 근현대사박물관 답사를 다녀오고, 전기 전문가를 초청해 구조와 설계 교육도 받았다. 각자가 만든 딸기, 참외, 연탄 하나에도 ‘내가 만든 것’이라는 자부심이 담긴다.
하 원장은 “처음엔 우물 하나만 만들려 했는데, 이야기를 담다 보니 사계절을 표현하게 됐다”며 “작품이 커지고 세밀해지면서 공동 작업은 24회가 넘었다”고 설명했다.

2025공모사업 선정, 문화적 기대효과
고양시 주민자치과 주은주 과장은 이번 사업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주민이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기록의 주체가 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지역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기도 하지요.”
주 과장은 이번 사업이 다른 지역 사례들과 연결되는 점도 강조했다. “고양동은 마을신문, 고양 미디어랩은 어반스케치를 활용한 굿즈 제작 등 다양한 방식의 기록사업이 있습니다. 미니어처 아카이브는 시각적 임팩트와 참여의 지속성 면에서 특히 강점이 있어요.”

고양시는 10월 전시회를 통해 성과를 주민과 공유하고, 이후 초중고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하 원장 역시 “단기적 체험으로 끝나지 않도록 작품을 관공서나 학교에 순회 전시하고, 아이들의 진로교육과 연계해 활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꿈꾸는 마을, 계속되는 기록
‘꿈꾸는 마을 미니지’는 단지 마을 모형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주민이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함께 살며, 미래를 꿈꾸는 공동체의 문화 실천이다. 하 원장은 “이 활동이 화정동뿐 아니라 고양시 전역으로 퍼져, 누구나 자기가 사는 동네의 기록자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은 10월 9일 화정1동 세육전 앞마당에서 주민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작은 미니어처 속에 담긴 우리의 이야기가 지역을 잇는 다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