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심이 무너져야 자긍심이 생긴다"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 6월 강좌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저자 강용수 특강
[고양신문]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이 주최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연이 지난 6일 한양문고 주엽점 한강홀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에는 귀가쫑긋 회원뿐 아니라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저자인 강용수 교수를 만나기 위해 모인 시민 등 150여 명이 참여해 큰 관심을 보였다.
강용수 교수는 유명인들의 추천으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이어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쇼펜하우어 철학의 핵심을 풀어냈다.
책이 이렇게 유명해질 줄 상상 못했다
강 교수는 “그동안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책을 썼지만 오랫동안 결과가 좋지 못했다”며, 이번 성공을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방송에서 책을 언급한 이후, 전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여기에 '뇌섹남'으로 불리는 배우 하석진이 방송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책을 읽으며 '인생은 혼자다. 혼자서도 단단해질 줄 알아야 한다'는 책 내용을 인용하며 큰 화제가 됐다. 유명인들의 연이은 언급으로 책은 50만 부 이상 판매됐고, 일본 회사와 번역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수출까지 앞두게 됐다. 강 교수는 불과 2~3개월 만에 쓴 책이 대박이 났다며, 이러한 성공은 “‘운7기3’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 책이 뜬 것은 결과이고, 나는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채 그저 열심히 책을 써왔을 뿐”이라고 덧붙이며,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허영심 깨져야 자긍심 생긴다
이날 강 교수가 가장 강조한 메시지는 ‘허영심이 무너져야 자긍심이 생긴다’였다. 그는 인간 불안의 50%는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걱정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40대 시절,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허영심이 무너졌던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놓았다. 허영심이 무너지면 남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나는 나다”라는 확신에서 진정한 자긍심이 나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자살을 옹호하는 염세주의가 아니라, 허영심을 경계하고 자신을 존중하는 긍정의 철학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고통없는 상태가 행복이다
강 교수는 쇼펜하우어의 개인적인 삶을 들여다보며 그의 철학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유한 삶속에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채워지지 않는 고통을 일찍이 깨달았던 쇼펜하우어는, 평생 ‘고통 없는 삶’을 추구했다고 설명한다. 그가 말한 행복은 쾌락을 좇는 적극적인 상태가 아닌, 고통이 없는 소극적인 상태였다. 행복의 90%가 건강이라고 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책을 인용하며 “건강할 때 우리가 위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행복은 느껴지지 않지만 당연하게 존재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인간의 욕망이 시계추처럼 결핍과 충족 사이를 오가므로, 행복은 이러한 극단 사이의 균형점에서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단 오래 살아보자” 고슴도치와 70년 인생
강 교수는 인간관계의 지혜로 고슴도치 이론을 언급했다. 사람들은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상처를 주지 않고 외롭지도 않다는 것이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70년 인생론’처럼 40년간 경험하고 30년간 성찰하는 삶을 권하며, “일단 오래 살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라는 제목을 가진 것도, 인생의 황금기이자 동시에 ‘인생은 고통’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마흔에게 진정한 위로와 지혜를 전하고자 하는 의도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