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동은 고립된 섬” 경의선 향동역 언제?

주민·시의회 간담회, 조속 착공 요구 사업비 148억→1100억 예산 증폭 타당성심사·착공여부, 현재까지 불투명

2025-08-14     김진이 전문기자

 

송규근 의원이 갑작스런 경의선 향동역 예산 증기와 정보 소통이 부재했던 데 대해 질타하고 있다.

[고양신문] “향동은 고립된 섬입니다. 더는 기다릴 수 없습니다.”
경의중앙선 향동역 조속 착공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지역구 시의원 간의 간담회가 지난 11일 시의회에서 열렸다. 향동지역 주민 최호정·문윤모·김진억씨와 고양시의회 고부미·송규근·원종범 의원이 참석하고, 고양시 교통정책과 철도계획팀장과 담당자가 배석했다. 주민들은 인구 2만명에 이르는데다 대규모 지식산업단지까지 조성하고도 약속했던 교통, 기반시설 대책을 추진하지 않고, 기지창, 재활용폐기장, 데이터센터 등 논란 시설만 짓는 향동지구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았다. 특히 경의중앙선 향동역 착공이 늦어지고 있는 문제가 주로 논의됐다. 

주민 대표로 참석한 최호정 중부대 겸임교수는 “향동은 철도역 하나 없는 고립된 섬이다. 출퇴근·통학·장보기 모두 전쟁”이라고 토로하면서 경의중앙선 향동역 추진에 대해 “확정 일정만이라도 알려주면 비관하는 주민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 철도계획팀장이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주민센터·파출소도 없고, 대중교통도 부족
문윤모씨는 “정재호 전 국회의원, 한준호 국회의원이 조기착공을 약속했지만 6년 동안 달라진 게 없다. 만약 알고도 방치했다면 허위공약을 한 것이 아니냐”며 “우리 지역엔 주민센터, 파출소도 없고, 서울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대중교통편이 없어서 섬처럼 갇혀서 살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진억씨도 “버스도 부족하고, 도로는 출퇴근 시간마다 주차장이 된다”며 “교통 하나 해결 못하면서 무슨 신도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양시 교통정책과 철도계획팀장은 “경의중앙선 향동역은 2023년 기본설계를 마쳤지만, 국가철도공단이 올해 6월 산출한 사업비는 1100억원”이라며 “향동 일대 지장물과 역사 구조 변경 등 특수 요인으로 비용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고부미 의원은 “이재준 시장 시절 국토부 승인액은 148억원이었다. 불과 몇 년 만에 9배 가까이 오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원종범 의원은 “사업비가 1100억원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며 “강매역이 180억원, 창릉역이 1620억원이 든 점을 감안해도 급등폭이 크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지역의 불편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업비 9배 증가… 시의원·주민들 “몰랐다”
경의중앙선 향동역 신설은 2021년 9월 고양시의회 본회의에서 ‘위수탁 협약 사전동의안’이 통과되며 본궤도에 올랐다. 당시 사업비는 약 148억원이었고, 국가철도공단이 설계·공사를 맡는 구조였다. 경의중앙선 향동역은 당시에도 유치가 확정된 고양선 향동역과 함께 추진되는 것에 대해 시의회에서 찬반토론 벌어지기도 했다. 일산지역 의원들은 “향동지구 한가운데 고양선 향동역이 확정됐는데, 지구 외곽 경의중앙선에 또 역을 지을 이유가 없다”며 “일산 교통소외지역이 많은데 더블역세권에 예산을 몰아준다”고 반대하기도 했었다. 송규근 의원은 당시 “향동 입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고, 고양시가 국토부와 철도공사 등과 장기간 협의를 거쳐 작년에 비로소 사업승인을 받았다. 왜 한 지역에 역이 2개 생기면 안 되느냐?”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송규근 의원은 “고양시가 하면 148억원인데 철도공단은 1100억원을 제시하고 있는데 왜 맡겨야 하나”고 지적했다. 시 담당자는 “철도역 시설 소유권이 시가 아니라 공단에 있어 위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고부미 의원이 늘어난 예산의 책임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사업비 500억원 미만 줄이고 신속추진 모색 
이번 간담회에서는 사업비를 500억원 미만으로 낮춰 예비타당성 검사를 회피하는 방안이 논란이 됐다. 고양시 담당자는 “한준호 국회의원과 국가철도공단 간 협의를 통해 사업비를 줄이고,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해 고양시도 공단에 재차 공문을 보내며 협의 중”이라며 이해를 부탁했다. 시 측은 추가 투자 심사, 예비타당성 검사 등 추진 일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구체적 착공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내년 하반기 실시설계예정인 고양은평선보다는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전했다. 

주민들은 “행정 절차만 늘어지고 아무 확답이 없다면 희망이 꺾인다”며 절박함을 드러냈다. 이번 간담회는 주민·의원들 모두 ‘뒤늦게 알게 된 예산 현실’과 ‘지연된 착공’에 책임과 해법을 두고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그러나 ‘고양은평선이 무산됐다’, ‘예산이 의도적으로 부풀려졌다’, ‘최초 예산 책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등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을 확인하고, 지역 현안에 대해 주민, 고양시 담당자, 지역 시의원들이 머리를 맞댄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상암DMC와 창릉신도시 사이에 조성된 향동지구는 대지면적 122만여㎡ 부지에 총 사업비 1조9569억원을 투입, 계획인구 2만3232명, 총 8933가구 규모로 계획된 택지개발지구로 분양 당시 ‘제2의 판교’, ‘수도권 서북부 비즈니스벨트’라며 주목 받았다. 당시 분양사는 “계획대로 2025년 경의선 향동역이 개통될 경우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과 바로 연결되고 서울 중심지로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