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싸움은 숙명이다
김경훈의 풀꽃이야기 동물, 생존위해 영역확보 안간힘 식물도 빛 차지하려 치열한 경쟁
[고양신문] 개미의 사회는 인간과 아주 흡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개미의 사회는 철저하게 분업화된 사회를 이룹니다. 알을 보호하는 개미, 먹이를 구하러 가는 개미, 집을 유지보수하고, 자신들의 사회를 지키기 위한 개미들이 각자의 일에 충실하죠. 풀을 물어다 발효시켜 먹이를 생산하는 농장을 만들기도 하며, 다른 종류의 개미를 공격해 알을 물어와 노예를 부리는 종류의 개미도 있습니다. 여왕개미가 자기의 역할(알을 낳지 못하는 상황)을 못하면 여왕을 몰아내고 새로운 여왕을 섬기기도 합니다. 또한 지나치게 번성하게 되면 동종 간의 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먹이 활동을 위해 그만큼의 영역이 필요하고 영역을 침범하는 동물이 있으면 힘을 다해 싸우죠. 이러한 싸움은 같은 종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먹이가 같은 다른 종간에도 이루어집니다. 주로 청설모와 다람쥐가 이런 영역 싸움을 많이 벌이는데, 다람쥐의 귀여운 외모에 비해 청설모가 더 무섭게 생긴 탓에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아먹는다는 오해까지 생기게 되었지요. 실제로 육식은 다람쥐가 더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원래 나무 밑으로 잘 내려오지 않는 청설모와 주로 나무 아래서 먹이활동을 하는 다람쥐가 충돌할 일이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만, 인간의 활동 등에 의해 먹이가 부족하게 되면 비슷한 먹이를 먹는 두 종 간의 다툼이 발생하게 된다고 합니다.
식물의 세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냥 햇빛 잘 받고 비나 적당하게 와주면 식물은 어디서나 조화롭게 자랄 것 같지만 이들 역시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갑니다. 많은 종류의 식물이 살아가는 숲에서는 햇빛이 중요한 자원입니다. 많거나 적거나 빛을 못 받으면 살아갈 수 없고, 성장이 어렵기 때문이죠. 큰 나무 아래 자라는 작은 풀은 숲이 우거지기 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극복하기도 합니다. 나무끼리의 경쟁은 더 치열한데, 더 높이 키를 높여 많은 빛을 받는 것이 역시나 유리합니다. 키 큰 다른 나무가 생기면 자신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다른 식물이 자라는 것을 억제하는 물질을 이용하는데, 이것을 타감작용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식물이 타감작용을 하는데, 대표적인 식물이 소나무입니다. 소나무 숲에서 다른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이걸 또 극복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작은 사초과 식물, 생강나무 같은 키 작은 나무를 선두로, 도토리가 열리는 다양한 나무들이 이런 틈을 비집고 들어와 결국은 소나무를 밀어내게 되죠. 소나무를 밀어낸 나무도 최종 승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들 역시 서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마음 같아서야 빨리 키를 키워서 다른 나무보다 커지면 좋겠지만, 모든 생명이 가지고 있는 첫 번째 사명인 종족 번식이 문제입니다. 사람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듯, 식물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겨울이 되면 지상체가 고사하는 풀의 경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만, 나무의 경우 열매를 만드는 것은 성장에 방해가 됩니다. 그래서 어떤 해에는 열매를 맺는 데 힘을 쓰고, 또 어떤 해는 성장에 집중을 해야합니다. 이것은 식물이 '해걸이'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자연 생태계도 전쟁으로 역사가 이루어져 있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