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자' 자원순환센터 정상화...
현장서 답을 찾다
[고양시 조합장 릴레이 인터뷰] 우상훈 벽제농협 조합장 직원 출신 조합장, 소통·책임·실천 중시 적자사업 정상화, 고령조합원 지원, 조직개선 조합원 중심의 농협 경영과 역할 강조 영농지원 확대, 고객들 의견 우선 수렴
[고양신문] 직원으로 시작해 조합장 자리에 오른 우상훈 벽제농협 조합장이 취임 2년 6개월을 맞았다. 벽제농협의 상황과 조합원들의 삶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한 그는 소통과 책임, 실천을 바탕으로 농협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있다. 적자 사업의 정상화부터 고령 조합원을 위한 실질적 지원 확대, 조직문화 개선까지 취임 후 그가 이뤄낸 성과는 적지 않다.
“농협의 중심은 조합원입니다.” 지역의 들판을 발로 뛰며 조합원과 함께한 우 조합장. 그는 농업의 현실과 농협의 사명을 누구보다 명확히 이해하는 실천형 조합장이다. 그에게 지난 30개월 넘은 시간은 변화의 출발점이자, 벽제농협의 미래를 향한 준비의 시간이었다.
“들판에서 시작된 리더십, 조합원의 곁에서 답을 찾다”
2023년 3월,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아 벽제농협 조합장에 취임한 우상훈 조합장은 “2년 6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흘렀다”고 회고했다. 벽제농협 직원으로 시작해 조합장이 되기까지, 그는 늘 현장에 있었다. 봄철 모내기부터 여름 저지대 침수 대응, 가을 벼 수확기와 추곡 수매까지 계절의 흐름에 따라 조합원과 함께하며 책상보다 들판에서 협동조합의 목적을 위해 삶을 살아온 셈이다.
소통과 책임으로 만드는 실질적 변화
우 조합장이 제시하는 농협 경영의 핵심 원칙은 ‘소통’과 ‘혁신’이다. 그는 농협의 가장 본질적인 역할이 조합원의 영농비를 절감하고 농가 소득을 증대하는 데 있다고 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특히 원로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밭작업 대행 사업과 소형농기계 임대 확대, 영농자재비 25% 지원 등은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산은 늘 한정되어 있고, 지원은 형평성이 생명입니다.” 그는 과거 관행적으로 이어졌던 예산 배분 방식을 현실과 원칙에 맞게 조정하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의 불만도 있었지만, 조합원 개개인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설득하고, 최대한 공정하게 판단하려 노력했다.
적자 사업의 정상화, 경영합리화의 성과
직원 시절부터 우 조합장이 고민했던 과제는 ‘경제사업의 만성 적자’였다. 특히 자원순환센터는 오랫동안 적자가 누적돼 조합의 부담이 컸다. 그는 취임 이후 센터 운영 방식을 과감히 바꿨다. 축분수거비 지원을 중단하고, 1차 부속 축분만 반입하도록 조정했으며, 종사 인력을 50% 감축하는 결단을 내렸다. 아픔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2년 만에 자원순환센터는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
또한 농협 전반의 인력구조도 재정비했다. 퇴직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전체 인력을 약 20% 줄이는 구조조정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높였다. 이는 단순한 감축이 아닌 ‘합리적인 효율화’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무가 늘어난 직원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모든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노력한 덕분에 실적 달성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라며, 감사의 뜻도 전했다.
성과 중심에서 책임 중심으로
우 조합장은 조직문화에도 변화를 주고자 했다. 기존의 실적 위주 평가 방식을 벗어나, 각자의 업무 영역에서 책임을 다한 직원을 함께 평가하고 포상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그는 해외연수, 국내 연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성과와 책임을 인정하고 있으며, 직원이 자발적으로 자기 업무를 책임질 수 있도록 권한도 함께 위임하고 있다. 이처럼 실적만이 아닌 ‘태도와 헌신’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은 점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통은 조합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
“조합원과의 소통 없이는 어떤 사업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우 조합장은 취임 이후 현장 중심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왔다. 영농철이면 직접 논밭을 찾아 조합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외부 행사에도 조합원과 함께 버스로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의견을 듣는다. “조합 사업을 설명드리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조합원님들의 소중한 제안을 듣습니다. 다양한 이야기와 아이디어가 나오는 데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다만, 중앙회 활동과 각종 외부 회의 등으로 모든 조합원을 일일이 만날 수 없는 현실이 늘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다.
자원순환센터 정상화, 수상의 기쁨
조합장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그는 자원순환센터의 경영 정상화를 꼽았다. 적자 해소를 위해 이사회에 “변화를 위한 2년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각종 제도 개선과 효율적인 생산성을 위해 쉴 새 없이 듣고, 메모하고, 반영하고를 반복했다. 또한 쉽지 않은 발효퇴비 가격 인상을 위해 자원순환센터가 있는 전국 68개 농축협 중 유일하게 포당 200원을 인상했다. 이는 조합의 수지 개선에 기여하며, 안정화를 위한 초석이 됐다.
한편, 농협중앙회로부터 ‘2024년 지도사업 성장우수상’, ‘도시농협 역할지수 우수상’을 수상한 것은 ‘임직원이 함께 이룬 그동안의 성과’로 의미가 깊다고 했다. 더불어 2025년 6월, 조합 예수금이 7000억원을 돌파하며 예수금 달성탑까지 수상하게 된 것은 “조합원과 고객의 신뢰 덕분”이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미래의 농협, 공동체의 구심점으로
우 조합장이 그리는 벽제농협의 미래는 ‘지역공동체의 중심’이다. 고양시 전역이 신도시 개발의 흐름에 있지만, 벽제지역은 개발 속도가 더디고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 그는 “도시와 농촌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데 벽제농협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벽제읍이 행정구역상 고양동과 관산동, 고봉동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벽제농협이 이 지역들의 공동체 구심점 역할을 해내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농촌의 고령화와 농업 노동력 부족, 전업농 감소 등의 빠른 변화 속에서, 우 조합장은 전업농과 도시형 취미 농업 사이의 이해 조정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원로 조합원 중심의 농작업 대행을 전 조합원으로 확대하기 위해 인력과 장비를 갖추는 준비에 들어갔다”라며, 조합원의 필요를 먼저 살피는 농협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조용한 개혁, 신뢰를 만들다
우상훈 조합장은 조합원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현장 중심의 실천이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믿는다. 앞으로도 조합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역할을 지속할 계획이다. 농협이 단순한 금융기관을 넘어, 농촌과 도시, 조합원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공동체의 중심축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벽제농협이 그 중심에서 실질적인 지원과 지역 통합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으로 더 단단한 조직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우 조합장의 조용한 개혁은 말보다 행동으로 신뢰를 쌓아왔고, 벽제농협이 지역공동체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 데 든든한 발판이 되고 있다.
우상훈 조합장에게 ‘조합장’이라는 직책은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조합원을 위한 실천의 자리다. 그는 중앙회와 농민신문사의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올해는 고양시 농협 대표조합장으로서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합원은 존경의 마음으로 섬기고, 직원은 가족처럼 아끼는 사람이 좋은 조합장입니다”라는 그는 ‘형식보다 실천, 권위보다 공감’을 강조하며, 조합이 살아 움직이려면 조합원과 함께 숨 쉬어야 한다고 믿는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화의 걸음은, 벽제농협을 더욱 단단한 공동체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