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영제 혜택은 민간업체로… 시민에겐 공영제가 진짜 이익”
창간36주년 기획 기후위기 대응 지속가능교통 전환이 답이다 김채만 경기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인터뷰
수도권 최초 ‘무상교통·버스공영제’ 화성시 실험
적자노선은 공공이, 안정노선은 민간이 운영
청소년, 어르신, 청년 단계적 무상교통 확대
"비용관리에만 치중하는 준공영제는 한계 명확“
신교통수단 예타평가 환경편익 반영 필요
[고양신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개인 실천도 중요하지만, 시스템 개선이 병행될 때 더 큰 힘을 얻는다. 특히 지속가능한 교통 체제로의 전환은 온실가스 감축에 큰 효과가 있다. 개인이 대중교통 이용을 실천하기 전에, 국가에서 원활한 대중교통 사용에 힘을 실어준다면 어떨까. 수도권 최초로 무상교통과 버스공영제를 도입한 화성시가 그 사례 중 하나다. 정책 초기단계부터 참여했던 김채만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만나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 화성시 무상교통 정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서철모 전 화성시장이 처음 주목했던 것은 도심 공간의 가치였다. 도시의 중심지를 시민들의 생활 공간으로 만들어야지 주차장으로 만들어버리면 엄청난 가치 손실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중교통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봤다. 다른 나라의 '15분 도시' 등이 이런 맥락과 연결된다.
당시 화성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민영제 체제로는 버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신도시가 처음 만들어질 때 승용차 중심의 도시가 되어 버리면, 나중에 대중교통을 공급하더라도 사람들이 돌아오기 힘들다. 선제적으로 버스를 공급하려면 준공영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제게 용역을 의뢰했다. 그게 민선 7기 초인 2018년경이다. 그 이후 시장이 구상한 것이 무상교통이다. 도심 공간 문제 해결과 함께, 교통 약자 등 복지시설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하려면 교통비를 무료로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런 이유로 무상교통을 검토했고, 시행 후에는 고도화 방안 연구를 요청받아 경기연구원이 진행했다. 그때 제시한 것이 현재의 'K-패스'와 유사한 환급형 모델이었다.
❚ 당초 준공영제에서 공영제 방식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는 준공영제보다 공영제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준공영제를 하면 결국 비용 문제로 갈등이 생기기 쉽다. 민간업체는 수익 창출이 목표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기존 제도 안에서, 혹은 그 기준을 벗어나서라도 이윤을 추구하려 할 것이다. 반면 지자체는 민간업체들이 제도를 벗어나는지 감시하는 한편, 제도 안에서 비용을 줄이려 노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침에 길이 막히지 않을 때 운행을 서두르거나, 교통카드를 부정 사용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투자한 준공영제의 혜택이 실질적인 이용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문제가 있다. 여기에 운전기사들의 임금 문제나 사고 감축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공영제가 좋겠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당시 동탄 신도시에 신교통수단인 트램 도입을 추진하면서, 버스공영제 방식이 교통체계 개편 측면에서 더 적합하다고 바라봤다. 민영제 아래에서는 트램과 버스 어느 한쪽이 고사할 때까지 경쟁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막대한 공공 비용이 소요될 것이므로, 버스를 공영제로 운영하면 트램도 시가 직접 운영하고 버스 노선도 그에 맞춰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 농촌 지역처럼 서비스가 꼭 필요한 곳에 버스를 투입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공영제를 제안했고, 당시 화성시장도 동의했다. 다만 전체 노선을 공영제로 할 필요는 없고, 동탄 신도시나 서부 농촌 지역처럼 공공의 역할이 중요한 곳 위주로 계획했다. 다만 초기에는 500대 규모를 계획했는데 아직 100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 화성시는 무상교통을 내부교통망부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과 대상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당시 시장은 기본적으로 화성시 지역 상권에 도움이 되는 형태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초기에는 넓게 검토하다가 내부 교통망부터 우선 시작하기로 한 이유다. 대상 역시 모두에게 혜택을 주면 좋겠지만, 예산 문제도 있고 정치적으로도 한 번에 모든 것을 추진하려다 하나도 못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청소년, 어르신 순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당시 화성도시공사가 적자노선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는 부분공영제 정책을 추진한 것이 눈에 띈다.
공영제를 하려면 노선권을 확보해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노선을 신설하거나 기존 노선을 반납받는 것이다. 동탄 신도시처럼 새로 노선을 만드는 것은 공공이 주도할 수 있다. 노선 반납은 민간업체가 운영하던 노선을 반납하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민간업체는 가장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부터 반납하는데, 그 노선들부터 공영제를 시작했다. 신도시에 인가된 노선 중에는 수익성이 괜찮은 곳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수익성이 낮은 노선으로 공영제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고양시의 경우 외곽 지역은 교통 소외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화성시 역시 적자노선 대부분이 외곽지역이었을 텐데, 공영제로 운영되면서 개선된 부분이 있나.
공공성을 많이 확보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계속해서 공격을 받고 있다. 버스 산업은 과거에 큰 수익을 내는 사업이었고, 지금도 운수업체 대표들은 지역 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이 그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대가로, 당선 후에 민간 사업자의 요구를 일부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곳이 경기도 광주다. 광주시의 경우 경강선 개통 후 역과 마을을 연결하는 버스가 부족해 25대 규모로 공영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이 바뀐 뒤 해당 노선들을 모두 입찰제로 전환해 민간에 넘겼다. 특정 운수업체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다. 이는 공영제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화성시 역시 초기에는 '왜 민간이 할 수 있는 사업을 공공이 하느냐'는 외부의 압박이 상당했다고 들었다.
❚마을버스라는 개념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노선 개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인가.
'마을버스'라는 용어 자체에 단거리를 운행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경기도에서 마을버스가 가장 많은 곳이 고양시와 용인시다. 이들 신도시가 처음 만들어질 때 지하철 3호선과 분당선이 놓이면서, 인근 지역에서 지하철역으로 연결되는 노선들이 마을버스의 시초가 됐다. 그런데 고양시는 그 성격이 다소 변질됐다. 시내버스 파업 당시 대체 노선 역할을 하면서 운행 거리가 길어졌고, 시내버스 기능과 중첩되는 부분이 많아졌다. 용인시도 비슷한 경향이 있다. 분당선이 처음에는 용인시 전체가 아닌 성남 끝자락까지만 운행했다. 나중에는 노선이 연장됐음에도 기존 노선을 단축하지 못하고, 역을 거쳐 성남까지 가는 비효율적인 노선이 유지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간선과 지선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노선이 많다.
❚고양시도 '누리버스'를 공영제로 운영하고 있다.
고양시 누리버스는 '도시형 교통모델' 사업의 일환으로, 수익성이 매우 낮은 노선에 한해 중앙정부(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한다. 그 사업으로 지정된 노선들만 누리버스로 운영되고 있다. 이 제도를 확대하면 좋은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 같다.
화성시는 도시공사가 전문가들을 대거 채용했다. 박사급 인력이나 버스 관련 업무를 오래 해 온 실무 전문가들을 영입해 전문성을 갖췄다. 원래 500대 규모를 계획했기 때문이다. 반면 고양시는 누리버스를 10대 남짓 운영하다 보니 전문 인력이 순환 보직으로 잠시 거쳐 가는 구조에 머물기 쉽다.
❚고양시도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누리버스를 확대해 공공성을 보완하는 방향이 가능할까.
어떤 산업이든 '규모의 경제' 원리가 적용된다. 공영제를 하려면 최소 50대, 혹은 100대는 운영해야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제가 가장 고민하는 지점도 적정 규모다. 전부 공영제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 사회가 공공 독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고, 기존 민간 회사들을 완전히 없애는 것도 큰 사회적 부담이다.
따라서 저는 공공이 서비스를 주도하되, 노선이 안정화되면 노선 입찰제를 통해 민간이 운영하게 하는 모델도 괜찮다고 본다. 현재 파주시가 마을버스 공영제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데, 전체 200대 중 100대만 공영제로 시작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 정도 규모는 돼야 인력, 차량, 차고지, 노선 기획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출 수 있다. 적자가 심한 노선 100대는 공영제로 운영하고, 수익성이 확보된 50대는 노선 입찰제로, 나머지 50대는 시내버스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고양시의 경우 현재 버스노선 개편과 함께 준공영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 준공영제의 가장 큰 문제는 비용 관리에만 치중한다는 점이다. 노선 계획부터 차량, 기사, 서비스 관리까지 총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걸 실행할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공사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준공영제 방식의 노선 입찰제를 하더라도, 관이 수행해야 할 실질적인 관리 감독을 공사가 대행할 필요가 있다. 민영제와 공영제가 결합된 상호보완적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마을버스는 수요 변화에 민감하다. 수요에 따라 운행 횟수를 조절하거나 필요한 곳에 신속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공영제가 훨씬 유리하다. 노선권을 공공이 갖고 있어 차량 재배치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공영제는 계약 기간 내에 운행 대수를 줄이거나 노선을 변경하기 어렵다. 능동적인 대응 측면에서 공영제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공영제가 담당하고, 노선이 안정화되어 수년간 큰 변경이 필요 없는 곳은 노선 입찰제를 통해 민간이 운영을 맡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시의 경우 GTX가 개통됐지만 내부교통망은 아직 체계화되지 않았다. 버스 역할 혼재, 트램 도입 등을 고려할 때 어떤 방안이 필요한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 노선 개편이다. 버스는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교통수단이기에 조금만 불편해져도 엄청난 민원이 쏟아진다. 노선 개편으로 편리해진 사람들은 대부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전면 개편을 시도하면 불편을 겪는 시민들이 연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결국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해 원상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은 지선과 간선을 명확히 나누는 '지간선 체계'다.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환승이라는 불편이 생긴다. 통합 환승 할인제 덕분에 요금 저항은 줄었지만, 갈아타야 하는 물리적, 심리적 불편함은 여전하다. 특히 정보 접근성이 낮은 어르신들은 환승을 더 어렵게 느낀다. 그래서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정 권역을 정해 시범적으로 시행하면 민원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구체적인 전략을 가지고 접근해야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면 백전백패다.
교통담당 공무원들은 잦은 민원으로 인해 버스 관련 업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 주어진 임기 내에 할 수 있는 일만 처리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인 계획하에 한 단계씩 꾸준히 실행해 나갈 전문가 그룹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의 행정조직이나 임기 내 성과를 내려는 정치인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성공적인 개편을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조직과 시스템을 갖추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고양시에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트램 논의가 있었지만, 도로 점유 문제로 사업 타당성이 낮게 평가되곤 한다. 이런 제도적 한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지 않나.
트램 자체의 문제도 일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제도의 문제점이 크다. 예타 제도는 본래 사업의 타당성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설계됐지만, 이제 그 기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세상에는 다양한 편익이 있고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가치도 있는데, 예타는 분석 가능한 특정 항목에 한정해 평가한다. 이런 한계를 인정한다면, 예타는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여러 사업 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현재 예타 제도는 기획재정부가 예산 등의 이유로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을 걸러내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 예산상 어렵다는 이유 대신 타당성이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문제다.
두 번째는 트램이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불리한 평가를 받는 제도적 문제다. 우리나라 법규상 트램 차로는 전용으로만 설치하게 되어 있다. 배차 간격이 10분이라면, 트램이 한 번 지나간 후 다음 차가 올 때까지 10분간 그 공간은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고 비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트램 차로에 버스나 자전거도 함께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 법을 개정해 차로를 공용으로 사용하게 한다면 도로 점유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과거 국회에서도 트램 같은 신교통수단에 대한 비용편익(B/C) 분석에 환경적 가치를 더 비중 있게 포함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현재 예타 분석에도 환경 편익 항목이 있다. 하지만 전체 편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여전히 통행시간 절감 편익과 운행비 절감 편익이다. 트램은 오히려 도로의 다른 차량 운행비를 증가시켜 운행비 절감 편익을 발생시키기 어렵다. 승용차 이용자들이 지하로 이동하는 지하철과는 반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환경 편익은 전체 편익의 2~3%에 불과할 정도로 비중이 작다. 산출 가능한 것만 편익으로 잡다 보니 생기는 문제다.
따라서 예타의 경제성 분석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비중이 50%라면, 나머지 50%는 정책적 판단이 차지해야 한다. 그래야 타당하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친환경 교통수단 도입에 전체 교통 예산의 몇 퍼센트를 쓰겠다'고 정책적으로 결정하고, 그에 맞춰 건설, 운영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야 한다. 이렇게 예산을 그룹별로 배분하는 것이 우선인데, 그게 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지자체보다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
인터뷰=남동진 기자, 정리=김현정 인턴기자
이 기사는 녹색전환연구소와 리영희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