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폭우 뒤 매일 창릉천 바닥청소 "깨끗하면 서로 좋잖아"
팔순 어르신들 닷새째 자발적으로 지나가던 주민도 팔 걷고 힘 보태
[고양신문] 며칠 전 고양시에 쏟아진 폭우 피해를 취재하러 삼송지구 창릉천 수변공원을 걷는데, 세솔교 하부 징검다리 쉼터 부근에서 몇 명의 어르신들이 물속에 발을 담그고 작대기를 휘젓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뭔가를 잡나 싶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청소용 솔과 빗자루, 부삽 등으로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부유물을 청소하고 있었다.
세찬 물살은 곳곳에 부유물을 가득 쌓아놓았다. 비 그친 뒤 수면 위에는 나무와 풀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고, 수면 아래로는 썩은 낙엽 찌꺼기가 곳곳에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연신 빗자루를 놀리는 어르신들 덕분에 세솔교 징검다리 부근의 바닥은 어느새 깨끗한 돌과 자갈이 투명한 물빛을 반사했다.
작업을 주도한 이는 스타필드 건너편 동산동 마을에 거주하는 김종남(82세)씨다. 김씨는 “비가 그친 15일부터 닷새째 매일 창릉천 수변공원에 나와 청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여기가 평소 사람들이 모여 발 담그고 쉬는 곳이에요. 그런데 비 오고 쓰레기가 쌓이니까 사람들이 오지 않는 거야. 구청에서 산책로는 청소한다지만, 물속까지 치워주지는 않거든. 그래서 내가 치우는 거지.”
삼송역 인근 구도심 마을에 거주하는 삼송 토박이 송연식(83세)씨도 바지를 걷고 김종남씨를 거들었다.
“이 분(김종남씨)이 아주 부지런해. 평소에도 이 주변을 매일같이 돌보거든. 그래서 나도 짬날 때마다 같이하는 거지. 청소하고 나면 건강에도 좋고 기분도 좋아져.”
팔순 어르신들의 자발적 수고는 우연히 지나던 이의 발길도 붙들었다. 열심히 청소를 돕던 장진숙씨는 알고 보니 동네 사람이 아니고, 옆동네 화정이 집이다.
“우연히 삼송마을 수변공원에 왔다가 어르신들이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잠깐 돕고 있어요.”
이웃을 위해 기꺼이 땀 흘리는 이들 덕분에 창릉천 수변공원 한구석이 깨끗해졌고, 찾는 이들의 마음도 화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