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열대야의 후폭풍, 환절기 건강 위험신호와 대비책
유용우 한의사의 건강칼럼
[고양신문] 이번 여름 역대 최고의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에어컨 없이는 도저히 잠들기가 어렵고 자다가 더워서 자주 깬 날도 올해가 가장 많았다고들 한다. 올해 7월과 8월에 날씨와 관련한 각종 기록이 새로 쓰였다.
먼저, 지난 7월 31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29.3℃였다. 이는 1908년 기상 관측 이래 7월 중 가장 높은 최저기온이다. 7월 한 달 동안 서울에서는 열대야가 무려 22일간 이어졌는데, 이 역시 역대 최다 기록 중 하나다.
7월 평균기온은 27.1℃로 평년 대비 2.5℃ 상승해 역대 두 번째로 높았고, 평균 최고기온은 32.0℃로 평년 대비 3.1℃ 높았으며, 평균 최저기온은 23.0℃로 평년 대비 1.8℃ 상승했다.
8월 날씨 역시 비 온 뒤 며칠을 빼고는 7월과 유사한 날씨를 기록했다. 이러한 더위 이후에 본격적으로 닥칠 환절기 온도 차를 이겨내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과거를 참고해서 미래를 예측해보자. 작년에도 9월 초까지 여름 더위가 지속하다가 환절기에 접어들자 많은 사람이 ‘살짝 더위를 먹고 약한 냉방병에 걸린 상태’를 호소했다. 우리 몸은 조금만 더우면 더위 먹은 상태가 돼 몸이 무겁고 무기력해지면서 힘겨워한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조금만 세게 틀어도 냉방병 상태가 돼 피부에 열이 나거나 서늘해진다. 에어컨 바람이 코로 바로 들어와 비염과 감기가 심해지며 코는 건조하고 목도 칼칼해지는 상태로 변한다. 몸의 적응력 폭이 좁아져서 조금만 더워도 힘들고 에어컨이 조금만 세도 힘든 상태가 되는 것이다. 특히 열대야로 인해 잠잘 때도 에어컨을 켠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장시간 에어컨에 노출되다 보니 머리가 무겁거나 무기력을 호소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따라서 올해는 환절기에 접어들면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 감염이나 비염 증상이 더 심해지리라 예상된다. 왜냐하면, 온도 차에 따른 힘겨움은 환절기에 드러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환절기의 온도 차는 외부와 접하는 피부와 점막에 많은 부담을 준다. 특히 체온조절력이 약한 사람들이 질병에 걸리기 쉽다. 특히 초가을 환절기에 몸은 낮의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체열 생산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체온 유지를 위해 체열 방출에 신체 활동을 맞추어 놓는다.
문제는 이렇게 준비된 체온 조절 능력으로는 새벽 차가운 공기에 대처하지 못해서 피부와 호흡기의 점막이 기초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대사 활동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면역력이 저하된다. 바로 이때 호흡기와 피부에 약점을 가진 사람들은 감기와 비염, 피부질환을 앓게 된다.
이러한 환절기의 변화를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름은 높은 온도만큼 우리 몸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올해는 7~8월의 찜통더위로 휴가마저 외부 활동보다는 시원한 곳에서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렇게 활동성이 극도로 억압받았다면 이를 보완해야만 환절기와 가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먼저, 의식주에서 해법을 찾자. 중국 고전에서 자주 인용되는 격언 중에서 ‘조모의가의, 중일당감복(朝暮宜加衣, 中日當減服)’이라는 말이 있다. ‘아침저녁으로는 옷을 덧입고, 낮에는 옷을 줄여 입으라’는 뜻으로,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더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환절기에는 비위(脾胃)를 보호하는 음식을 섭취하자. 소화에 부담이 적고 따뜻한 음식으로는 따뜻한 죽, 따뜻하면서 시원한 국물, 제철 뿌리채소(무·도라지·생강)가 좋다. 기침이 많을 때는 배·도라지·꿀을 이용한 배도라지 차를 권한다. 『본초강목』에는 ‘생강은 위기를 돕고, 도라지는 폐기를 잘 통하게 한다‘라고 해 환절기의 대표 처방으로 쓰였다.
사는 공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옛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집 마당을 쓸고 물을 뿌려 먼지와 건조함을 줄였다. 환절기에는 주거공간의 건조함과 바람이 큰 적이므로 습도를 유지하고 바람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전통적인 지혜다.
둘째, 적극적인 야외 활동과 적절한 운동으로 전신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자. 주역에서 유래한 동정유시(動靜有時)라는 말이 있다. 움직임과 멈춤에 때가 있다는 뜻으로, 상황에 따라 적절히 행동하거나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크게 야외에서 활동하고, 실내에서 휴식하는 것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를 달리 확대해서 표현하면 ‘여름에는 야외에서 활동하고, 겨울에는 실내에서 동면한다’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7월과 8월에 무더위 때문에 미진했던 활동량을 환절기에 최대한 보충할 필요가 있다. 아침, 저녁에 가볍게 산책하거나 운동해도 좋고, 주말에 종일 야외에서 보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피부의 활발한 혈액 순환은 외부 환경에 적응할 에너지를 공급해주며 심폐 건강, 기초대사량을 끌어올리면서 기혈순환의 지표가 된다. 그러므로 달리기,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팅, 줄넘기 등을 통한 유산소 운동이나 자갈밭 걷기, 손뼉치기, 족욕 등 여러 가지 방법들을 통해 말초 순환을 활발하게 해주자.
셋째, 제때 잠을 자도록 하자. 밤에 역사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만고 불변의 진리다. 우리 건강의 역사도 밤에 이루어진다. 이론적으로는 해가 떨어지고 2~3시간 후인 9시 전후에 자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대생활에서 이를 실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에 가능하면 11시에는 잠을 자도록 하자. 특히 아이들은 일찍 자고 푹 잠으로써 낮의 부담들을 정리하면 활발한 면역 작용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왕성한 성장 호르몬의 분비로 쑥쑥 클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집 가까운 한의원을 도우미로 활용하자. 한방 치료는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거드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잔소리처럼 들리는 식이요법, 수면, 운동 등을 늘 권하는 이유다. 아울러 응급 상황이나 감기, 비염에 직접 대처할 수 있는 한방 코 세정제와 같은 상비 수단과 대처법을 알려준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