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기후위기 해법, '대중교통'에서 길을 묻다
고양정책포럼 주최 '기후위기와 대중교통' 정책세미나
기후위기 대응, 개인의 실천 넘어
도시 시스템 대전환 요구 거세져
정치적 리더십과 사회적 합의 필요
고양시위한 구체적 대안 모색해야
[고양신문] 폭염과 폭우가 일상이 된 기후 재난의 시대, 인구 108만 고양시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승용차 중심의 도시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시민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중교통 중심으로 도시를 재설계할 것인가.
지난 22일 고양정책포럼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와 대중교통' 세미나에서는 이 뜨거운 질문을 두고 전문가와 시민, 정치인들의 날선 진단과 해결책이 쏟아졌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고양시가 탄소중립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이상 개인의 선의나 실천에만 기댈 수 없으며, 과감한 정책적 결단을 통해 도시 시스템 전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중교통은 복지' 발상의 전환 촉구
발제를 맡은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고양시의 미온적인 기후위기 대응 실태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논의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고양시의 2030년 탄소 감축 목표(36%)는 국가 목표(40%)에도 미치지 못하며, 특히 배출량이 늘고 있는 교통 부문 감축 목표는 10%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정책 의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고이지선 연구원은 "현재 고양시 정책은 전기차 보급 등 기술적 해법에만 치우쳐 있다"고 비판하며, 세계적인 도시들의 성공 사례를 통해 정책 방향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자전거 도로 확충, 자동차 전용도로의 공원화, '15분 도시' 개념 도입을 주도한 프랑스 파리 ▲강력한 '초저배출구역' 정책으로 대기질 개선에 성공한 영국 런던 ▲'49유로 티켓'과 같은 파격적인 대중교통 요금 정책을 도입한 독일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서울 성동구의 공공 셔틀버스 '성공버스'를 혁신적인 국내 모델로 제시했다. 고 연구원은 "성공버스는 기존 마을버스 노선과 겹치지 않게 설계해 민간 업체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교통 소외 지역을 연결해 큰 호응을 얻었다"며 "주목할 점은 성공버스 도입 이후 기존 마을버스 이용객까지 동반 상승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편리한 대중교통이 시민들의 이동 습관 자체를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는 "대중교통의 주 이용객은 여성, 노인, 청소년 등 교통약자"라며, "대중교통 정책은 단순히 탄소를 줄이는 환경 정책을 넘어, 이동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핵심적인 '복지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개인 의무감 호소 넘어 제도적 지원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는 시민, 전문가, 정치인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참석자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과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 시민은 "'1.5도 감축'과 같은 목표가 솔직히 시민들에게는 추상적이고 와닿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대중교통 이용 시 출근 시간을 인정해주는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의무감에 호소하기보다 자연스럽게 행동 변화를 유도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용석 전 시의원은 "현재 도시정책은 주차장을 계속 만들며 승용차 이용이 더 편하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라며 "의도적으로 승용차 이용을 불편하게 만드는 '역인센티브' 정책과 도로 중앙 녹지화 같은 과감한 발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삼송에 살고 있는 도난영 전 화전도시재생센터장은 "삼송지구는 신도시임에도 보행 공간이 좁고 가로수가 부족해 걷기조차 힘들다"며 '걷고 싶은 환경' 조성이 대중교통 이용 및 탄소 감축의 전제조건임을 강조했다.
이 밖에도 불투명한 버스 요금 원가 산정 문제, 교통약자를 고려하지 않는 차량 설계 등 대중교통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옳은 정책이라도 주민 반발에 부딪히는 정치적 현실의 딜레마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