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 사고, 통계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
이광수의 교통안전 칼럼
[고양신문] 최근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2024년 기준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761명으로, 전년(745명)보다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면허 반납이나 규제 강화 같은 논의가 활발하지만, 단순히 나이를 문제 삼는 접근은 사고의 본질을 가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 이면에는 더 복합적인 원인이 자리 잡고 있다.
먼저, 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 중이라 운전면허를 보유한 고령자 비율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에게 운전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자립적 생활과 사회 참여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시력·청력 저하, 인지 능력 감소 등 신체적 변화는 교통안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킨다. 문제는 현재 도로 환경이 여전히 젊고 반응이 빠른 운전자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복잡한 교차로, 짧은 신호 주기, 시인성이 낮은 표지판 등은 고령 운전자에게 과도한 인지적 부담을 준다.
이와 함께 본인의 운전 능력 저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시력이나 인지 기능은 서서히 변화하기 때문에 ‘아직 괜찮다’라는 자신감이 생기기 쉽고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교육과 정보는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운전을 포기했을 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운전 지속을 선택하게 만드는 현실적 이유다.
더불어 사회적 지원 체계의 부재도 큰 문제다. 고령 운전자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은 여전히 보급률이 낮고 관련 교육 기회 또한 충분하지 않다. 운전을 그만둔 이후를 대비한 교통 인프라도 미흡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운전을 이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도로 설계를 고령자 친화적으로 개선하고 인지 기능 자가 진단 도구를 보급하는 한편, ADAS 장착을 지원하거나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운전면허 반납 이후에도 이동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저비용 대중교통 확대, 교통 바우처 지급 등의 제도도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고령 운전자를 단순한 위험 요소로 보기보다는 지원과 배려가 필요한 존재로 바라보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그래야만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안전하게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교통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경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