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회 4년, 위원들의 고민은?

[높빛시론] 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

2025-09-12     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
오건호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

[고양신문] 요새 고양시 동마다 주민자치회 위원 모집이 한창이다. 임기는 2년이고 공개추첨 혹은 심사를 거쳐 선정되는데 고양시장으로부터 위촉장을 받는다. 예전에는 동 자문기구 성격의 ‘주민자치위원회’였는데, 4년 전 고양시로부터 직접 보조금을 받고 사업도 위탁받을 수 있는 ‘주민자치회’로 전면 전환됐다.

주민자치회로 역할과 위상이 높아졌는데, 실제 위원들의 상황은 어떨까? 주민자치회 회장들이 모이는 회의에서 주고받는 의견을 종합하면, 긍정적이지 않다. 주민자치회 주체인 위원들은 지금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는가?

첫째, 요즘 상당수 주민자치회가 위원을 모집할 때 ‘미달’을 경험하고 있다. 이번이 임기 전환기라 다른 때와 비교해 모집 인원이 많은 것도 이유일수 있고, 내가 속한 주민자치회의 경우처럼 주민자치회 운영세칙이 위원과 다른 직능단체(지역사회보장협의회, 적십자회, 안전보안관 등) 회원의 겸직을 금지해 기존 마을활동가들이 응모에 나서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위원 모집 미달은 아직 주민자치회가 일반 주민들에게 참여하고픈 매력있는 조직으로 자리잡지 못한 걸 보여주는 상징적 결과이다. 결국 주민들과 함께 하는 주민자치활동이 부족한 거다. 이러한 취지에서, 지난 달에 견학다녀온 시흥시 정왕2동 주민자치회는 본받을 만한 사례이다. 교육, 환경, 마을방송, 공동체카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주민들을 주민자치회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마을활동가’로 조직하고 있었다. 고양시 3기 주민자치회가 해내야 할 핵심 과제이다.

둘째, 주민자치회 위원 구성에서 고령화, 여성화 경향이 확인된다. 인간의 건강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년에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건 전향적인 일이다. 문제는 청년은 고사하고 중년 위원조차 소수이며, 남성들의 참여도 저조한 편이다.

현재 주민자치회 기본 회의는 거의 낮 시간에 열린다. 직장인은 위원이 될 엄두를 내기 어려운 활동구조이다. 동네 자영업자들도 2년 전 고양시 조례 개정으로 해당 지역 주민이 아니면 위원이 될 수 없다. 결국 직장인과 자영업자는 참여할 수 없고, 행정복지센터 안에 있는 주민자치회 사무실도 오후 6시면 잠겨 출입할 수 없으니 회의가 낮에 진행될 수밖에 없다. 주민자치회가 은퇴자, 주부 중심으로 구성되는 이유이다.

제도적 변화가 꼭 필요하다. 주민자치회가 법률과 조례에 기반한 조직인 만큼, 주민자치회 회의는 공적 활동으로 직장에서 인정받도록 해야하고, 자영업자도 지역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하므로 위원 자격을 부여받아야 하며, 저녁 6시 이후 모임 장소도 확보되어야 한다.

셋째, 주민자치회마다 사무 업무 처리에 곤란을 겪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보통 30명 내외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고양시 공공예산을 보조금으로 사용하는 조직이다. 그만큼 사무, 회계 업무가 복잡하고 많다. 회장들은 상근 공무원 한두명에 해당하는 업무량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실은 어떤가? 보통 주민자치회 사무실에는 회장, 그리고 위원 중에서 선임되는 간사(사무국장으로 불리기도 함) 두 명이 일한다. 회장은 점심식사비도 제공받지 못하는 무급직이고, 간사는 파트타임 시간제로 고양시로부터 월 최대 60만원 활동수당을 받을 뿐이다. 주민자치회마다 문화강좌 운영수입에서 얼마를 간사 활동비에 보태는데 그래야 월 100만원 안팎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간사를 위원 중에서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니 주민자치회마다 사무 업무 처리에 애로를 겪고 심지어 보조사업 신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다른 지역을 본받자. 지난달 행신2동 주민자치회와 견학 교류한 서울시 주민자치회에는 위원이 아니면서 사무를 전담하는 상근 지원관 한 명이 일하고 있고, 시흥시 주민자치회에는 상근 지원 인력이 두 명이었다. 회장의 무급 활동도 개선되어야겠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상근 인력의 확보이다. 앞으로 고양시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풀뿌리 자치의 활성화’를 목표로 새출발한 주민자치회, 어느새 4년이지만, 그 주체인 위원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주민자치회 인적 자원을 보강하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