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없는 고교학점제,
기회 아닌 부담

청소년이 바라는 고양시

2025-09-17     강라현 고양시청소년의회 의원(백신중) 
 강라현 고양시청소년의회 의원(백신중)

[고양신문] 많은 논란 끝에 고교학점제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준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지난 6월 말에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반대하는 전국교사결의대회가 이어졌다. 서울 도심에서는 수백 명의 교사들이 모여 “준비 없이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모습은 고교학점제 취지는 좋지만, 그에 대한 현실적인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일정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개별의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제도 운영에 두 가지 큰 문제가 따른다.

첫째, 지원 부족이다. 다양한 과목을 제공하려면 전공 교사, 실습 시설, 행정 인력 등이 필요하지만, 많은 학교는 이 조건이 부족해 일부 학교만 다양한 선택을 제공할 수 있는 불균형이 발생한다. 또한, 학생들의 진로를 담당하는 진로전담교사가 대부분 학교에 1명뿐이어서 충분한 진로 상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째,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다. 학생마다 다른 시간표와 학점을 관리하는 일이 교사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025년 3월 전국 고등학교 교사 17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고교학점제 현장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97.6%가 업무 부담이 늘었다고 답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별 고교학점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제도를 설명하는 안내서가 아니라, 교육청이 각 학교의 과목 개설 수준, 진로전담교사 등 교사 배치, 시설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뒤,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 학교마다 필요한 기준을 정해주는 지침이다.

이를 통해 학교는 학점제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쉽게 알 수 있고, 교사들도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또한, 교육청은 학교마다 상황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지원할 수 있어, 모든 학교가 고교학점제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학생들은 다니는 학교나 지역에 상관없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분명 미래 교육의 중요한 흐름이지만, 준비 없는 시행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아니라 추가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고양시가 청소년이 머무르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교육청과 지역 사회가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