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열의 고양 사(史)랑방] 또 하나의 세계유산을 기다리며

2025-09-17     윤병열 고양문화원 고양학연구소 전문위원 

[고양신문] 국가유산청은 지난 7월 31일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 심의회를 열고 고양시의 북한산성과 서울의 한양도성, 탕춘대성이 포함된 ‘한양의 수도성곽’을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확정했다. 국내에서 밟아야하는 잠정목록, 우선등재목록, 등재신청 후보, 등재신청 대상 등 네 단계의 모든 절차를 이행하고 이제 유네스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에 등재를 신청하고 최종적으로 유네스코 총회의 결정만 남은 것이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내년 초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2027년 6월에 등재가 확정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북한산성대 남문 주변. [사진제공 = 국가유산청]

2009년 조선왕릉 40기가 일괄해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고양시의 서오릉, 서삼릉에 위치해 있는 8기의 조선왕릉도 포함됐다. 단독유산은 아니지만 고양시도 세계유산 보유 도시가 된 것이다. 시민들은 서삼릉과 서오릉을 찾을 때마다 세계유산을 본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조선왕릉은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의 여러 자치단체에 분산돼 있다. 관리도 국가유산청이 일괄 하고 있으며 세계유산 등재신청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왠지 약간은 남의 것 같은 느낌도 없지 않다. 그런데 북한산성은 고양시가 직접 관리와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꾸준한 준비절차도 진행해왔다. 관련 유산에 대한 유지보수 사업과 학술연구, 자료발간 등을 통해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창출하고 당위성을 홍보해 왔다. 2018년에는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국가유산청에 잠정목록 등재 신청을 했다. 결과는 한양도성과 연계해 조선후기 도성방어 시스템의 완전체를 확보하라는 권고였다. 비록 채택은 아니었으나 가능성마저 상실된 것은 아니었다. 서울시 역시 10년을 넘게 한양도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자해 왔으나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고양시와 서울시는 2021년 국가유산청의 권고를 수용해 원팀을 구성하고 합동사무실도 열었다. 그리고 한양도성과 북한산성 그리고 두 성을 연결하는 탕춘대성을 하나의 도성방어 시스템으로 묶어 ‘한양의 수도성곽’을 탄생시켰다. 

서울 한양도성(장충동 지구). [사진제공 = 국가유산청]

임진ㆍ병자 양난의 심한 홍역을 치른 조선왕실은 남한산성이나 강화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할 도성방어 시스템을 구상하게 된다. 남한산성은 강을 건너야 하고 강화도는 바다를 건너야 한다. 두 곳 모두 왕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한다는 이미지를 버릴 수가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왕이 도성의 백성들과 함께 피신해 끝까지 항전한다는 방안에서 나온 것이 북한산성이었다. 숙종은 오랜 찬반논쟁을 잠재우고 재위 37년인 1711년 삼군영(훈련도감, 금위영, 어영청)의 병력과 승병을 동원해 6개월 만에 북한산의 16개 봉우리를 연결하는 난공사를 완성한다. 이어 1715년에는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탕춘대성도 완성한다. 숙종의 이 프로젝트에는 단순한 도성방어라는 군사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백성과 함께한다는 여민(與民)사상이 반영돼 북한산성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오랜 준비의 시간과 철저한 마무리가 고양시에 또 하나의 세계유산이라는 선물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한다. 근자에 고양시에도 시민서포터즈 단체인 ‘북한산성지킴이’도 탄생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북한산성의 주인인 고양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이 절실해 지는 시간이다. 

윤병열 고양문화원 고양학연구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