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희망의소리 '청년·전문가 평화 라운드 테이블' 뜻깊게 마무리

4명의 평화 전문가, 7명의 각국 청년들 저마다의 시선으로 ‘평화’ 향한 고민·전망 발표

2025-09-18     유경종 기자
[사진=고양YMCA]

[고양신문] 분쟁과 갈등을 겪는 나라의 청년들과 평화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각자가 처한 현실을 공유하고, 연대를 통해 극복방안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열렸다. 17일 킨텍스에서 ‘국제 분쟁·갈등과 청년들의 삶’을 주제로 열린 '청년·전문가 평화 라운드 테이블' 참가자들은 4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서로가 펼쳐놓은 다채로운 의제와 고민들을 경청했다. 

(사)희망의소리(이사장 정은경)가 주최한 이날 프로그램은 통일부의 2025 통일교육민간단체 활동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고, 고양YMCA(이사장 김선희), 호크마미래사회연구소(소장 홍선의), 아시아의친구들(공동대표 일문스님·차미경), 아시아태평양YMCA연맹(사무총장 남부원)이 공동 주관했다. 

행사를 주최한 (사)희망의소리 정은경 이사장.

4명의 전문가가 제시한 ‘평화 비전’ 

행사는 호크마미래사회연구소 홍선의 소장(중부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평화 이슈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나선 1부 ‘평화 전문가 라운드테이블’에서는 ▲분쟁과 갈등으로 인한 청년 ‘일상’의 공간 이동과 국제적 연결성(차미경 아시아의친구들 공동대표) ▲국제 분쟁과 갈등에 대한 비판적 이해, Double Standard(정주진 평화갈등연구소 소장) ▲문화·예술 교류를 통한 청년들의 상호이해와 평화 비전(한미미 전 세계YWCA 부회장) ▲한·중·일·북 청년들의 상호이해와 평화 비전(남기평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총무) 등 다양한 분야의 심도 깊은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오른쪽부터) 차미경 아시아의친구들 공동대표. 정주진 평화갈등연구소장. 한미미 전 세계YWCA 부회장.

첫 발표를 한 차미경 대표는 국경을 넘어선 시민들의 기억과 일상, 연대와 협력을 기록하는 스토리 기반 디지털 플랫폼인 AMA(Asia Memories Archive) 작업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차 대표는 “과거의 연대가 자유권과 사회권 측면에서 시도됐다면, 오늘날에는 일상 속 관심 주제로 연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주진 소장은 현재진행형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비교하며 무력 분쟁의 정당성에 대한 서구 중심의 선택적 이중 잣대를 비판했고, 한미미 전 부회장은 문화와 예술이 지닌 공감과 확장의 힘으로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남부원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사무총장, 남기평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총무. 

마지막 발표자인 남기평 총무는 “동북아시아 국가 사이에서 점점 강화되는 인종·민족 간 혐오가 신자유주의적 논리와 결합해 차이를 고정화하고 양극화된 계급 구조를 재생산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민족적 대화의 장, 협력적 사회 참여 지원, 기후대응 실천 등을 제시했다. 

전쟁 겪는 국가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

‘평화를 일구는 청년들의 연대’를 주제로 진행된 2부에서는 팔레스타인(시마 자예드, 리나 카팁), 예멘(히샴 알바라크), 미얀마(져른) 등 분쟁과 갈등을 겪는 국가 청년들의 생생한 체험과 절실한 고민을 들었다. 

(왼쪽부터) 시마 자예드(팔레스타인), 히샴 알바라크(예멘), 박이랑 서아시아 전문가(통역 담당). 

이화여대에서 아시아여성학을 공부하고 있는 시마 자예드씨는 한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여성이 겪는 정체성의 혼돈, 일상에서 마주치는 오해와 혐오 등을 진지하게 성찰하며 “한국의 서사와 팔레스타인의 서사는 깊이 연결되며, 공감과 연대의 가능성을 연다”고 전망했다. 청년예술가 리나 카팁은 자신이 창작한 작품들을 사진과 함께 설명하며 “예술은 기억이고 저항이며, 세대를 잇고 억압 너머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17살 때 한국에 들어왔으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8년을 살아온 히샴 알바라크 예멘포럼 대표, 군부 쿠데타와 징병제로 인한 미얀마 청년들의 비극적 상황을 줌 영상을 통해 호소한 져른의 발표는 분쟁·갈등국가 청년들이 감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절박한 증언이었다.     

(왼쪽부터) 리나 카팁(팔레스타인),이승주 독일유학 경험 청년, 이유라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국장. 

한국 청년들의 다양한 시각도 발표됐다. 이승주씨는 독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서구 진보 언론의 가면 뒤에 숨은 오리엔탈리즘을 세밀하게 들춰냈고, 임우택 대학YMCA전국연맹 회장은 우리나라 청년들의 평화운동 사례를, 이유라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국장은 아시아 지역 청년들의 평화운동 사례를 각각 소개했다. 

분쟁 없는 세상을 향한 연대의 한 걸음 

4명의 평화 전문가와 7명의 각국 청년들이 릴레이 발표를 이어간 이날 행사는 분쟁과 갈등을 넘어 평화와 연대의 미래를 만들 주역이 바로 청년임을 새삼 일깨워준 자리였다. 또한 다양한 시각의 발표와 토론을 통해 평화를 향해 다가가는 다양한 방법들을 입체적으로 모색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아시아의친구들 공동대표 일문스님. 김선희 고양YMCA이사장. 라운드테이블 진행을 맡은 홍선의 호크마미래사회연구소장.

하지만 너무 많은 주제를 한 자리에서 다루려다 보니, 물리적 한계도 분명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발표를 좀 더 깊이 있는 논의로 발전시키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좀처럼 초청하기 힘든 분쟁·갈등 국가 청년들에게 더 많은 발표와 질문 시간이 주어지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행사를 주최한 (사)희망의소리 정은경 이사장은 “분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를 되돌아 본 시간이었다"며 “모두가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김선희 고양YMCA 이사장은 “분단과 차별을 넘는 상상, 국가와 지역을 넘는 실천으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공존의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