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교육·노동 예산 줄고, 실체 없는 전략사업 편중”

시민단체들 4년간 예산안 분석 발표 6개월간 분야별 분석 결과 ​​​​​​​“시민 삶과 괴리된 정책방향” 비판 “주민참여·소상공인 지원 대폭 축소”

2025-09-21     남동진 기자

[고양신문] 이동환 시장 체제의 고양시 예산 편성이 시민들의 실제 삶과는 거리가 먼 대규모 전략사업에 편중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복지, 교육, 노동, 주민자치 예산은 줄줄이 삭감된 반면, 실체가 불분명한 미래 사업 예산은 크게 늘었다는 지적이다.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등 3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8일 일산동구청 다목적실에서 ‘2025 고양시 예산분석 발표회’를 열고, 지난 6개월간 진행한 분야별 예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회에는 5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시 예산 정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주최 측은 “예산은 행정의 정책 의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라며 “시민의 세금이 올바르게 쓰이고 있는지,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집행되고 있는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자 했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지역경제·노동·여성·교육 등 전방위적 ‘후퇴’
이날 발표회에서는 분야별로 민선8기 이후 진행된 주요 예산 삭감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한 내용이 공개됐다. 먼저 일자리 정책 분야 발표를 맡은 송영주 민생대회 공동대표는 “이동환 시장이 임기 동안 추진하겠다고 밝힌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언제 될지도 모르는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연계된 일자리 창출이 전부”라며 “중장년, 여성, 취약계층 등 시민 맞춤형 일자리 사업이 심각하게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송 대표는 “일자리 기금의 운영 방식도 문제”라며 “2024년과 2025년 연속으로 신규 전입금이 전혀 없었고, 2023년에는 집행액이 0원이었다. 이는 고양시의 일자리 창출 의지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업·소상공인 분야 또한 마찬가지였다. 김범수 고양시민회 정책위원장은 기업·소상공인 분야 분석을 통해 이동환 시장의 경제 정책이 ‘시민의 현재 삶’을 외면하고 ‘허울뿐인 미래’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소상공인과와 기업지원과 등 시민 체감 경제 관련 예산은 2021년 468억원에서 2025년 184억원으로 300억원 가까이 줄어든 반면, 경제자유구역 등 미래전략사업 예산은 500억원 가까이 늘었다”고 데이터를 제시했다.

특히 그는 “지역 공예·가구 산업, 수제품 산업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됐고, 사회적경제 지원 정책도 대폭 축소됐다”며 “지역기업을 소외시킨 채 대규모 전략사업에만 예산을 집중하는 기조가 뚜렷하다”고 비판했다.

노동 분야에서도 예산 후퇴가 확인됐다. 장영학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 교육위원장은 “노사민정 협력 활성화 사업 예산이 2021년 11억원에서 2025년 8억원으로 감소하는 등 노동권익 증진을 위한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교육, 돌봄 분야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함윤희 고양YWCA 사무총장은 “여성영화제, 여성안심귀가 동행 서비스, 여성커뮤니티센터 등 여성의 활동과 안전, 취업을 지원하던 핵심 사업 예산이 줄줄이 삭감됐다”고 밝혔다. 정시연 전교조고양유초등 지회장은 “시 전체 예산 대비 교육 분야 비중이 2021년 3.01%에서 2025년 1.67%로 반토막 났다”며 “이는 고양시의 미래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명무실해진 주민자치와 평화통일 교육
‘시민이 주인’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주민자치와 참여 기반도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김재환 고양청년회 대표는 “주민참여위원회 운영비가 2021년 2억원에서 올해 2500만원으로 8분의 1 토막이 났다”며 “이는 시가 더 이상 주민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한때 고양시의 특색 사업으로 꼽혔던 평화통일 교육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실제 이날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86개 학급, 20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던 고양시 학교 평화통일 교육 지원사업은 2023년 이후 완전히 사라지고 공무원 대상 교육만 명맥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노인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관련 예산의 효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발표회 자료에 따르면, 노인 인구 증가율(26.6%)에 비해 노인복지 예산 증가율(57%)이 두 배 이상 높아, 사업의 실효성과 중복 여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범수 정책위원장은 “예산은 곧 정책의 언어다. 이번 분석을 통해 고양시의 정책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드러났다”며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풀뿌리 예산을 복원하고, 예산 편성 과정에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최 단체들은 이번 발표회에서 제기된 문제점과 대안을 바탕으로 연말까지 1차 보완 연구를 진행하고, 내년 3월 2차 심화 연구를 마무리해 2026년 예산 편성과 다가오는 지방선거 정책 요구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