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축동 옛이야기 찾아 나선 역사 탐방대 “가는 곳마다 재밌어요”
수피움작은도서관 <지축, 경계를 잇다>
초등학생 15명, 6시간 탐방 전원 완주
강의 듣고 답사하고… ‘기억지도’ 제작
“지축지구 첫 마을역사 발굴 프로젝트”
[고양신문] 옛 흔적이 사라지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지축지구의 잊혀진 마을 역사를 어린이 역사 탐방대와 함께 발굴하는 프로젝트 <지축, 경계를 잇다>가 지축동 수피움작은도서관(대표 조현경, 운영위원장 장영두)에서 참가자들의 열띤 호응 속에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일 ‘지축마을 역사알기 특강’이 열렸고, 20일에는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들을 두 발로 답사하는 ‘지축마을 역사 탐방’이 진행됐다. 오는 27일에는 특강과 탐방을 통해 만난 지축 마을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내는 ‘기억지도 만들기’로 역사발굴 패키지 프로그램의 대미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강의와 탐방 인솔은 유경종 고양신문 기자가 맡았다. 고양시의 소소한 역사를 기록한 시리즈를 지면에 연재해 온 유 기자는 십대 시절 지축동에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을 지축동의 과거 시간 속으로 안내했다. 기억지도 만들기를 담당한 김지유 공공디자이너(홍익대학교 공공디자인 박사전공)도 강의·탐방에 모두 참석하며 미리부터 어린이 참가자들과 교감했다.
20일 진행된 마을 역사 탐방에서는 어린이 참가자 15명 전원이 실내강의 후 15곳에 이르는 답사 장소 전 코스를 장장 6시간 동안 완주했다. 가장 먼저 지축지구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근대 건물(1954년 준공)인 신도제일교회 돌예배당에 들러 “한국전쟁 직후 미군 공병부대 도움을 받아 마을 주민들이 창릉천 호박돌을 날라 지은 역사적 건물”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이어 교회 뒷동산의 옛 마을 상수도 물탱크를 둘러본 후, 지정동과 싸릿말을 잇는 옛길을 넘어 창릉천 둑방길을 산책하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북한산을 스케치하고, 주요 봉우리 이름을 수첩에 메모했다.
차를 타고 지축지구 서쪽으로 이동한 탐방대는 80년대 중반 지축차량기지에 수용된 덕분에 건물이 보존된 지축초등학교 첫 교사를 담장 너머 구경한 후, 신도용사촌과 공무원주택 골목을 걸으며 분단과 냉전이 남긴 흔적들을 둘러봤다. 지축동과 삼송동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숫돌고개 마루 여석정에서는 임진왜란과 명나라 이여송 장군에 얽힌 일화를 들었다.
탐방 일정은 오금동을 지나 삼막골 느티나무로 향했다. 영험한 전설이 전해오는 느티나무를 앞에서 두 팔을 벌리고 사진을 찍은 참가자들은 다음 방문지인 삼하리 전원일기마을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국민드라마 <전원일기> 출연진 사진과 동상을 배경으로 인증샷도 찍고, 마을 주민의 추천으로 일정에 없던 금바위 저수지를 방문해 물수제비 시합을 펼쳤다.
벚나무 그늘을 따라 교외선 철교까지 산책한 공릉천 트레킹에서는 시원한 물살에 발을 담근 백로와 오리들이 일행을 반겨줬다. 마지막 방문지는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가 배인 해피밸리 전투 기념공원이었다. 탐방대원들은 스테인리스 설명판에 적힌 내용을 꼼꼼하게 옮겨 적으며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UN군(영국군) 북아일랜드 병사들의 값진 희생을 기렸다.
2025 경기도 작은도서관 협력지원사업 ‘특화문화사업’에 선정돼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작은도서관의 참신한 기획이 마을공동체의 문화적 결실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도다. 알찬 프로그램 준비를 위해 수피움작은도서관 측과 두 명의 강사는 한 달 전부터 머리를 맞댔다. 프로젝트의 목적과 방향을 공유하고, 역사 탐방 후보지를 함께 둘러보며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했다.
조현경 대표는 “아이들이 과연 마을의 과거 역사에 관심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프로그램 내내 열심히 받아 적고 질문도 이어져서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장영두 운영위원장은 “지축지구는 대부분의 입주민이 마을의 과거 역사를 모르는 동네”라며 “마을의 옛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발굴하는 첫 시도가 끝까지 재미나게 마무리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