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가뭄, 기후재난에 대처하는 법
조창현의 물 따라 가보는 고양 (4) 가뭄의 추억 - 연결된다는 것의 의미 배에 물 실어나른 '2023년 완도' 고립된 섬이 가뭄에 더 취약 고양 상수도관 복선화로 연결 서로 연결돼야 안정성 높아져
[고양신문] 지난 8월 고양시 덕양구에는 시간당 100㎜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려 일대가 물에 잠겼다. 이달 초에는 군산에 기상관측사상 최대인 시간당 155㎜의 폭우가 내렸고, 이는 200년에 한 번 있을 확률의 비였다. 반면, 강릉에서는 예년 강수량의 절반도 안 되는 적은 비가 내려 1917년 이후 108년 만에 가장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일생에 한 번도 겪지 못할 극심한 가뭄과 홍수가 이 작은 땅덩어리 안에 공존하고 있다. 이런 기후 재난은 특히 취약한 지역에 더 큰 피해를 주게 된다.
가뭄에 가장 취약한 곳은 어디일까. 바로 섬이다. 물론 지금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을 비롯한 영동지역도 가뭄에 취약한 지역이다. 태백산맥 동쪽은 우리 국토의 동고서저 지형특성상 해안까지 거리가 짧아 내린 빗물을 보유할 수 있는 유역면적이 적고 경사도 가팔라서 바다로 흘러가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도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의 도시들은 육로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비상급수 물차도 보내고 병물을 실어 보내기가 쉽다.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은 이마저도 어렵다. 한마디로 연결이 안 되는 것이다.
2023년에 광주전남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왔을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가뭄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완도에서 수돗물을 생산해 공급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완도군은 육지와 연결된 본섬, 그리고 본섬과 연결된 몇몇 섬을 제외하고는 바닷길로만 갈 수 있는 크고 작은 섬들로 구성되어 있다.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가 있는 보길도, 서편제의 촬영지로 유명한 청산도, 영화로도 만들어진 임철우 작가의 소설 『그 섬에 가고 싶다』의 배경이 된 금일도 등이 바로 완도군의 섬들인데 이런 섬들에는 자체 상수원인 저수지와 정수장이 있다. 가뭄으로 저수지의 물이 바닥날 위기에 처한 섬들은 어쩔 수 없이 제한급수를 해야 했다. 가장 심한 곳은 하루 급수하고 6일간 단수를 시행할 정도였으니 주민들의 불편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일주일에 오직 하루만 수돗물이 나온다고 생각을 해보시라. 대도시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섬에는 일상다반사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물론 하늘만 탓하며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완도군과 함께 힘을 모아 육지의 광역상수도가 공급되는 본섬의 수돗물과 인근 섬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15톤 물차에 담아 한 번에 서너 대씩 여객선에 실어서 다른 섬의 상수원에 갖다가 붓는 작업을 반복했다. 상상해보시라. 물차를 배로 실어 날라 섬의 저수지에 붓는 광경을. 많은 비용과 수고가 따르지만 가뭄해결에는 턱도 없는 일, 그런 일이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물차를 배로 실어 나르는 것은 기껏해야 하루 왕복 세 차례 밖에 할 수 없었고 저수지는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차를 배로 실어 나르는 응급처방 외에 장기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했다. 요즘 가뭄으로 고통받는 강릉과 대비되어 워터밤 축제를 할 정도로 물 부족이 없는 속초에 설치된 것과 같은 지하저류댐이 보길도에 설치되었고 금일도와 넙도에는 바닷물을 먹는 물로 만드는 해수담수화 설비가 긴급히 설치되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의 1년간 이어진 극심한 가뭄은 5월초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나서야 해결이 되었다.
‘섬’은 때로는 고립을 상징하기도 한다. 섬이 가뭄에 취약한 것은 연결되지 못하고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육지에서는, 특히 대도시에서는 수도관이 격자 형태의 망으로 구성되어 한 지역에 관이 파손되어도 단수 없이 다른 경로로 우회하여 물을 보낼 수 있는 블록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기도 하고 상수도관을 이중으로 설치하여 한쪽에 이상이 생겨도 다른 한쪽으로 보낼 수 있는 복선화 사업이 된 곳도 있다. 고양시의 경우에도 수돗물 원수는 팔당댐에서 오지만 비상시에는 긴급복구 시간동안 한강에서 오는 원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고 수자원공사에서 각 배수지로 보내는 광역상수도 송수관과 배수지에서 각 지역으로 보내는 고양시가 관할하는 급배수관도 일부 구간에서는 유사시에 연결할 수 있는 비상연계밸브가 설치 되어있다. 수돗물도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연결되어야 좋은 것이 수돗물만은 아니다. 생태계도 연결되어야 건강하다. 도로로 나눠진 생태계를 연결하기 위한 생태 연결통로가 많이 만들어진 것도 이 때문이며 댐으로 단절된 하천에 물고기가 상류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인 어도를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연결되어야 삶이 건강해진다. 내 마음속 샘에 가뭄이 들어 갈라져 말라가고 있다면 다른 이들 마음의 샘을 연결하여 물을 대고 삶의 가뭄을 겪는 이웃이나 친구들이 있다면 내가 가진 마음의 물을 좀 나눠주기도 한다. 물론 ‘연결되지 않을 권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마트폰과 SNS의 시대에 과도한 연결의 폐해도 문제가 되고 있긴 하다. 과도한 연결보다는 마음속 샘이 차오를 때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섬 완도는 나에게 좋은 기억들과 함께 가뭄의 추억도 주었고 연결되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연결된다는 것은 서로 나누는 것이다. 이는 가뭄에 서로 물을 나누는 일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