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아 전 고양신문 대표, 송건호풀뿌리언론상 수상
언론민주화 앞장선 송건호 선생 기념 제16회 청암송건호언론문화제 이 전 대표, 34년 지역언론 외길 공로 고양포럼 등 지역공론장 구축 높이 평가 "지역신문, 비판자 넘어 해결자 돼야" 수상소감
[고양신문] "지역신문은 이제 단순한 비판자나 공급자를 넘어서야 합니다. 공론장을 만들고, 문제 해결의 플랫폼이 돼야 합니다."
이영아 전 고양신문 대표가 22일 충북 옥천에서 열린 청암송건호언론문화제에서 '송건호풀뿌리언론상'을 수상했다. 34년간 고양신문 기자와 대표로 일하며 지역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지역사회 변화로 연결해온 그의 언론 철학과 실천이 높이 평가받은 결과다.
이날 이영아 전 대표는 수상 소감에서 “지역의 요구와 시대의 과제를 연결하는 게 지역언론의 핵심 역할"이라며 "고답적인 형태를 넘어 시민의 삶 곁으로 가는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공론장의 1차 주체인 제보자, 이를 전달하는 언론, 함께 듣고 응답하는 독자가 어우러져야 건강한 공론장이 형성된다고 강조하며, 그간 고양신문에서 시도해온 다양한 실천 사례를 소개했다.
대표적인 공론장 사례로는 지역 현안을 토론하는 고양포럼, 지역 기업과 지자체, 주민이 함께하는 고양경제포럼 등이 있다. 또한 건강, 환경, 기후위기 등을 주제로 한 ‘마을숲시민학교’, 책읽는 공동체 문화를 확산하는 ‘다독다독 책읽기 캠페인’도 소개했다. 이영아 전 대표는 “이런 활동들이 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지역신문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자 지속가능성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손주화 사무처장, 송건호언론시민상 수상
이날 함께 송건호언론시민상을 수상한 손주화 전북민언련 사무처장은 “전국에 등록된 250여 개 지역신문 중 상당수가 광고 의존에 따른 보도 왜곡, 지자체 눈치보기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며 “풀뿌리 언론과 시민사회가 함께 수평적 네트워크를 확대해야 미디어 기본권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손 사무처장은 마을미디어, 시·군 단위 주간지,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KBS와 함께 만든 '풀뿌리K' 프로그램의 사례를 언급하며 "지역 주민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암송건호언론문화제에는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위원장, 김동현 뉴스타파재단 이사장, 김태진 청암언론문화재단 이사장 등 언론계 원로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오전 라디오 방송에서 동아투위의 역사와 언론자유 운동을 소개하고, 송건호 선생의 고향인 옥천군 군북면 비야리를 방문해 선생의 뜻을 되새겼다.
한편 옥천고등학교 학생기자단 ‘어비스’와 충북상업고 학생들도 자리를 함께해 언론 1세대들과 미래 세대 간 의미 있는 교류의 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2025 청암송건호언론문화제, 지역언론의 미래를 묻다
올해 청암송건호언론문화제는 ‘지역언론 읽기와 말걸기’를 주제로 열렸다. 오전 11시 30분 동아투위와 옥천FM이 공동 제작한 라디오 생방송 ‘동아투위, 살아있는 역사를 듣다’로 막을 올렸으며, 오후 세션은 청암송건호언론학교 소개와 함께 ‘2030 예비언론인 기획취재 공모전 사례 발표’로 이어졌다.
세션2에서는 청소년과 지역의제를 연결하는 프로젝트 사례, 세션3에서는 이영아 전 대표의 언론상 사례 발표가 이어졌으며, 저녁 5시부터 열린 본 시상식에서는 이영아, 손주화 두 수상자에게 상패와 꽃다발을 수여하고 심사위원 총평이 진행됐다.
이날 김병국 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송건호 선생의 언론정신을 잇는 언론인과 시민운동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갈등이 많은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언론의 공론장 복원 능력이며, 이를 위해 오늘 수상자들의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대 행사로는 옥천통합복지센터 6층에서 청암송건호 전시회가 열렸다. ‘비야리와 송건호’라는 주제로, 송건호 선생의 생애와 언론운동을 보여주는 사진과 사료가 공개됐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 대한통신사 외신기자로 시작해 동아일보 편집국장으로 '10ㆍ24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주도하다 해직되고, 한겨레신문 창간을 이끈 그의 치열한 언론인생이 담겼다.
청암 송건호, 독립언론의 표상이자 시대의 스승
송건호 선생(1926~2001)은 충북 옥천군 군북면 비야리 출생으로, 한국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논설위원을 거쳐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냈다. 1975년 '10ㆍ24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 해직된 후에도 언론민주화 운동에 앞장섰으며,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과 초대 대표를 맡아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언론 철학을 구현했다. 사후에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됐고, 한국기자협회는 그를 '20세기 한국 최고의 언론인'으로 선정한 바 있다.
(사)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와 옥천신문은 송건호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07년부터 매년 선생의 고향인 옥천에서 청암송건호언론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언론인, 시민사회, 학생들이 함께 지역언론의 오늘과 내일을 성찰하고 연대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