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협동'으로 길을 찾다… 네팔·세네갈서 녹색 희망 일구는 네촌사협
고양시 협동조합 탐방⑧ 네촌사회적협동조합
[고양신문] 전 지구적 과제가 된 기후위기. 해마다 심각해지는 가뭄과 사막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거대한 문제에 맞서기 위해 고양시에 뿌리를 둔 작은 협동조합이 아프리카 세네갈과 네팔의 농업 현장에서 의미 있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네촌사회적협동조합(대표 김재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곳 협동조합은 사하라 사막의 확장을 막기 위한 녹지화 사업과 네팔 농가의 지속가능한 생산 모델 구축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 구호단체의 활동과는 달리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또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맨땅에 헤딩” 전문가들, 협동조합으로 뭉치다
네촌사회적협동조합의 뿌리는 2020년 6월 설립된 ‘도농어산촌협동조합(이사장 김덕겸)’이다. 도시, 농촌, 어촌, 산촌의 상생을 꿈꾸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 230여 명이 모인 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비영리 공익사업을 위해 7명의 전문가가 뜻을 모아 ‘네촌(4村)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후원금에 의존하는 NGO 방식보다, 직접 뜻을 모아 움직이는 협동조합 형태가 더 현실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나무의사, 마케팅 전문가 등 조합원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방식은 현장에서 먼저 부딪히고 실증하는 것이다. 책상 위 계획이 아닌, 현지 주민들과 함께 땀 흘리며 가능성을 찾아 나간다. 이런 진정성 있는 활동은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UN 식량농업기구(FAO)와 파트너십을 맺는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
네팔 감자밭에서 세네갈 사막까지…지속가능한 모델 구축
네촌사협의 활동은 현장의 문제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맞춤형 해법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먼저 네팔에서는 농업 자립 모델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네팔 출신 조합원의 제안으로 네팔 현지의 어려움을 접하게 된 조합은 곧바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당시 네팔에서는 3만 평(10헥타르)의 감자밭을 수확하는 데 수십 명이 동원돼도 꼬박 한 달이 걸리는 비효율적인 농업 방식이 문제였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한국 등으로 떠나면서 네팔 농촌도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 심각합니다. 문제해결을 위해 저희는 저렴한 비용으로 농기계를 빌려주는 지원 서비스를 먼저 시작했어요. 또한 유통문제 해결을 위해, 중간 상인의 폭리를 막고 농민들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수도 카트만두에 직거래 마트도 열었죠. 농산물 대금을 바로 지급해주니 농가에 안정적인 소득이 생기고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가능해졌습니다.”
세네갈에서는 더 큰 도전에 나서고 있다. 바로 사막화를 막기 위한 녹지화 사업이다. 네촌사협은 아프리카 내 여러 국가 중,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외국인의 사업 활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세네갈의 ‘맹겐보이(Mengueye)’ 마을을 거점으로 삼았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한낮 지표면 온도가 50도에 육박하는 척박한 환경, 유목민의 염소떼가 새싹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문제, 심지어 마을 행사를 위해 7년간 키운 나무를 베어버리는 문화적 차이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네촌사협은 묘목을 키우는 육묘장에 울타리를 치고, 주민들의 소득과 직결되는 ‘혼농임업’ 모델을 제시하며 인식을 개선해나갔다. 특히 여러 번 베어도 뿌리에서 새순이 돋아나는 ‘대나무’를 주요 수종으로 선택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 최종 목표는 1000 헥타르의 숲을 조성하는 것. 김 대표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을 넘어, 현지 청년들에게 농업 교육을 제공해 일자리를 만들고 스스로 숲을 가꾸고 지키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라고 밝혔다.
고양시와 함께 꾸는 더 큰 꿈, "시민 참여 기다립니다"
네촌사협의 활동은 국제적인 기후위기 대응 약속과도 맞닿아 있다. 기후협약 이행을 위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해외에서 3750만 톤의 탄소감축 노력을을 해야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촌사협의 활동은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들은 해외 활동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와의 연대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양시 원당 신협과 함께 경북 안동의 산불 피해지에 나무를 심기 위해 조합원들이 각자 집에서 묘목을 키워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이 모델을 고양시에서 점차 확대해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고양시의 어르신이나 소외계층이 가정에서 묘목을 키우는 소일거리를 통해 성취감도 느끼고 용돈도 버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나아가 청소년을 위한 국제개발협력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자체의 ODA(공적개발원조) 자금을 활용해 해외 자매결연 도시와 협력하는 등 고양시가 주도하는 성공적인 국제 협력 모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시민들의 손으로 키운 나무가 국내외 필요한 곳에 숲을 이루고, 고양시 농민들이 농한기에 네팔에 가서 선진 농업 기술을 전수하는 멋진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습니다.”
설립 4년 차, 네촌사회적협동조합은 이제 막 자신들이 만든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확장을 준비하는 단계다. 김재연 대표는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이 여정에 더 많은 고양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