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삐삐'의 나라 스웨덴도 서점 폐업 늘어

[특파원 생생통신] 동네서점 잇단 폐업, 종이책 구하기 어려워지는 가운데 북유럽 최대 도서박람회 예테보리 도서전 '성황' 디지털 출판물 증가 추세에도 종이책 중요성 부각 노르웨이 '퓨쳐라이브러리' 프로젝트 눈여겨볼 만

2025-10-16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고양신문]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Stockholm) 아란다 국제공항(Arlanda Airport)을 방문하면 공항을 나서자마자 스웨덴을 대표하는 위인들이 벽면에 소개돼 있다.  그 중 스웨덴 어린이 문학의 상징 『말괄량이 삐삐(Pippi Langstrømpe)』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이 단연 눈에 띈다.

스톡홀름 공항 입국장에 소개된 『말괄량이 삐삐』의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1945년 처음 종이책으로 출판되어 전 세계 아이들에게 자유와 상상력을 심어준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는 스웨덴 어린이 문학의 아이콘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들은 종이책을 통해 수십 년 동안 사랑받아 왔다. 이러한 전통적인 종이책의 형태는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서, 독자에게 특별한 감동과 향수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매체와 차별화된다. 

스웨덴 예테보리 인근 서점이 기념품 가게, 카페 등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하지만 아쉽게도 스웨덴 동네 서점의 잇단 폐업으로 오프라인 서점에서 종이책을 구하기 점점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다. 스웨덴 공영방송 SVT는 올들어 적어도 10개 이상의 서점이 경영난으로 폐업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오프라인 서점이 온라인 서점으로 대체되고, 종이책이 전자책과 오디오북 대체로 인해 인쇄 서적의 판매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인근 북유럽 국가들의 공통된 현상으로 스마트폰 보편화와 디지털화로 인한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종이책의 수요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노르웨이 오슬로 인근 북카페 풍경.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한편 북유럽 최대 도서박람회가 지난 9월 마지막주 스웨덴 제2도시 예테보리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1985년 시작해 40주년을 맞이한 예테보리 도서박람회는 과거에는 종이책 출판 관련 전시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몇 년간 디지털 출판물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변화를 겪고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 도서박람회 로고 - 스웨덴 문화원 자료화면 캡쳐.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도서박람회에서 다시금 종이책의 중요성을 알리려는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졌다. 인간의 사랑과 욕망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박람회에서는 수많은 출판사와 서점들이 종이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프로그램과 세미나를 개최하며, 종이책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지역 언론들은 스웨덴의 출판업계는 통해 디지털 매체와의 경쟁에서 종이책만의 독특한 매력을 강조하며, 서점은 더이상 단순히 책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지식을 통한 배움의 장이며, 지역 정체성과 문화 교류 등 많은 가치를 내포하는 삶의 공간이라고 묘사했다. 또한 스웨덴 도심 서점들은 카페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서점, 독립서점 등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공공도서관 퓨쳐라이브러리 - 100년 후 공개될 종이책의 원고가 보관되어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한편 동네서점과 작은 서점들이 점점 줄어드는 노르웨이에서는 특별한 종이책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공공도서관 퓨쳐라이브러리(Future Library)에는 노르웨이 숲의 나무로 100년 후 종이책을 만들려는 백년 도서관 숲을 가꾸고있다. 매년 한 명의 작가를 선정 발표하는데 2018년 올해의 작가로 대한민국 한강 작가가 선정되기도 했다.

오슬로 노르마카숲에 조성 중이 미래도서관숲 - 90년 후 종이책으로 태어날 10살 노르웨이 가문비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북유럽도 종이책을 판매하는 서점 감소의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전자책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을 손에 쥐고 책장을 넘기며 행간을 톺아보며 읽는 경험, 책장과 책장 사이에 책갈피를 꽂거나 행간에 밑줄을 그으며 다시 연필과 손으로 기억 할 수 있는 종이책만의 감성은 전자책으로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퓨쳐 라아브러리 내부 ; 100년 후 종이책으로 탄생할 원고가 유리 서랍안에 보관되어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혹자는 미래에 종이책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예상을 하기도 하지만, 서점이 점점 사라지고 편리한 전자책이 늘어나는 현실에서도 종이책은 여전히 손으로 기억하고 향으로 느끼며, 오감을 자극하는 감성적 가치를 제공한다. 편리함과 감성이 각자의 특성과 장점을 살리며 공존하는 작은 독립 책방의 시대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