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인사도 전략이다… 지방선거 8개월 앞 '현수막 선거전'

SNS 시절에도 거리 가득 현수막 인사 현역들은 유권자에게 덕담 전하고 신인에게는 처음으로 얼굴 알릴 기회

2025-10-05     유경종 기자

[고양신문] 거리에서 한가위 분위기를 가장 먼저 알리는 건, 좋건 싫건 정치인들이 내건 명절 인사 현수막이다. 추석이나 설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거리를 도배하는 것은 늘 있어왔던 일이지만, 2026 지방선거를 8개월 앞둔 즈음이라 새삼 눈여겨보게 된다. 

요즘처럼 온라인 소통이 활발해진 세상에서 가장 아날로그적인 전달매체인 현수막 홍보가 얼마나 효과적일까 싶겠지만, 되새겨보면 유권자가 정치 신인의 얼굴과 이미지를 가장 먼저 인지하는 계기가 대개는 거리 현수막인 경우가 많다. 무시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가위를 이틀 앞둔 4일 고양시 거리에 게시된 현수막들을 둘러보았다. 미리 일러두지만, 전수 조사한 게 아니고 기자가 서너 시간 동안 고양시 몇몇 장소들을 돌며 눈에 띄는 현수막을 스마트폰 사진으로 찍었을 뿐이다. 빠뜨린 인물도 있을 테고, 사진의 선명도도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사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여당 여유 엿보이는 더불어민주당        

고양시 4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김성회, 한준호, 이기헌, 김영환)이 공동으로 선택한 문구는 ‘국민이 주인 되는 대한민국, 더불어 풍요로운 한가위 되세요’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집권 여당이라는 자부심을 담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와 함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김영환), ‘축, 라이브네이션사 K컬처 아레나 민간공모 참여 확정!’(이기헌) 등의 특정 이슈를 부각한 현수막을 별도로 내걸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시·도의원들은 해당 지역 국회의원과의 공동 현수막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 고양시장 출마 예상자로 손꼽히는 명재성, 이경혜 도의원은 독자적인 현수막을 내걸어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입장 따라 다른 메시지, 국민의힘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은 나름대로 각자의 상황을 반영한 메시지들을 현수막 문구로 넣었다. 대표적인 한동훈계 원외 인사로 손꼽히는 김종혁 위원장(고양병)은 ‘힘들어도 추석인데 함께 힘내요’라고 적었다. 반면, 지역정치 신인 조용술 위원장(고양을)은 ‘국민의 일상, 더 든든하게’라는 문구를 택했다. 

국민의힘 시·도의원들의 현수막에서는 ‘넉넉한 한가위 되세요’ ‘풍요로운 추석 보내세요’와 같이 전통적인 명절 덕담을 전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에서 고양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의원들(곽미숙·김완규·오준환)은 경쟁적으로 많은 숫자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중 오준환 도의원은 ‘시민은 옳습니다, 고양시를 살려주세요’라는 호소형 문구를 내걸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미래를 바꾸는 힘! 고양’이라는 민선8기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멀리 있어도 우리는 같은 달을 바라봅니다’라는 인사를 전했다. 

이언주 의원, 경기도지사 도전? 

지역 인사가 아닌 인물 중에서는 이언주 국회의원(용인시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소원 성취! 행복한 추석!’이라는 현수막을 고양시 곳곳에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공천을 노리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중에서는 조국혁신당 고양시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선희 의원이 ‘진심으로 진심을 얻겠습니다’라는 구호로 지역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무소속 고양시의원인 신현철·김미경 의원도 독자적인 현수막을 내걸어 유권자들에게 명절 덕담을 전했다.  

거대양당 외에는 송영주·전민선 진보당 고양시지역위원회 공동위원장이 한가위 인사와 함께 ‘당당한 대한민국’이라는 문구를 넣은 현수막을 각각 게시했다. 

차기 시장 도전자들, 각양각색 개성

차기 고양시장 출마 예상자들 중 현역 외 인사들은 하나같이 현수막 한 장에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려고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하 가나다순, 더불어민주당) 

윤종은 민주사회혁신포럼 상임대표는 ‘경제금융전문가, 변화와 혁신, 시민주권, 풍성한 한가위’ 등 한 장의 현수막에 여러 가지 메시지를 한꺼번에 담았다. 

정치인으로 첫 도전장을 낸 이영아 전 고양신문 대표는 ‘뜬다 보름달 뜬다 고양’이라는 나름 신선한 카피를 선보였지만,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현수막에 얼굴 사진을 넣지 않았다.    

민경선 경기교통공사 사장은 ‘소중한 분들 만나러 가는 길, 안전하고 빠르게’라는 문구로 교통전문가라는 이미지를 강조했고, 장제환 김성회 국회의원 특별보좌관은 명절 인사와 함께 추석 연휴 기간 진료 가능한 병원 안내를 현수막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정병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부의장은 ‘풍요로운 한가위 되세요’라는 심플한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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