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역주행 고양시… “자가용 중심 아닌 교통 공공성 강화해야”
창간 36주년 기획⑨ 기후위기 대응 지속가능교통 전환이 답이다
①고양시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지속가능 교통정책
②공공교통 필요성과 마을버스 공영제 가능성
③고양시 내부 교통인프라 문제점
④데이터를 통해 살펴본 고양시 교통불평등
⑤버스공영제 사례: 화성시, 성동구
⑥교통소외 지역 FGI 인터뷰
⑦고양시 도심 내 자전거 인프라 현황 및 문제점
⑧‘지속가능 교통도시’ 대전환을 위한 정책 제안
⑨지속가능한 교통도시 만들기 고양시민 토론회
턱없이 낮은 수송 분야 탄소 감축 목표
수익성만 좇다보니 외곽지역은 ‘교통지옥’
교통은 수익사업 아닌 보편적 이동권 문제
마을버스 공영제 도입 등 시스템 개편 시급
[고양신문] 기후위기 대응. 우리는 그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실천 앞에서는 종종 무력감을 느낀다. 그러나 가장 손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내가 자동차를 멈추는 순간 그만큼의 온실가스가 줄어든다. 이 단순한 직접성은 대중교통 정책의 중요성을 절실히 보여준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도시정부 차원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지난달 29일 열린 고양포럼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지속가능 교통이 답이다’라는 주제로 시민, 전문가, 정치인이 한자리에 모여 고양시 교통정책의 변화 방향을 논의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자가용 중심에서 벗어나 교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편하고, 그 기준을 사람의 이동권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송분야 탄소감축 시급... ‘지속가능교통’ 정책전환 필요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남동진 고양신문 기자는 녹색전환연구소·리영희재단 지원을 받아 두 달 동안 진행한 기획취재 결과를 보고했다. 주제 선정 이유에 대해 남 기자는 “고양시는 온실가스의 3분의 1 이상이 수송분야에서 배출되고 있음에도, 2030년까지 수송분야에서 탄소감축 계획을 고작 10% 남짓으로 설정했다”며 “국가 차원의 목표가 약 37%인데 이는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양시의 교통수단별 탄소배출량을 보면 자가용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대중교통 활성화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고양시 대중교통망의 문제를 짚었다. 남 기자는 “교통 소외 지역일수록 승용차 이용률이 높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마을버스인데, 현재 민영제로 운영되다 보니 수익성이 높은 중앙로에 노선이 집중되고, 외곽지역은 소외돼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 소외를 겪는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전했다. 남 기자는 “고봉동 어르신들은 하루에 4번 운행되는 087번 버스를 이용한다. 운전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카풀을 이용하지 않으면 사실상 외출이 어렵다. 대곡역의 072번 버스는 GTX 개통 이후 배차간격이 1시간으로 늘었다. 능곡 쪽 수요를 맞추기 위해 기존 버스를 둘로 나누면서 대장동 주민들이 유일한 버스를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 기자는 “시민의 실천을 요구하기 전에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고 합리적인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며 ‘지속가능 교통’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속가능교통이란, 단순히 친환경 차량으로 바꾸는 것을 넘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사회적 형평성을 지키면서,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도록 교통 구조를 총체적으로 바꾸는 것을 뜻한다. 결국 자가용 중심의 관점을 탈피하고 교통의 공공성 강화와 이동권 보장을 지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으로 ▲혼합형 버스 운영 모델(비수익 노선은 공공이 개입, 수익 노선은 노선 입찰제 등으로 민간이 운영) ▲레저용이 아닌 실생활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 인프라 구축(연결성 중심의 인프라 확충 및 거점 주차시설 확대) ▲교통 소외지역의 능동적 교통 복지 실현 ▲대중교통 정책 결정에 시민 참여 확대 등을 제시했다.
“자가용 우대 정책 멈춰야”…인프라 구축·시민 참여가 해법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은 현재 자가용 이용량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자가용에 편향된 정책과 시민 인식 등을 문제로 짚었다. 김상철 센터장은 “명절에는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되지만 고속버스 요금은 할인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 주차장 요금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상식적으로는 땅값이나 차의 무게에 따라 요금을 책정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없다. 반면 대중교통 요금은 계속 인상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싸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현실적인 변화 방안 4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경제성 지표 재정립’이다. 김 센터장은 “교통수단의 경제성 분석에서 가장 중시하는 지표가 통행 시간인데, 자가용보다 느린 교통수단은 경제성이 낮게 평가돼 정책적으로 선택되기 어렵다”며 “교통의 편익을 계산할 때 어떤 부분에 더 가치를 둘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이 시간 가치보다 우선된다면 정책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둘째, ‘인프라 구축’이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버스 승객이 회복되지 않는 이유는 이용자들이 버스를 타지 않아서가 아니라 기존에 다녔던 버스가 안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 정책의 경우 구매 보조금 외에는 실제 이용 시 혜택이 없어 확산되지 못했다”라며 “교통 시스템의 전환이 개인에게 집중되는 방식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셋째, ‘대중교통 우대 정책’이다. 김 센터장은 “선진국 사례의 공통점은 교통 전환을 단일 수단 전환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라이부르크에서는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대중교통 이용자들을 ‘환경 동맹’으로 묶어서 우대하는 정책을 펼친다”고 설명하며 “대중교통 인프라를 확대하는 동시에, 자가용 이용을 억제해야 수송 분담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강력한 리더십과 시민의 참여’다. 김 센터장은 “개개인의 이해가 구체적이기 때문에 교통정책 변화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각 지역별로 활발하게 추진 중인 시민 주도의 공공교통 운동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그는 “포항시의 경우 시민단체와 버스 노동조합이 6개월간 버스 운행 정보를 수집해 감사원에 청구해, 계획보다 적게 운행한 업체의 문제를 밝혀냈다. 행정기관만으로는 이 같은 감시와 개선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시민사회 차원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익성 아닌 ‘이동권’…대중교통 시스템 바꿔야”
이어 진행된 지정토론 순서에서는 대중교통 이용자와 시민단체, 시의원 등이 참여해 각자의 시선에서 문제점과 대안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고양자유학교에 다니고 있는 전율 학생은 교통 소외지역 주민으로서의 어려움을 전했다. 그는 “교통 소외지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고봉동은 버스가 1시간에 1대 다닌다. 외출을 위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차로 15분 거리도 버스로는 1시간 반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성이 낮은 지역의 버스는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시간이 지켜지지 않으니 승객이 줄고, 승객이 없으니 시간을 지키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버스 운행 시간만 지켜져도 이용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시내에 나가 보면 노선이 겹쳐 텅 빈 채 다니는 버스가 많다. 그중 한 대만 우리 마을을 지나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고 호소했다.
전민선 고양시 민생대회 조직위원장은 “사람이 없는 정책은 의미가 없다”며 “어르신과 학생들의 이야기가 울컥할 정도로 와닿았고, 대중교통을 직접 경험하며 자각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시는 친환경 자동차 보급에 집중하고 있으나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공공교통 기능 강화를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마을버스는 매년 적자가 나면 요금은 오르지만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메워진다. 시민은 불편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비용을 이중 부담하는 셈이다. 준공영제를 포함한 단계적 공영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정민경 시의원은 ▲타 지자체에 비해 소극적인 수송 부문 감축 목표 ▲전기·수소차 구입에 편중된 예산 배정 ▲마을버스의 정체성 상실(간선 기능 혼재, 노선 편중)을 지적하며 “결국 시스템 전환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감축률 상향을 통한 실질적 목표 설정 ▲시민 필요 중심의 마을버스 체계 개편(비수익 노선의 공영제 전환 등) ▲승용차 억제 정책 등을 제안했다.
시민들의 열띤 발언도 이어졌다. 화정동 주민 송진영씨는 “교통이 수익 사업인지 서비스 사업인지 의문이 든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수익에만 집중해 정말 필요한 곳에 자원을 분배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민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미시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산동 주민 나경호씨는 “보행자뿐 아니라 보행기·휠체어·유모차 이용자 등 다양한 시민의 이동권을 어떻게 보장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이동권은 인간의 기본권이며, 새로운 교통 정책과 인프라는 그 기준에 소외지역 취약계층을 반드시 포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보도 취재팀 남동진 기자·김진이 전문기자·김현정 인턴기자
이 기사는 녹색전환연구소와 리영희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