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자유로움으로
‘락의 매력’ 알리고 싶어요
마두청소년수련관 자율동아리 밴드 '빈츠' 고양·경기 청소년예술제 연달아 ‘대상’ 중3 친구들, 1주일에 1번 정기합주 눈빛만 봐도 박자와 타이밍 ‘척척’ “학창시절 즐거움 보여주는 밴드되고파”
[고양신문] 작년 11월 결성된 고양시 청소년 밴드가 청소년 음악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7월 고양시청소년예술제, 지난 8월 경기도청소년예술제에서 연달아 대상을 거머쥔 밴드 ‘빈츠’가 그 주인공이다. 마두청소년수련관에서 결성된 ‘빈츠’는 자율적인 협력을 토대로 무대를 직접 기획하고, 자신들만의 색깔을 키워가고 있다. 서민준(기타, 정발중 3), 한진원(보컬, 정발중 3), 김남영(드럼, 백신중 3), 김소연(키보드·보컬, 정발중 3) 학생이 들려준 수상 소감과 무대 뒤 이야기를 들어봤다.
❚ ‘빈츠’라는 이름엔 어떤 의미가 담겼나.
진원 : 작년 11월, 마두청소년수련관의 ‘어쩌다 보니 천생 밴드’ 프로그램이 시작이었어요. 첫 공연을 준비하면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었는데, 앞에 간식으로 준비된 과자 ‘빈츠’가 눈에 들어왔어요. ‘비스킷과 초콜릿처럼 하나의 무대에서 다양한 맛과 색깔을 느끼게 해주자’는 우리만의 의미를 담아, 스펠링을 살짝 바꿔 밴드 이름으로 삼았어요.
❚ 밴드활동을 시작하며 가장 큰 변화는.
진원 : 영화 <비긴 어게인>을 보고 밴드를 꾸려서 버스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친구들을 모았고, 마두청소년수련관 프로그램을 통해 빈츠를 꾸렸죠. 지금은 노래를 전문적으로 해보자는 꿈을 갖고 있어요. 언젠가는 몇천만 명의 관객 앞에서 브루노마스와 피처링을 해보고 싶어요.
소연 : 혼자 연주할 땐 몰랐던 걸 깨달았어요. 단순히 내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드럼·베이스·보컬까지 다 어우러져야 음악이 되더라고요. 그 과정을 맞춰가는 게 가장 큰 변화였어요. 또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음악을 통해 ‘꿈’이라는 걸 진지하게 가지게 됐어요. 원래는 노래방에서 즐기던 취미였는데, 생각보다 노래 부르는 게 좋아서 많은 꿈 중에 하나로 자리잡게 됐죠.
❚ 연습 과정에서 생긴 팀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진원 : 1주일에 한 번은 꼭 정기 합주를 해요. 한 곡을 오래 붙들고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서로 눈빛만 봐도 박자와 타이밍이 척척 맞아요.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도 우리만의 장점이에요. 특히 친구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배려해서 말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원활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어요. 싸움이 아닌 발전을 위한 대화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죠.
❚ 락을 주 장르로 선택한 이유는.
진원 : 락을 할 때 짜릿한 쾌감이 있어요. 세션이 주는 무게감도 멋지고요. 목을 긁으면서 부르는 창법이 저와 잘 맞기도 하고, 친구들이 빠른 리듬의 연주를 좋아하기도 해서 주 장르를 락으로 하게 됐어요.
남영 : 락의 매력은 신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문화에선 락이 다소 생소하게 인식되는 것 같은데, 저희를 통해서 관중들이 락에 흥미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 무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민준 : 첫 대회가 아직도 생생해요. 노래 중 진원이 목소리와 제 기타 소리만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벌벌 떨면서 그 구간을 했어요. 끝내고 보니 실수는 하나도 안 했더라고요. 그런데도 불안해서 계속 심장이 쿵쾅거렸던 기억이 나요. 무대 직전의 설렘과 공연 후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그 순간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아요.
남영 : 고양시 대회 때 채가 날아간 적이 있어요. 노래는 계속 이어지는데, 빨리 뛰어가서 잡아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바로 주워 왔어요.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서 공연 후에 더욱 아쉬웠던 것 같아요. 대회는 평가를 받지만, 버스킹은 같이 즐기는 자리이기 때문에 덜 떨리는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함께 박수 쳐 주시면 감사하기도 하고, 노래를 순수하게 즐기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들어요.
❚ 고양시와 경기도 청소년예술제에서 모두 대상을 받았는데, 그 과정이 어땠는지.
민준 : 곡 선정에서 부딪친 적이 있어요. 완성도 있게 연습한 곡이 있었는데,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와서 갑작스럽게 곡을 바꿨어요. 그때 고민을 하다가 초창기 때부터 연습한 곡을 선택했어요. 오랜 내공이 쌓였던 곡이라서 다시 연습을 시작할 때 무리가 없었어요.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소연 : 고양시 대회 때는 공연 끝나고 친구들 표정이 너무 안 좋았어요. 장려상부터 호명하는데 계속 이름이 안 나와서 못 받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대상에 이름이 불려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 현재 새로운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지.
민준 : 아직 큰 프로젝트로 들어가진 않았지만, 기타 리프를 만들고 가사를 조금씩 쓰고 있어요. 겨울방학에는 녹음도 하고 곡 작업에 집중하려고 해요.
진원 : 장르는 펑크와 인디 두 가지를 고민 중인데, 너무 슬프지도 너무 신나지도 않은, 잔잔하게 마음을 흔드는 노래를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 안에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에 노래를 내는 게 목표예요.
❚ 밴드 활동이 일상생활에 주는 영향이 있다면.
소연 :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많이 축하해주고, 음악 선생님도 자랑스러워하시는 것 같아 뿌듯해요. 평소엔 학원만 가다가 친구들과 밴드 연습을 하면 즐거워요. 특히 연습의 마지막쯤에 노래가 점점 완성되어가는 걸 들으면 뿌듯해요.
남영 : 밴드 활동에서 갈등을 해결한 경험이 일상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돼요. 친구들과 다툼이 생겼을 때 좀 더 편하게 푸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됐어요.
❚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진원 :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해요. ‘늦었다’는 말에 슬퍼하지 말고,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기회를 찾고 시도해 봤으면 좋겠어요. 자기만의 길을 찾고 끝까지 밀고 나가면 결국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줄 거라고 믿어요.
남영 : 다른 밴드와는 다른 ‘특별한 색이 있는 밴드’로 기억되고 싶어요. ‘자유’라는 색깔, 바쁘지만 학생일 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보여주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소연 : 저는 스트레스 받을 때 음악을 들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 많은 사람이 기분 나쁜 일이나 우울한 일이 있을 때 저희를 보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민준 : ‘락 하면 빈츠’, ‘밴드 하면 빈츠’라는 생각이 들면 좋겠어요. 꾸준히 내공을 쌓아서 어느 공연을 가도 긴장하지 않고 즐기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청소년의 음악은 때로 어른의 언어보다 솔직하고 담대하다. 무대 위의 불안과 설렘을 스스로 흡수하며 성장하는 밴드 ‘빈츠’의 연주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함께 자라는 청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들의 음악에는 완벽함보다 진심이, 기술보다 따뜻한 열정이 깃들어 있다. 아직 미완성이라 더 빛나는 청춘, 밴드 ‘빈츠’의 내일 무대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