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 도로 위 ‘빌런’?…사소한 습관이 부르는 아찔한 순간
이광수의 교통안전 칼럼
[고양신문] 운전자는 도로 위에서 누구나 ‘선량한 운전자’로 남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혹시 내가 ‘빌런’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해본 적 있는가? 무심코, 혹은 ‘이 정도쯤은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도로 위의 ‘빌런’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나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기 전에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운전 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신의 운전이 과연 모두에게 안전한 길을 만들어 주고 있는가?
가장 흔하면서도 위험한 빌런 행동 중 하나가 바로 방향지시등 미점등이다. 갑자기 옆에서 끼어든 차량 때문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던 경험은 누구나 있지 않은가. 차선 변경이나 좌·우회전 시 방향지시등은 차량의 움직임을 예고하는 도로의 언어이자 차량 소통의 기본 약속이다.
그런데도 많은 운전자가 ‘급해서’, ‘까먹어서’, ‘다른 차들이 알아서 피하겠지’라는 이유로 이를 생략하곤 한다. 이런 잠깐의 귀찮음이 누군가에게는 아찔한 순간을 선물한다. 깜빡이 없이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은 주변 운전자에게 급정거나 급차선 변경을 유발하며, 자칫 연쇄 추돌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속도로나 복잡한 교차로에서는 단 한 번의 미점등이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소해 보이지만 방향지시등은 우리 모두의 생명을 지키는 아주 중요한 약속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다른 대표적인 빌런 행동은 바로 꼬리물기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신호가 바뀌어도 끝없이 늘어선 꼬리물기 차량 때문에 발이 묶여 답답했던 기억은 없는가? 신호가 바뀌기 직전 무리하게 교차로에 진입했다가 한가운데 멈춰 서는 차량은 도로의 피를 막는 핏덩이처럼 차량흐름을 정체시키고 마비시킨다.
몇 초 먼저 가려는 조급함이 오히려 도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자칫하면 신호 위반이나 추돌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생명이 오가는 긴급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마음이 급한 보행자의 횡단을 가로막는 꼬리물기는 명백한 교통 방해 행위이자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다.
보행자 보호 의무는 어떠한가? 우리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보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거나 심지어 경적을 울리며 지나치는 차량을 자주 목격한다. 도로교통법상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건너려 할 때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한다.
보행자는 도로 위에서 가장 약한 존재이며 운전자의 작은 배려가 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스몸비’나 어린이 보행자 근처에서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행자가 먼저’라는 원칙은 선택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우리 모두의 의무다. 당신의 작은 멈춤이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안녕이다.
이외에도 지정차로 위반, 버스전용차로 침범, 불필요한 경적 사용, 주정차 위반 등 일상 속 ‘빌런 운전’은 너무나 다양하다. 이 모든 행위는 ‘잠깐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지만, 그 잠깐이 누군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도로는 나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다. 나의 편의와 조급함이 타인에게는 불안감과 위험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따라서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 대신 ‘나부터 먼저’라는 마음으로 운전 습관을 바꿔야 한다. 깜빡이를 켜는 작은 습관, 신호가 바뀌어도 여유를 갖는 인내심, 보행자를 향해 기꺼이 멈추는 배려심이 모이면 도로 문화는 분명 놀랍도록 달라질 것이다. 당신의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모여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와 미소를 건네는 도로 위 안전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오늘부터는 도로 위의 ‘빌런’이 아닌 모두에게 안전하고 평화로운 길을 선물하는 '안전운전 히어로'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작은 용기 있는 행동이 도로 위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큰 힘이 된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경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