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굴 평화공원 조성 ‘청신호’, 기대감 속 위령제 열려
금정굴 희생자 75주기 합동위령제
[고양신문] 지난 11일,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민간인이 억울하게 희생된 일산서구 탄현동 황룡산 금정굴 현장에서 75주기 ‘고양지역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33년째 유족들과 지역 시민사회가 함께 열어온 이날 위령제는 그 어느 때보다 희망과 기대감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수년간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금정굴 인권평화공원' 조성 사업이 마침내 실질적인 진척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올해 위령제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성회·이기헌 국회의원과 김운남 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다수의 시·도의원과 시장 후보군 대다수가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행사를 주최한 ‘고양지역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 공동추진위원회’는 최승호 금정굴유족회 대표, 심재환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이사장, 최창의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공동의장, 홍영표 고양시민회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아 유족과 시민사회의 염원을 한데 모았다.
최승호 유족회 대표는 "해마다 이곳에 올 때마다 피눈물을 흘리시는 유족들의 한을 이제는 풀어드려야 한다"며 "단순한 추모를 넘어, 억울하게 돌아가신 영령들을 제대로 모시고 이곳을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 평화공원 조성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김운남 시의회 의장은 “시의회 의장으로서 평화공원 사업이 지체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유족분들이 더 돌아가시기 전에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최창의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공동의장 또한 "금정굴의 비극은 유족들만의 아픔이 아니라, 전쟁의 참상을 증언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고양시 모두의 역사"라며 "시민사회의 꾸준한 연대와 노력이 평화공원 조성이라는 결실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위령제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단연 평화공원 조성 사업의 진척 상황이었다. 그동안 사업은 이동환 시장 취임 후 고양시의 무관심과 LH의 토지 매입 문제 등으로 인해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지역 국회의원들의 끈질긴 노력과 설득으로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의 입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추도사에 나선 김성회 국회의원(고양갑)은 "과거사 문제 해결은 진영의 논리를 떠나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책무"라고 전제한 뒤 "그동안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관계 부처의 소극적 태도를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했다.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이곳을 평화 교육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뗀 만큼,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사업을 완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의 김 의원은 최근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향후 행정안전부 국정감사 등을 통해 금정굴 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전방위적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기헌 국회의원(고양병) 또한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지 못해 이 작은 평화공원 하나 만드는 것조차 힘겹게 추진해왔다"고 안타까움을 표하며 "평화공원을 반드시 완수하고, 다시는 75년 전과 같은 집단학살로 헌정 질서가 무너지는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오늘 영령들과 시민들께 드리는 약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승원 국토부장관 정책보좌관(전 경기도의원)의 자세한 설명은 이러한 기대감에 확신을 더했다. 최 전 의원은 "LH가 평화공원 부지의 절반만 매입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뒤 사업본부장을 만나 담판을 지었다"고 밝히며, "지역 국회의원들의 앞선 노력 덕분에 LH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고, 논의 끝에 나머지 부지를 매입해 택지개발지구 공원 부지로 포함시키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구체적인 성과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10월 중으로 국회의원들과 함께 LH로부터 토지 매입에 대한 확약을 받아낼 것"이라며 "정책보좌관으로 있는 동안 평화공원이 조속히 조성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해 유족들과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행사를 공동주최한 금정굴인권평화재단 관계자는 “평화공원 조성은 억울하게 스러져간 영령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갈등과 반목의 역사를 넘어 평화와 인권의 미래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위령제를 계기로 수십 년간 유족들의 가슴에 맺혔던 한과 시민사회의 염원이 해소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