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자녀 등하교 운전, 학업 대리 수행까지”
용혜인 국회의원실 설문조사 결과 지방의회 정책지원관 절반 ‘갑질’ 경험 고용불안에 문제 제기는 10% 미만
[고양신문]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며 의회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지원관 제도가 심각한 ‘갑질’ 문제로 얼룩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의원의 자녀 등하교 운전, 학업 과제 대리 수행 등 업무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가 만연함에도, 단기 계약에 따른 고용불안 탓에 문제 제기조차 못 하는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전국 지방의회 정책지원관 2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3일 공개한 ‘정책지원관 갑질 경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1%가 의회 내에서 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갑질을 겪고도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응답은 9.7%에 그쳤다.
갑질 행위자로는 지방의회 의원(76.4%)이 가장 많이 꼽혔고, 일반직 공무원(60.8%)이 뒤를 이었다. 구체적인 갑질 사례로는 ▲자차로 의원 출퇴근 및 자녀 등하교 운전 ▲의원의 대학교(원) 과제 및 자기소개서 대리 작성 ▲정당 홍보물 제작 및 활동 발언문 작성 등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소지가 있는 업무 지시 ▲성희롱·성추행 등이 있었다.
일반직 공무원들의 갑질 행태도 드러났다. ▲자신의 업무를 정책지원관에게 떠넘기거나 ▲회식에 강제 참석시켜 의원을 접대하게 하고 ▲의원에게 직접 하기 어려운 말을 대신 전달하게 하는 등 인격권을 침해하는 사례들이 지적됐다.
정책지원관들이 부당한 갑질에도 침묵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용불안’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근무 만족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 ‘계약기간’(51%)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 응답자는 “사실상 계약 기간 연장이 볼모로 잡혀 있어 의원이나 공무원이 사적인 일이나 부당한 업무를 시켜도 거부할 수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행정안전부가 정책지원관의 업무 범위를 정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지만,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응답자의 60.8%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가이드라인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의원과 공무원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용혜인 의원은 “지방의회 전문성 강화라는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정책지원관들이 허드렛일 담당관으로 전락했다”며 “행정안전부는 즉각 갑질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익명이 보장되는 갑질 신고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에 정책지원관의 직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더 이상의 갑질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