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이어주며 ‘책이 피어난다’
파주출판도시 ‘2025 파주페어 북앤컬처’
‘한 권 마켓’ 등 재밌고 참신한 기획
흥미 더하는 다채로운 강연·전시·공연
“세계로 퍼지는 콘텐츠 산실 됐으면”
[고양신문] ‘2025 파주페어 북앤컬처’가 파주출판도시를 책의 향기로 물들였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북앤컬처는 책을 기반으로 공연·전시·체험을 결합한 국내 유일의 복합문화예술축제다.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진행된 이번 행사의 주제는 ‘책이 피어난다 BOOKS ALIVE!’였다.
기품있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고즈넉하게 들어서 있는 파주출판도시는, 도시 전체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거대한 책처럼 느껴진다. 곳곳에 책의 향기가 스며 있다. 이 도시를 애호하는 기자는 행사를 보기 위해 금요일과 일요일, 두 차례 다녀왔다. 축제가 시작된 금요일 오후, 파주출판도시 거리 곳곳에는 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행사 준비로 활기가 넘쳤다.
이번 축제의 백미는 ‘한 권 마켓: 세상 끝의 서점’이었다. 국내 최초로 시도한 이 행사는 자사의 책만을 홍보했던 기존의 도서전과 달랐다. 참여한 100여 개 출판사들은 각각 자사의 책 1종만 판매하고, 동시에 다른 출판사의 책 1종을 추천하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 권의 책만 팔아야 한다면 각 출판사는 어떤 책을 들고 나올까?’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기획이었다. 또한 타 출판사 책을 홍보함으로써 출판계가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경쟁보다는 연대와 신뢰의 독서 문화를 보여준 실험이었다.
출판사 부스 한곳 한곳 방문할 때마다 어떤 책을 만나게 될지 궁금해졌다. 책 추천을 따라가다 보면, 각 출판사의 철학이 자연스레 묻어났다. 열화당에서는 『달밤』이, 이학사는 『라캉, 바디우, 들뢰즈의 세계관』이, 도마뱀에서는 『잔소리 약국』으로 이목을 끌었다. 신간 『웍과 칼』을 전시한 글항아리는 중국요리를 만들 때 사용하는 웍과 칼, 그리고 단무지 모양의 책갈피와 책 리스트를 적은 메뉴판을 준비해 색다른 즐거움을 줬다.
부스 방문 시에는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어 재미를 더했으며, 책을 구매하면 다양한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부스를 제일 멋지게 꾸민 출판사 이름을 적어 내고 행운의 쿠키도 받았다. 이 쿠키를 반으로 쪼개면 '책 속 한 문장'이 들어 있다. 즐겁고 유쾌한 기획이다.
‘세상의 모든 책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전시도 특별했다. 늘 수많은 책으로 가득하던 지혜의숲은 ‘책 없는 서가’로 관람객을 맞았다. 책이 비워진 서가에는 200개의 문장 엽서가 그 자리를 채웠다. 그중 12장은 김애란, 김연수, 정이현 등의 소설가들이 만들어낸 ‘가짜 문장’이었다. 관람객들은 책에 등장하지 않는 그 가짜 문장을 찾는 이벤트에 참여하며 상상의 즐거움을 더했다.
행사 기간 내내 북토크와 공연이 이어졌다. 금요일 오전에는 김용주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기획관의 ‘때론, 책 대신 그림’ 강연이 있었고, 오후에는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의 ‘AI의 시대, 도전과 응전’이 진행됐다.
밤에는 야외무대 공연이 펼쳐졌다. 최정원, 홍지민, 오만석 배우의 뮤지컬 콘서트, 김창완밴드의 파크 콘서트,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가족뮤지컬 <알사탕>이 공연됐다. 보림출판사의 특별전 ‘100명의 작가, 100개의 세계’에서는 그림책의 원화가 전시돼,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즐거움을 줬다. 거리 곳곳의 북카페를 돌며 스탬프 투어를 즐기는 가족들, 붉게 물든 담쟁이덩굴 아래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출판도시는 3일 내내 북적였다. 파주출판도시는 책이 살아 움직이는 도시가 됐다.
이번 행사를 총괄한 송승환 감독은 “책과 멀어진 세대가 다시 책과 가까워지고, 책을 기반으로 한 공연을 즐기며, 세계로 진출하는 콘텐츠 창작의 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좋아하는 작가를 직접 만나 사인을 받고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건, 결국 책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축제는 책이 세상을 연결하는 따뜻한 매개체임을 보여주었으며, 단순한 책 축제를 넘어 격조있는 문화의 장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줬다. 내년에는 또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