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재활용품 수거 도맡은 ‘팔팔한’ 어르신들
창릉8통 경로당 ‘지역환경 미화사업’ “운동도 되고 경로당 경비도 마련”
[고양신문] 덕양구 창릉동 꽃맞이공원 안에 위치한 ‘창릉8통 경로당(회장 김경환)’은 개관식을 한 지 백일 조금 넘겼지만 활동력은 오래된 여느 경로당 못잖게 왕성하다. 넓은 공간을 통째로 사용하는 경로당 안에는 커다란 회의용 테이블을 둬 회원들이 회의도 하고 대화와 식사도 할 수 있다. 어르신들이 둘러앉아 화투치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현재 회원은 32명.
회원들은 쇼파를 비롯한 경로당 가구와 CCTV, 국기게양대도 구입ㆍ설치를 직접 했다. 김경환 회장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200만~300만원 경비가 드는 일들이었지만 찬조를 받지 않고 우리 손으로 직접 했다”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 자립심이 더 생겼다”라며 흐뭇해했다.
경로당에만 모여 있는 게 아니라 마을 행사에도 적극 참여한다. 주민자치회 총회와 용머리 축제, 행복마을 음악회, 샘말천 생태개선 토론회, 밥할머니보존회의 벼농사체험 등에 참여하며 마을 현안이 무엇인지도 공유하고, 적극 봉사도 한다.
요즘 회원들이 가장 주력하는 활동은 ‘지역환경 미화사업’이다. 주로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으로 구성된 창릉8통 마을은 ‘재활용’ 관리를 주민들이 직접,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 건물 주변에 재활용품을 내놓기 때문에 자칫 소홀하면 마을 환경을 해칠 우려가 크다.
경로당은 누군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맡기로 했다. 경로당 회원인 동인해 밥동행 회장은 “입주하고 보니 담배꽁초, 각종 재활용품 등이 여기저기 방치돼 마을이 아주 어수선했고, 정화가 필요했다”며 “‘주민들에게 혜택만 받는 노인정이 아니라 뭔가 도움이 되는 노인정이 되자’고 회원들과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임원들이 갹출해 1톤 트럭을 구입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재활용품 수거사업’을 시작했다. 제일 젊은 사무국장이 운전하고, 회원들은 각 집에 있는 재활용품 수거 작업을 도왔다. 매일 두 번씩 자전거에 재활용품을 싣고 오는 90세 회원도 있다.
미화사업은 경로당 운영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운영비를 시 보조금에만 의존할 수 없는데 미화사업을 통해 작게나마 발생하는 수입으로 회원들끼리 좀 더 자주 만나 식사를 하고 경로당 경비로도 쓴다. 김경환 회장은 “새벽과 저녁 늦게 미화사업을 하는데 운동도 된다. 주민들도 ‘노인정을 못 도와드려 아쉬운데 어르신들이 동네 청소를 해주신다’며 좋게 봐준다”라며 흐뭇해 했다. 김 회장은 “경로당 회원들이 ‘청춘의 기운을 만들자’며 의기투합해 이렇게 팔팔하게 활동하니 더욱 힘이 생기는 것 같다”며 만족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