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공정무역의 가치
고양시공정무역협의회의 다양한 활동 ‘고양시 공정무역 포트나잇’ 주관하고 교육과 모임으로 배움–실천–연대 정착 “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참여 기대”
[고양신문] 가을 햇살이 포근했던 10월 25일, 고양시공정무역협의회(고공협)가 주관한 ‘고양시 공정무역 포트나잇’이 일산호수공원에서 열렸다.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참여한 이날 행사에는 공정무역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윤리적 소비의 의미를 배우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2019년 시작된 고양시 공정무역 포트나잇은 '일상 속 공정무역'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시민이 주도하는 공정무역 실천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고공협 소속 12개 단체가 주축이 되어 열린 이번 행사는, 공정무역을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시민의 일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공원에 나들이 나온 시민들은 공정무역 10원칙 알아보기부터 공정무역 물품 퍼즐, 온난화 대응 농업 소개, 커피 시음 및 페스토 시식, 그래눌라 만들기, 키링 제작 등 다양한 체험부스에 참여했다. 각 부스는 공정무역 단체의 캠페이너들이 시민들의 공정무역 물품 체험을 돕고 동시에 공정무역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며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다.
부천 개막으로 시작된 ‘2025 경기도 공정무역 포트나잇’
전날인 10월 24일 부천아트센터에서 개막한 2025 경기도 공정무역 포트나잇(Fair Trade Fortnight)은 11월 7일까지 이어진다. ‘일상을 콕! 공정을 쏙!’이라는 슬로건 하에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시민이 일상 속에서 공정무역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개막식에서는 공정무역도시 인증서 전달, 공정무역 기관 인증식, 공정무역 실천 선언, 유공자 표창 등이 진행됐으며, 잔디광장에서는 체험 부스, 공정무역 골든벨, 버스킹 공연, SNS 인증, 네트워킹 파티 등 다양한 시민 참여형 행사가 펼쳐졌다. 이번 포트나잇 기간에는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주관하는 ‘세상을 바꾸는 커피 한 잔’ 캠페인이 도내 15개 시에서 동시 진행된다. 사전 모집된 42개 카페가 참여하며, 시민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공정무역 음료 2000원 할인 쿠폰을 내려받을 수 있다.
시민이 만드는 공정한 도시, 고양의 실천
포트나잇 행사 외에도, 고공협이 주관하여 지난 8월부터 진행한 ‘실천사례로 배우는 공정무역 활동가 양성과정’에는 시민 20여 명이 참여했다. 팔레스타인·카메룬·인도 등지의 농부들과 공정한 거래를 이어가는 사례를 배우고, 지역에서의 윤리적 소비 실천 방안을 모색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국내 공정여행과 로컬 연대를 주제로 한 워크숍을 통해, “소비자가 곧 변화의 주체”라는 인식을 함께 나눴다. 이처럼 고공협 활동가들은 공정무역을 ‘배움–실천–연대’의 순환 구조로 정착시키며, 시민참여형 도시 모델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카페봄, 고양 첫 ‘공정무역커뮤니티’ 인증
주엽역 인근의 ‘카페봄’은 공정무역 커피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며 지역 모임과 티파티를 꾸준히 이어온 공간이다. 이 카페는 그동안의 실천을 인정받아 고양시 최초로 ‘공정무역커뮤니티’ 인증을 획득했다. 이 인증은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가 국제 기준에 따라 지역 기관, 기업, 학교 등에 수여하는 것으로, 공정무역 확산에 기여한 단체에게 주어진다. 카페봄은 이번 포트나잇 기간 진행되는 ‘세상을 바꾸는 커피 한 잔’ 이벤트에도 참여해, 시민들이 공정무역 커피를 할인받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교육으로 퍼지는 공정의 가치
교육을 통해 시민 활동가를 양성하고, 이들이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공정무역 강사와 캠페이너로 활동하도록 지원하는 일은 매년 고공협이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올해는 6개 초ㆍ중학교, 22개 학급이 공정무역 수업을 신청했다. 향후 사업 예산이 확대된다면 독일, 영국 등 국가들처럼 정규 교과목 내에 ‘공정무역’ ‘윤리적 소비’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등 다양한 주제로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공정무역 코코아와 지속가능한 패션을 주제로 한 수업이 10월 말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공정함(fair) + 지역(local)’을 결합한 지역형 공정무역 모델과 판매처 조사 등 실천 과제도 연말까지 이어진다. 고공협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공정무역도시’로의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마을에서 세상을 바꾸는 실천으로”
세계적으로 불평등과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오늘날, 공정무역은 단순한 거래를 넘어 사회적·환경적·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시민운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양에서 시작된 시민들의 작은 실천은 아직까지 소소한 활동과 규모에 불과하다. 이미 공정무역도시 인증에 참여하고 있는 여타 도시들에 비해 인식 확산과 참여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고양 공정무역 포트나잇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고양 시민의 일상 속 습관으로 자리 잡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 본다.
이미옥 한양대 국제학(글로벌사회적경제) 박사. IT 기업 마케터와 컨설턴트로 활동. 커피 거래의 불공정함을 해결하는 일을 하기 위해 공정무역단체 '아름다운커피' 8년 근무. 기후위기와 푸드솔루션, 지속가능한 농식품, 공정무역에 대한 연구와 강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음. 현재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위원. 경기인 아이쿱 활동가. 한양대 사회혁신융합전공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