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황산 울린 ‘생명의 소리’, 골프장 증설 규탄

8일 ‘벨 데모크라시 & 고천제’ 열려  “법적 절차 무시한 증설 승인” 비판

2025-11-10     남동진 기자

[고양신문] “우리는 산황산의 숨이다.” 지난 8일 오전 일산동구 산황산 690살 ‘용뿔 느티나무’ 앞에서 1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나무와 꽃, 새와 땅의 목소리를 대신 전했다.

산황산골프장백지화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와 여성환경연대, 고양환경운동연합 등이 주최한 ‘생명의 소리, 벨 데모크라시’ 행사는, 최근 고양시가 승인한 골프장 증설 사업으로부터 산황산을 지키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산 정상에서부터 세 갈래로 나뉘어, 각자 나무, 꽃, 새 등 숲속 생명의 목소리를 낭독하며 종을 울리는 ‘생명의 소리 릴레이’ 퍼포먼스를 펼쳤다. ‘나무들의 선언’, ‘꽃들의 선언’ 등이 시(詩) 형식으로 낭독되며, 인간의 욕망으로 희생될 위기에 놓인 비인간 존재들의 외침이 숲에 울려 퍼졌다. ‘벨 데모크라시’ 선언 행동에 이어, 마을 내 자리한 느티나무 앞에서 산황산의 안녕을 기원하는 ‘용뿔 느티나무 고천제’도 함께 봉행됐다.

행사에 연대 발언자로 나선 여성환경연대 소속 한 참석자는 “아름다운 가을 숲에서 꽃과 새와 나무를 대신해 이야기하는 이 행위가 바로 시의 마음이라 생각한다”며 “막연했던 산황산을 이제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연대하며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문화제를 넘어, 골프장 증설을 승인한 고양시 행정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됐다. 특히 현장에 참석한 시의원들은 시의 행정 절차에 심각한 법적 하자가 있음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해련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경과보고를 통해 “국토계획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회가 해제 권고안을 보내면 시장은 1년 안에 해제하거나, 해제할 수 없는 사유를 의회에 소명해야 한다”며, “하지만 고양시는 의회에 그 어떤 소명 절차도 거치지 않고 사업을 승인했다. 이는 명백히 위법한 부분이 있으며, 향후 본안 소송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이번 정례회 시정 질의를 통해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권용재 시의원(더불어민주당) 또한 “지역구 의원으로서 아직 산황산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아직 착공이 시작되지 않은 만큼, 마지막까지 힘을 모아 저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내년 고천제는 기쁜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범대위 총무단체 의장)은 “오늘을 기점으로 ‘벨 데모크라시 에코 페미니즘 행동’을 우리 운동의 중심에 두고 지속할 것”이라며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사업자를 비호하는 고양시의 정책에 맞서, 범대위는 현재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언하는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
고천제 행사에서 절을 올리는 권용재 시의원, 김해련 시의원, 이성한 이기헌 국회의원실 지역보좌관. (왼쪽부터)
고천제에 올릴 술을 받고 있는 이영아 전 고양신문 대표